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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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콩그레스 - ‘서사 단순-이미지 과잉’ 산만하다 영화

※ 본 포스팅은 ‘더 콩그레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배우 로빈(로빈 라이트 분)은 영화사 미라마운트의 CEO 제프(대니 휴스턴 분)로부터 자신을 디지털로 스캔하겠다는 제안을 받습니다. 로빈은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결국 수용합니다. 20년 뒤 로빈이 미래학 회의에 참석한 사이 어셔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 아론(코디 스미스 맥피 분)이 실종됩니다.

‘바시르와 왈츠를’과의 비교

스타스니와프 렘의 SF 소설 ‘미래학 회의(The Futurological Congress)’에 기초한 아리 폴만 감독의 2013년 작 ‘더 콩그레스(The Congress)’는 그의 2008년 작 ‘바시르와 왈츠를’과 상당 부분 공통점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현실 비판을 소재로 하며 대부분의 러닝 타임이 할애된 애니메이션이 종반에 실사로 전환되는 장면에서는 불행한 군상을 포착합니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을 소재로 했는데 ‘더 콩그레스’는 나치와 유태인 학살을 종종 언급합니다. 아리 폴만 감독이 나치의 유태인 학살 생존자를 부모로 둔 이스라엘인이라는 강한 자의식이 ‘바시르와 왈츠를’에 이어 ‘더 콩그레스’에서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역사적 비극을 바탕으로 한 ‘바시르와 왈츠를’이 위트가 엿보이면서도 근본적으로 묵직한 작품이었다면 ‘더 콩그레스’는 디지털에 의해 진짜가 사라지고 가짜가 세상을 장악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개성과 실체가 기술 문명에 의해 휘발되는 암울한 미래를 묘사해 묵직함보다는 냉소가 작품을 지배합니다. ‘바시르와 왈츠를’이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실사로 전환되는 장면이 한 번뿐이지만 ‘더 콩그레스’는 실사로 시작해 애니메이션을 거쳐 다시 실사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전환된 뒤 엔딩 크레딧을 맞이합니다.

현실 풍자

주인공 로빈 라이트는 자신의 실명으로 등장하며 그녀의 대표작 ‘프린세스 브라이드’와 ‘포레스트 검프’도 언급됩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영화사 미라마운트는 미라맥스와 파라마운트의 합성어로 보입니다. 미라마운트의 CEO 제프는 로빈에게 SF와 판타지를 칭송하며 ‘반지의 제왕’을 거론하고 키아누 리브스와 미셸 윌리엄스도 스캔을 수락했다며 로빈을 유혹합니다. 로빈을 스캔해 제작된 B급 SF 액션 영화 ‘RRR’의 제목의 붉은색 폰트는 ‘300’을 연상시킵니다.

로빈이 미래학 회의에 참석해 애니메이션 즉 ‘환각의 세계’로 넘어간 뒤에도 현실 풍자는 계속됩니다. 교주와 같이 참석자들을 열광시키며 신기술 브리핑에 여념이 없다 암살되는 리브스 밥스(Reeves Bobs)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풍자로 보입니다. 예수, 석가모니, 체 게베라, 마이클 잭슨 등 위인이나 실존 인물은 물론 ‘철완 아톰’의 수염 아저씨(ヒゲオヤジ) 등 유명 캐릭터들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로빈과 아론 모자는 물론 제프와 같이 실사 부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애니메이션 버전도 제시됩니다.

주제 의식은 선명하지만…

‘더 콩그레스’의 주제의식은 선명합니다. 디지털에 의존하는 ‘환각의 세계’에 함몰되는 것을 경계하고 초라하지만 삶이 녹아 있는 ‘진실의 세계’로 눈을 돌릴 것을 강조합니다. 로빈을 돕는 미라마운트의 애니메이션 담당자 딜런의 대사를 통해 주제 의식은 직접적으로 제시됩니다.

하지만 디지털에 대한 경계를 주제의식으로 하면서도 디지털에 의존한 제작 방식이라는 아이러니는 둘째 치더라도 ‘더 콩그레스’는 이미지 과잉과 단순한 서사의 부조화라는 결정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유로움을 넘어 전위적이며 기괴한 작화는 잠시 인상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색채가 지나치게 화려해 눈이 피로합니다.

화려함이 지나친 작화와 달리 서사의 큰 줄기는 매우 단순해 썰렁합니다. 로빈이 아들을 찾는 결말은 특별한 반전도 없으며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123분의 러닝 타임이 매우 길고 지루해 약 60분 안쪽의 중단편 작이었다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현실과 환상,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마구 넘나들지만 산만할 뿐입니다. 애니메이션에 쏟아 부은 역량을 각본으로 옮겼다면 보다 나은 결과물이 탄생했을 것입니다.

‘환각의 세계’를 떠나는 로빈에게 딜런은 자신을 ‘진실의 세계’에서 찾지 말 것을 부탁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정말로 찾지 않는 것도 아쉽습니다. 딜런의 실제 모습이 어떤지 궁금증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딜런의 초라한 실제 모습을 공개해 디지털 세계가 빛 좋은 개살구임을 강조하는 연출이 등장했더라면 보다 눈길을 잡아끌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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