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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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 - 나쁜 경찰 vs 더 나쁜 경찰 영화

※ 본 포스팅은 ‘끝까지 간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모친상 중인 형사 건수(이선균 분)는 오밤중에 교통사고를 내 성인 남성을 사망하게 합니다. 건수는 남성의 사체를 트렁크에 숨기고 어머니의 관에 몰래 넣어 함께 매장합니다. 안도하는 건수에게 그의 범행을 모두 알고 있는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협박 전화가 걸려옵니다.

미니멀리즘 범죄 스릴러

김성훈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끝까지 간다’는 경찰을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입니다. 일반적으로 경찰 주인공의 스릴러라면 경찰이 범죄자를 체포하는 줄거리가 기본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는 적당히 부패한 경찰 주인공이 그보다 더욱 부패하고 흉악한 경찰에 시달리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한국 영화보다는 할리우드 느와르의 설정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할리우드에서 일부 설정을 바꿔 리메이크해도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물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주인공 건수의 부패 유형은 살인이나 마약이 아니라 업소 상납 받기나 음주 운전 등 한국적 부패에 가깝습니다.

건수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경찰 창민(조진웅 분)이 야쿠자 및 마약, 살인과도 연루된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임을 감안하면 건수의 부패는 상대적으로 ‘애교’에 속합니다. 창민에게 가족적 배경이 전혀 제시되지 않는 대신 건수가 가족 및 외동딸과 알콩달콩 지내는 모습에서 건수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됩니다. 창민의 행동 원칙이 정의가 아닌 생존에 철저히 기초하면서도 감정 이입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건수와 그의 가족에 대한 감정 이입은 해피 엔딩과도 연결됩니다.

창민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장면이 많지 않은 대신 건수의 철저한 1인칭에 가까운 시점으로 전개되는 미니멀리즘도 건수에 대한 이입을 유도합니다. 등장인물의 수가 적고 액션 장면이 많지 않으며 스케일이 크지 않은 것도 사사건건 꼬이는 건수의 짜증스러운 심리에 대한 감정 이입에 집중시키는 배경입니다.

훌륭한 오락 영화

‘끝까지 간다’는 매우 훌륭한 오락 영화입니다. 이선균과 조진웅을 제외하면 특별히 인지도가 높은 배우도 없어 캐스팅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으며 제작비도 최근 한국영화들에 비해 적게 소요된 와중에도 각본과 연출의 힘으로 111분의 러닝 타임 동안 속도감과 흥미진진함을 잃지 않기 때문입니다. 섹스와 로맨스는 배제되었으며 ‘전반 웃음-후반 눈물’의 진부한 공식을 무시하고 긴박감 유지에만 집중합니다. 안치실 장면에서 군인 인형과 십자가를 소품으로 활용하는 영리함은 인상적입니다. 위악적 설정이 말해주듯 교훈을 심어주려 하거나 도덕성을 강조하지도 않습니다. 전형적 결말을 향해 치달으면서도 다른 생각이 나지 않도록 재미를 잃지 않는 것은 오락 영화로서 뛰어난 미덕입니다.

할리우드적 설정에 가깝기에 한국의 사회적 맥락과는 동떨어진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제폭탄 시연 중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4대 사회악 인형을 배치해 웃음을 자아내는 풍자적 요소를 엿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건수를 비롯해 건수의 팀원들이 저지른 부패는 한국 경찰에 대한 한국인들의 선입견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 건수의 이름부터 소위 ‘껀수’를 연상시키는 작명입니다.

아쉬운 점 2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면 우선 창민이 지나치게 강력한 악역으로 포장되어 감정 이입이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인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악역이 강해야 주인공이 악전고투하며 영화가 흥미로워지기 마련이지만 창민은 개연성을 지닌 입체적 인물이라기보다 만화나 SF 영화 속 악역처럼 보입니다.

시연회 장면을 통해 밑밥을 깔아놓은 사제폭탄을 건수가 입수하는 장면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신관과 폭약을 경찰이 한데 보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난이나 폭발의 위험성이 있는 강력한 사제폭탄을 해체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관하는 것은 매우 어색한 설정입니다.

건수가 산동네의 비좁은 골목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추격자’를, 건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휴대전화 벨소리는 ‘번지 점프를 하다’를 연상시킵니다. 마지막 장면의 공간적 배경인 돼지 금고에서는 금고 주인이 이름처럼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습니다. ‘달콤한 인생’에서 불법 무기상으로 출연했던 김해곤이 비슷한 이미지인 불법의 색채가 농후한 금고 주인으로 특별 출연한 것도 ‘‘달콤한 인생’을 오마주한 캐스팅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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