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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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퍼 - 최악의 제안, 관객은 예측 가능 영화

※ 본 포스팅은 ‘베스트 오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예술품 경매사 올드만(제프리 러쉬 분)은 정체를 숨긴 의문의 여인 클레어(실비아 획스 분)로부터 상속 컬렉션 처분을 의뢰받습니다. 은둔형 외톨이인 클레어에 대한 올드만의 호기심은 점차 사랑으로 변해갑니다.

걷잡을 수 없는 사랑

쥬세페 토르나토르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베스트 오퍼’는 초로의 독신 경매사가 걷잡을 수 없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주인공 올드만(Oldman)은 ‘노인(Old man)’을 암시하는 작명이 의미하듯 고전 미술에 정통하면서도 인간을 불신하고 음식 취향이 까다로운 성격으로 독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식사를 할 때도 장갑을 벗지 않는 올드만의 습관은 폐쇄적이며 괴팍한 성격을 상징합니다. 화가를 지망했던 친구 빌리(도날드 서덜랜드 분)를 고용해 경매 과정에서 여성의 초상화를 편법으로 손에 넣어 비밀스런 방에 엄청난 컬렉션을 확보하고 홀로 즐기는 것이 최고의 낙입니다.

올드만은 클레어의 컬렉션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점차 가까워집니다. 방에 숨어 얼굴을 내밀지 않는 클레어와 소통하며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클레어의 저택에서 몰래 훔친 부품을 숙련된 젊은 기능공 로버트(짐 스터게스 분)에게 맡겨 18세기 발명가 보캉송의 로봇을 복원합니다. 클레어와 직접 대면하고 관계가 진전되면서 보캉송의 로봇 또한 실체를 갖춰갑니다.

두 사람의 사랑의 완성도는 로봇의 완성도를 통해 상징합니다. 로봇과 그 부품인 톱니바퀴, 그리고 결말에 제시되는 프라하의 시계탑은 마틴 스콜세지의 2011년 작 ‘휴고’에 등장했던 자동인형과 파리 몽파르나스역의 시계탑과 유사한 소재입니다. 절대 벗지 않았던 장갑을 벗고 클레어의 얼굴을 맨손으로 만지는 장면에서 올드만이 진정한 사랑에 빠졌음을 상징합니다. 사랑이 괴팍한 성격과 상당한 나이차를 극복하는 듯 보입니다.

예측 가능한 반전

클레어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비밀스런 방의 초상화 컬렉션을 그녀에게 보여준 올드만은 은퇴를 결심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올드만의 취향과 성격을 오랜 세월 파악한 빌리가 주도했으며 클레어와 로버트가 가담한 음모이자 정교한 사기극임이 밝혀집니다. 올드만은 초상화 컬렉션을 모두 도난당합니다.

클레어는 팜므 파탈이며 대사에서 언급되는 바와 같이 미술품이 위조되는 듯 그녀의 사랑도 조작된 것입니다. 클레어라는 이름조차 극중에 등장하는 왜소증 여성의 이름에서 착안한 가명임이 밝혀집니다. 왜소증 여성 클레어는 가짜 클레어가 빌린 저택의 실소유주로 밝혀집니다. 폐쇄적인 성격을 지닌 올드만의 동질감과 관심을 끌만한 폐쇄적인 여성으로 가장해 신분을 속인 것입니다.

제목 ‘베스트 오퍼(The Best Offer)’는 경매에서의 최고 제시액과 더불어 인생에서의 최고의 제안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클레어의 컬렉션 처분 제안은 올드만의 인생에 있어 ‘베스트 오퍼’가 아닌 최악의 제안, 즉 ‘워스트 오퍼(The Worst Offer)’였던 것입니다.

종반에 가면 모든 것이 사기극이었음이 반전으로 제시되지만 그에 앞서 반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평범한 해피엔딩과는 어울리지 않는 영화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결말이 오히려 익숙합니다.

엔딩 크레딧 직전까지 빌리가 꾸민 음모가 밝혀지지만 모든 의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올드만과 유사 부자 관계와 동시에 친구 관계를 유지하던 로버트는 어느 시점부터 사기극에 동참한 것인지 명확히 제시되지 않습니다. 즉 올드만과 사심 없이 친분을 유지하다 빌리에게 포섭된 것인지, 아니면 빌리의 지령 하에 처음부터 사기극을 위해 올드만과 가까워진 것인지 규명되지 않습니다. 컬렉션을 모두 잃고 프라하의 하숙방에 클레어의 초상화를 걸고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올드만의 미련은 패륜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지만 추억을 잊지 못해 하숙방에 거대한 사진을 걸어놓은 ‘데미지’의 결말을 연상시킵니다.

또 다른 주인공, 초상화 컬렉션

제프리 러시는 ‘킹스 스피치’에서 그가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던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의 이미지와 비슷합니다. 괴팍하지만 능글맞으며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초로의 신사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주인공 클레어의 얼굴이 중반 이후에나 드러나기에 그 이전까지는 제프리 러시가 홀로 영화를 끌어가다시피 합니다.

클레어 역의 네덜란드 출신 배우 실비와 획스는 얼굴형과 광대뼈, 얇은 입술과 파마한 금발머리로 인해 미셸 파이퍼의 젊은 시절의 이미지와 흡사합니다. 물론 선이 가늘었던 미셸 파이퍼보다는 상대적으로 굵은 이미지이지만 괴팍한 성격의 노신사가 흠뻑 빠져들 만한 충분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베스트 오퍼’의 또 다른 주인공은 올드만의 방에 숨겨진 무수한 초상화를 비롯한 예술품입니다. 독신이며 연애 경험도 없었던 올드만의 연인 역할을 했던 초상화들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올드만이 폐인이 된 후 재활을 위해 탑승하는 운동기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도를 연상시킵니다. 끝까지 예술품과 연관되는 소품이 제시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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