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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 가짜 ‘갓질라’ 아닌 진짜 ‘고지라’ 영화

※ 본 포스팅은 ‘고질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99년 일본의 원전에서 누출 사고가 일어나 조(브라이언 크랜스톤 분)가 아내 산드라(줄리엣 비노쉬 분)를 잃습니다. 2014년 조의 아들인 군인 포드(아론 테일러 존슨 분)는 15년 전 사고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조와 함께 옛 원전에 잠입했다 날개를 지닌 거대한 괴수의 각성을 목도합니다.

1954년과 1999년의 의미

가레스 에드워즈 감독의 ‘고질라’는 일본의 유명한 괴수 특수촬영 영화 ‘고지라’의 리메이크입니다. 핵 실험으로 위장되었으나 실은 고지라에 대한 핵 공격이 서두에 묘사되는 1954년은 일본에서 오리지널 ‘고지라’의 첫 번째 영화가 개봉된 해입니다.

한편 악역 괴수 무토의 각성에 의해 산드라가 사망하는 1999년은 할리우드에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고지라’를 리메이크했던 ‘고질라’가 개봉된 1998년의 이듬해입니다. 즉 가레스 에드워즈의 ‘고질라’는 호평을 받지 못했던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와 결별한 리부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의 제작사는 트라이스타였으나 가레스 에드워즈의 ‘고질라’의 제작사는 워너 브라더스로 바뀌었습니다.

일본 ‘고지라’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

‘고질라’는 시간적 배경이 된 연도뿐만 아니라 다수의 오마주로 가득합니다. 이를테면 오프닝에 내레이션과 함께 삽입되는 것을 시작으로 고질라가 등장할 때마다 깔리는 배경 음악은 1954년 작 ‘고지라’에서 이후쿠베 아키라가 작곡했던 고지라의 메인 테마를 그대로 활용한 것입니다.

1999년 어린 포드의 방 안에는 두 마리의 괴수가 혈투를 벌이는 일본 괴수 특수촬영 영화 포스터가 눈에 띕니다. 고질라가 악역을 맡아 최후를 맞이했던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와 달리 고질라가 선역을 맡아 악역 괴수와 사투를 벌이는 리부트된 ‘고질라’의 줄거리를 암시하는 것입니다.

‘고질라’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부르며 인간과 의사소통할 수 없는 고질라의 마음을 읽어내는 세리자와 이시로 박사는 1954년 작 ‘고지라’의 극중 등장인물 세리자와 다이스케 박사와 영화를 연출한 감독 혼다 이시로의 이름을 합친 것입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정력적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인 배우 와타나베 켄이 ‘고질라’에 캐스팅된 것은 단순히 일본이 프랜차이즈 본가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1954년 작 ‘고지라’에 대한 무한한 경의가 반영된 것입니다.

세리자와가 원어 발음인 ‘고지라(ゴジラ)’로 두 번이나 부르는 반면 다른 미국인 등장인물들은 미국식 작명인 ‘갓질라(Godzilla)’로 부르기보다 가급적 부르지 않는 방식을 선택한 것도 오리지널에 누를 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1998년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가 개봉되었을 때 오리지널의 팬들은 ‘갓질라’로 부르는 미국인 배우들의 발음에 거부 반응을 보인 바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세리자와가 소속된 특수 기관 모나크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네르프와 같이 일본 특수촬영물이나 슈퍼 로봇물에서 단골로 등장하던 특수 기관을 연상시킵니다.

결말에서 포드는 핵폭발을 멈추기 위해 고래 관찰선에 탑승합니다. 1954년 고지라가 최초 작명될 때 ‘고릴라(ゴリラ)’와 ‘고래(クジラ)’를 합성한 것에서 비롯된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고지라의 필살기였던 입에서 내뿜는 화염은 ‘고질라’에서 아끼고 아끼다 최후의 전투에서 활용됩니다. 다만 1954년 작 ‘고지라’에서 붉은색이었던 것이 ‘고질라’에서는 사실성과 신비로움을 배가시키기 위해 푸른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고질라의 적 무토는 암수 두 마리로 등장합니다. 무토는 ‘미확인 거대 생명체’를 의미하는 ‘Massive Unidentified Terrestrial Organism’의 줄임말이지만 이름부터 일본적입니다. ‘武藤(むとう)’라는 일본인 성(姓)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토는 직선적인 몸체를 지닌 사악한 이미지로 곡선적이며 인간적인 고질라의 체형과는 대조적입니다. 암컷이 수컷에 비해 덩치가 큰 무토는 기본적으로 사마귀를 연상시키지만 낫 모양의 독특한 손은 1972년 ‘고지라 대 가이강’에 등장했던 가이강을, 거대한 날개를 지녀 비행 능력을 갖춘 수컷 무토는 모스라, 라돈, 킹기도라와 같이 날개를 지녀 비행 능력을 갖췄던 괴수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괴수가 새끼를 낳는 출산과 번식은 일본 특수촬영 영화뿐만 아니라 ‘에이리언’ 시리즈, ‘킹콩2’,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 그리고 ‘클로버필드’까지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입니다.

세리자와의 아버지가 1945년 히로시마 원폭으로 사망했다는 설정이나 극중에 묘사되는 핵발전소 누출 사고와 쓰나미는 3.11 동일본 대지진을 연상시킵니다. 일본이 사건의 발단이 되며 하와이를 거쳐 미국 본토로 괴수들이 이동하는 경로는 오리지널 고지라가 제작되어 유명해지고 미국에서 리메이크되는 과정을 빗댄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과 오리지널 고지라에 대한 경의로 가득하지만 미국인 배우들의 일본어 대사는 매우 어색합니다. 대사 속 ‘후지야마(ふじやま)’라는 지명도 ‘후지산(ふじさん)’의 오류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족 대 가족의 대립

‘고질라’의 서사 구조는 가족과 가족의 대립입니다. 포드의 부모는 무토에 의해 사망하며 포드도 무토로부터 아내 엘르와 어린 아들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포드가 무토를 격퇴하는 데 일조하는 것은 넓은 범주에서 부모의 사망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입니다. 포드가 직접적으로 무토와 상대할 수는 없으니 고질라가 포드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극중에서 부부로 등장한 포드 역의 아론 테일러 존슨과 엘르 역의 엘리자베스 올슨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추가 영상에 등장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퀵실버와 스칼렛위치의 쌍둥이 남매로 출연할 것으로 예고된 바 있습니다.

무토 또한 부부이며 새끼들을 부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무토의 암수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는 차이나타운의 문 위에 두 마리의 용이 마주하는 장식이 화면 하단에 보입니다. 직접적인 비유라 할 수 있습니다. 무토 부부가 상봉하는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포드와 엘르 부부도 재회합니다.

오락성은 글쎄…

‘고질라’의 스케일이나 오락성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클라이맥스의 괴수 대결 장면은 볼만하지만 그것이 전부입니다. 클라이맥스를 앞두고 고질라와 무토 부부가 싸울 만 하면 다음 시퀀스로 넘어가 아쉬움을 남깁니다. 클라이맥스 이전까지는 평범한 재난 영화에 그칩니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나 ‘클로버필드’의 전개 방식을 답습합니다. 특수촬영 영화에서 괴수를 아끼다 클라이맥스에서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전통적인 정석이기는 하지만 화끈한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실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클라이맥스도 액션의 질과 양은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보다는 낫지만 ‘퍼시픽 림’에 비하면 부족합니다. 인간 드라마를 중시해 미군의 등장 비중이 크지만 진부하며 지루합니다. 괴수의 출연 분량을 보다 늘리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IMAX 3D에서 고질라의 발걸음에 의해 흔들리는 IMAX 3D의 로고와 본편에서 고질라가 포효하는 효과음은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3D 효과는 미미합니다. 3D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는 장면은 비 내리는 금문교 위에서 스쿨버스 기사의 얼굴 클로즈업입니다.

‘고질라’는 고질라가 어린이들을 구하는 선역 괴수로 위치를 잡으며 오리지널의 요소를 충실히 오마주한 것에서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후속작에서는 보다 강력하고 다양한 괴수들이 등장해 고질라와 혈투를 벌여 괴수 액션의 비중이 강화되기를 기대합니다.

한글 자막에서 두 차례 제시되는 ‘흡연을 삼가해주십시오’는 ‘흡연을 삼가주십시오’의 오류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2014/05/27 11:1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rumic71 2014/05/27 15:42 #

    영화에서는 이시로가 아니고 이찌로였습니다.
  • 디제 2014/05/27 21:50 #

    ‘고질라’ 공식 사이트 http://www.godzillamovie.com/

    메뉴 중 CAST & CREW에서 KEN WATANABE는 DR. ISHIRO SERIZAWA로 명기하고 있습니다.
  • rumic71 2014/05/28 15:36 #

    그렇다면 그런 해석이 맞겠군요.
  • 후유키 2014/07/15 01:08 #

    고질라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해 (뉴타입 6월호 p82~p85 인용)
    고질라 탄생 60주년을 맞는 2014년에 개봉한 '고질라'는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정통 '고질라' 시리즈의 정수를 제대로 계승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실 정통 '고질라' 시리즈라고는 해도 2004년 시리즈가 일단 중단되기까지 50년 동안의 작품을 살펴보면 그중에는 명작도 있지만 온갖 졸작들 역시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8년 롤랜드 에머리히가 만들었던 '고질라'는 거대 몬스터 영화로서의 재미는 둘째치고, 적어도 [고질라] 팬들 사이에서 졸작이라 평할 가치도 없는 완전히 다른 물건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덩치만 커다란 에머리히의 [고질라]는 망토도 없고, 하늘도 날지 못하며 가슴의 S마크도 없으면서 슈퍼맨임을 자칭하는 힘만 센 남자나 다를 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고질라에 등장하는 고질라는 어찌 됐든 제대로 '고질라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작품 역시 정통 괴수 영화의 느낌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의 고질라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었을 당시 우리나라만은 일본 문화 금수 정책으로 인해 그런 흐름을 타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관객들이 느끼는 재미를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점은 적잖이 아쉽습니다. 이글에서 이번 고질라의 주요 인물 두 명과 주요 두 종류를 살펴 봄으로써 작품의 재미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보고자 합니다.

    <포드 브로디>
    애런 테일러 존슨이 연기하는 주인공 포드 브로디는 역대 [고질라] 시리즈. 아니, 지금까지 나온 괴수 영화의 모든 주인공 중에서도 단연 가장 많은 고생을 한 인물입니다. 15년 전. 아직 어린아이였던 포드는 일본 잔지라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로 인해 어머니를 잃었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버지도 거의 폐인이나 다름없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굳은 의지로 아픔을 이겨내 늠름한 군인이 되었고,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아들을 가진 가정이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아내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파헤치려는 아버지를 따라 잔지라로 행했던 그는 거기에서 엄중한 감시 하에 봉인되어 있던 '무언가'를 보게 됩니다. 그것은 앞으로 그가 겪게 되는 험난한 운명의 시작이었습니다. 잔지라 원전에 봉인되어 있던 '무토'이 눈앞에서 되살아나자 포드는 그저 살기 위해 뛰고. 또 뛰었습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고행으로 돌아가려던 그는 또 다시 '무토'가 나타나 하와이를 잿더미로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고, '무토'가 자신의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알자 지원해서 군에 복귀해 '무토' 격퇴 작전에 나섭니다. 동료들이 '무토'의 공격으로 차례로 목숨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그는 한층 더 위험한 작전에 몸을 던집니다. 과연 그는 '무토'를 물리치고 사랑하는 가족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이렇듯, 이 작품의 주인공 포드는 지금까지 괴수 영화에서 등장한 다양한 '피해자'와 '군인' 캐릭터의 역할을 하나로 합친 '종합 선물세트형' 주인공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몇 번을 죽었을 상황에서도 악착같이 살아남는 그의 모습은 과연 주인공이라 할 만하지만, 어디까지나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그의 시점에서 보는 '괴물'의 거대함과 무자비함은 그야말로 절망적으로 느껴집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포드 브로디에게 최대한 감정이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구 반 바퀴를 도는 동안 계속해서 거대한 재난에 맞닥뜨리는 포드 브로디의 시점에서 보는 이 작품은 그야말로 다시없을 거대한 '재난영화'입니다.

    <닥터 세리자와>
    와타나베 켄이 연기하는 닥터 세리자와는 1954년 첫 [고질라] 영화에서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 고질라를 쓰려뜨렸던 세리자와 박사에게서 그 이름을 따온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예전의 세리자와 박사처럼 과학의 힘으로 고질라와 싸우는 '주인공형 과학자'라기보다는, 대부분의 괴수 영화에서 등장하는 전형적인 '해설자형 과학자'에 가깝습니다. 작품 초반에는 잔지라 원전에 봉인된 '무토'을 연구하고 있던 일종의 흑막처럼 보였지만, 일단 '무토'가 깨어나고 통제 불능 상황으로 발전한 이후에는 '무토'의 특징이나 행동에 대해 해설하면서 군의 대응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맡게 됩니다. 하지만 원래 정통 괴수 영화에 나오는 군대는 무슨 짓을 해도 괴수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부족한 전투력을 메우려는 갖가지 기상천외한 작전으로 괴수에게 대항해보지만 결국 실패한다는 법칙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지상 최강의 전력을 갖고 있다는 미군은 '무토'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어이없이 무력화되고 오히려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입히기까지 합니다. 이에 닥터 세리지와는 자칫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는 무모한 작전을 시작하려는 사령관을 만류하지만 결국 작전은 시행되고 맙니다. 닥터 세리자와와 그와 함께하는 사령관에게서는 앞서 말했듯이 기존 괴수 영화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해설자형 과학자'와 '되는 일이 없는 지휘관'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정통 괴수 영화 팬이라면 오히려 이쪽에 더 많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토>
    M.U.T.O(Massive Unidentified Terrestrial Organism, 미확인 육상 거대 생명체)는 곤충이나 에일리언을 연상시키는 단단한 외골격을 가진, 감정이입의 여지가 없는 괴물입니다. 이 무토는 미국인의 시점에서 본 '괴수'의 특징을 가장 순수하게 구현화된 존재이며, 이 때문에 이 무토는 과거 <고질라> 영화에 등장했던 고질라의 몇몇 특징과 1998년 롤랜든 에머리히 감독이 탄생시킨, 정통 [고질라] 팬이라면 결코 인정하지 않는 거대 이구아나의 특성까지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이 무토는 역대 고질라의 가장 큰 정체성이었던 '핵'에 대한 공포를 고스란히 옮겨 온 존재입니다. 최초의 고질라가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의 공포를 그대로 형상화시킨 괴수라면, 이 무토는 바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사람들에게 줬던 공포를 형상화한 괴수입니다. 인간들은 이 무토에서 뭔가를 얻어낼 생각으로 15년 동안 연구를 계속했지만 그 결론은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힘에 의한 철저한 파괴뿐이었습니다. 무토가 가지고 있는 EMP(전자기 펄스) 능력은 온 인류의 모든 전자기기를 무력하게 만들고, 그 앞에서는 최첨단 기술로 제어되던 전투기조차도 하루살이처럼 떨어져갈 뿐입니다. 핵미사일과 그 속에 가득한 인간의 오만함을 씹어 먹으며 점점 크고 거대한 괴물이 되어가는 무토를 막아내기 위해 인류가 선택한 방법은 그야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도박이었습니다. 하지만 무토는 그런 인류를 미웃듯이 더 큰 재앙의 씨앗을 착착 준비하고 있었는데...

    <고질라>
    할리우드에서 다시 <고질라> 영화가 제작되면서 가장 많은 우려를 받았던 점은 바로 '이 영화에는 '진짜 고질라'가 나오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1998년에 제작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에 등장한 고질라가 전세계의 [고질라]팬들과 비평가들에게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이후 고질라의 원저작권자인 토호 영화사에 의해 'Godzilla'라는 이름에서 'God'을 삭제당하고 'Zilla'라 개명당한 뒤 진짜 고질라에게 18초 만에 맞아죽는 엑스트라 괴수로 강등당한 사건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이 '질라'가 기존의 팬들에게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외면당한 이유는, 원저작권자가 이름에서 'God'을 빼버린 이유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기존 작품의 고질라는 인간의 문명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태풍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 재해로 그려지거나, 지구 그 자체가 위기에 빠졌을 때 대자연의 대표로 등장해 침략자를 물리치고 지구를 지켜주는 수호자의 역할로 그려졌습니다. 한마디로 'God' 곧 신과 같은 권위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에머리히의 '질라'에게는 그런 권위가 전혀 없었습니다. 단순히 덩치만 큰 이구아나에 불과했던 '질라'는 인류 문명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적 존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생존 및 생식 본능에만 매달리는 단순한 '생물'로서만 그려졌고, 이 때문에 일단 그 생태를 파악당하자 미군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에머리히 감독은 나름대로 '보다 현실적인 고질라'를 만들려고 했다지만, 고질라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성찰조차도 없이 함부로 손을 댄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새롭게 <고질라>의 감독을 맡은 가렛 에드워즈는 그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존 [고질라]의 모든 시리즈를 철저히 분석했음은 물론이고, [고질라]와 조금이라도 장르적 연관성이 있을 만한 작품들까지도 샅샅이 살펴보면서 이미 10년 전 일본에서도 명맥이 끊긴 고질라의 부활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에드워즈 감독이 내린 결론은 에머리히와는 정 반대였습니다. 에머리히의 '질라'가 가지고 있던 '핵'과의 관계성이나 생물적인 특성은 모두 새로운 괴수인 무토에게로 옮겨졌고, 거기에 인류 문명에 대항할 수 있는 EMP 능력이라는 무기를 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무토는 에머리히의 '질라'에게서 고질라의 허상을 걷어내면서 초월적인 능력을 부가한, 보다 완성도 높은 미국식 괴수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질라에게는 이 무토보다도 더욱 강력한 존재이자, 대자연의 균형을 위해 무토를 처단하는 수호자로서의 위치를 주었습니다. 무토의 엄청난 크기와 파괴력이 강조되면서 강조될수록, 이 무토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고질라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커지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고질라는 자신의 개념적 분산이기도 한 무토를 디딤돌로 삼아 인류의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면서도 더욱 강력하고 거대한 존재로서의 카리스마를 획득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을 본 기존 <고질라>의 팬들 대부분은 작품의 완성도나 만족감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 고질라야말로 '진짜 고질라'라는 점에 대해서 다들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60세를 맞은 진짜 고질라의 귀환. 이것만으로도 팬들에게 있어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 후유키 2014/07/15 01:14 #

    무토에 대해서(워작 팬들은 '뮤토') [네이버 지식 인용]
    무토는 인간이전에 지구에서 거주했던 토착 대괴수중 하나입니다. 이미 토착 대괴수라는 설정 하나로 고질라랑 천적관계라는 것이 형성됩니다.
    무토는 암수가 구분되있기에 번식이 가능했는데, 여기서 성체가 되는 무토도 몇 안됩니다. 몸에서 전자기 펄스 (EMP) 충격파를 발사하고 방사능을 뿜는 이 괴수는 존재 자체가 지구에 해가 되는 괴물입니다. 이런 대괴수가 번식을 하는데 고질라가 가만히 볼 수 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깽판을 친겁니다.

    그럼 본질문으로
    왜 고질라가 무토만 때려잡고 바다로 돌아갔을까요?
    본래 고질라의 태초가 시작된 일본에서 만들어진 고지라(일본에서는 고지라라고 칭한다.)는 인간을 파괴하고 지구의 지배자급으로 나오지만,
    요번에는 감독이 일본판 고지라의 성향을 따라가되, 완전히 다른 고질라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감독은 고질라가 지구 자연의 그 자체를 대표하는, 그야말로 인간이 건들 수 없는 지구의 수호자이자 자연의 상징하는 생명체라는 쇼크스러운 설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금문교에서 그렇게 미사일을 쳐맞는데도 고질라가 가만히 갈 길만 간 것입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인 지구의 생태계 평정과 수호를 위하여, 선역으로 출연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인간에게 피해를 안준 것은 아닙니다. 키가 108.2m나 되는 고질라가 지나가면서 그 자리에는 파멸만이 남았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고질라는 지구자연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비록 천적인 무토를 때려잡았다지만 계속해서 자연을 훼손하고 지구 생명체의 균형을 붕괴시키는 인간은 과연 대자연의 급변에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영화 마지막에서 나오는 뉴스 자막 번역은 사실 번역미스로, 제대로 번역하면 "고질라, 세계를 구하다?"입니다.

    "고질라가 바다에 돌아가면서 전광판에 나오는 뉴스는 "고질라 - 도시를 구하다" 라는 자막으로 번역되어 더욱 오인하는 것 같지만, 뉴스의 자막은 Godzilla-the savior of the city?" 입니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물음표를 빼버리면서 전혀 다른내용으로 오독되었습니다. 인간조차도 고질라가 왜 본인들을 구원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마지막에 물음표로 문장을 끝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질라는 인간들을 구원한 것이 아닙니다. 세리자와 박사의 말대로 자연에는 자정능력이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존재했었지만 인간의 양육을 통해 더 성장한 뮤토라는 불균형을 고질라가 바로잡을 뿐입니다. 고질라와 뮤토의 싸움 속에서 인간은 이달의 광경을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포드의 싸움속에서 인간은 이들의 광경을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포드의 어린 시절부터 출발하여 그 속에서 뮤토가 어떻게 탄생하였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고질라에 대해서는 짧게 언급됩니다. "고질라는 '신의 분노' 입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대변한것" 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고대 생태계의 꼭지점이라 불리우는 고질라는 마치 신 혹은 자연 그 자체로 묘사됩니다. 신이나 자연의 기원에 대해서는 미개한 인간이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자연과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우리가 언제까지 자연을 친구삼아서 함께 할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고질라는 자연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자연과 친구가 될 수도,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질라가 묵묵히 인간이 밑에서 깔리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우리 인간이 자연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하고 작은 존재임을 깨닫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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