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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 루즈 - 단순한 서사, 치밀한 뮤지컬 영화

※ 본 포스팅은 ‘물랑 루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899년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으로 상경한 풋내기 작가 지망생 크리스찬(이완 맥그리거 분)은 윗집의 툴루즈(존 레귀자모 분)와 함께 물랑 루즈의 최고 인기 배우이자 매춘부 새틴(니콜 키드만 분)을 만나 새 작품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하려 합니다. 한편 부호인 남작(리차드 록스버그 분)은 물랑 루즈의 지배인 지들러(짐 브로드벤트 분)를 매수해 새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합니다.

단순한 서사가 매력적

바즈 루어만 감독의 2001년 작 뮤지컬 영화 ‘물랑 루즈’가 재개봉되었습니다. 어느덧 13년 전의 영화로 엔딩 크레딧에서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는 니콜 키드만은 당시 33세로 바비 인형과 같은 외모에 한창 물이 올랐을 때입니다. 서두 첫 번째 노래에서 ‘소년’으로 불리는 앳된 이미지의 이완 맥그리거는 30세의 나이였습니다.

‘물랑 루즈’의 서사는 통속적이며 단순합니다. 변변한 저작조차 없는 풋내기 작가와 매력적이지만 시한부 삶을 사는 매춘부, 그리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는 귀족의 삼각관계입니다. ‘춘향전’, ‘춘희’, ‘이수일과 심순애’로 알려진 일본 소설의 번안작 ‘장한몽’ 등 전 세계 각지의 문학 작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입니다. 빈부 격차를 전면에 내세우는 사랑 이야기는 가장 많은 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는 서사이기도 합니다.

극중극을 통해 ‘물랑 루즈’는 단순한 서사를 겹겹이 쌓아올리는 변주를 도모합니다. 크리스찬이 각본을 쓰고 새틴이 주연을 맡으며 남작이 제작비를 대 인도를 배경으로 시타 악사, 창부, 그리고 왕의 삼각관계를 소재로 한 연극을 제시합니다. 가난한 시타 악사는 크리스찬, 매력 넘치는 창부는 새틴, 폭압적인 지배자 왕은 남작을 상징합니다. 미완성 상태의 각본이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추는 과정은 새틴을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의 전개 양상과 박자를 함께 합니다. 한 세기 전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물랑 루즈’가 과거 인도를 배경으로 한 연극을 제작하는 과정을 묘사하며 이중의 이국성을 확보합니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물랑 루즈’는 바즈 루어만의 조국 호주 시드니의 폭스 스튜디오에 촬영되었습니다.

시타 악사가 사랑의 승리자가 되고 왕이 패배하는 결말을 남작이 극도로 거부하는 것은 왕에게 자신을 투영했기 때문입니다. 연극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21세기 연예계에서도 여전한 투자자와 각본가의 갈등, 그리고 여배우의 스폰서 문제를 양념처럼 다룹니다.

이중의 액자 구조

서두에서 크리스찬은 1900년임을 명시하며 새틴과 처음 만났던 1년 전을 회고합니다. 따라서 ‘물랑 루즈’는 1900년과 1899년, 그리고 인도 배경의 연극까지 삼중의 액자 구성을 지닌 것입니다. 뉴스 화면으로 시작된 1996년 작 ‘로미오와 줄리엣’과 닉의 회상으로 시작된 2013년 작 ‘위대한 개츠비’ 등 바즈 루어만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물랑 루즈’ 또한 액자 구성을 지닌 작품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서두에서 크리스찬이 이미 새틴이 고인이 되었음을 밝힌다는 점입니다. 새틴의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새틴이 죽기 전 누구를 선택했고 어떻게 죽어갔는지에 방점을 두고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 것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 루즈’,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는 액자 구성 외에도 공통점이 많습니다. 죽음으로 종결된 비극적 사랑을 뼈대로 극단적인 빈부 격차, 향락의 극치 속의 허무함, 실내와 밤 장면이 많아 세트에 의존한 촬영, 화려한 의상과 조명에서 비롯된 강렬한 영상, 현란한 편집, 엄청난 비중의 음악까지 그러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머큐쇼를 흑인 여장 남자로 해석한 바 있는데 ‘물랑 루즈’에서는 새틴을 남작으로부터 구출한 흑인 배우 데오피아 오파라이가 분한 쇼콜라가 여장 남자로 등장합니다. 타자기를 등장시켜 글을 쓰는 장면을 제시해 지나간 사랑을 회상한다는 점과 20세기 초반의 흑백 무성 영화 풍의 연출까지 ‘위대한 개츠비’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유명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로미오와 줄리엣’, ‘위대한 개츠비’와 달리 ‘물랑 루즈’는 바즈 루어만 감독이 직접 집필에 참여한 오리지널 각본이기에 창작의 자유도는 높습니다. 따라서 ‘물랑 루즈’가 ‘로미오와 줄리엣’과 ‘위대한 개츠비’와 달리 본격적인 뮤지컬로 탄생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서사 속에서 과장되고 유머러스한 연출로 인해 가벼운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엄청난 숫자의 컷을 자랑하는 편집이 말해주듯 매우 치밀하게 준비된 작품입니다. 바즈 루어만은 약 5년 간격으로 한 편 씩 영화를 연출하는 과작 감독입니다.

극중에 사용된 곡 중에는 유명한 팝 및 락 음악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랑 루즈의 화려한 공연이 처음 제시될 때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가 깔립니다. 거대한 코끼리상 위에서 크리스찬이 새틴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는 이제는 고인이 된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가, 새틴과 동침하고픈 마수를 드러내는 남작을 지들러가 달랠 때는 마돈나의 ‘Like a Virgin’이 삽입됩니다. 삽입곡 중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제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존 레귀자모와 짐 브로드벤트

신체적 결함을 지녔으며 물랑 루즈의 포스터도 그린 당대의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으로 분한 존 레귀자모는 다채로운 연기를 펼칩니다. 1997년 작 ‘스폰’에 광대 역으로 출연했을 때 못지않습니다. 하지만 전성기에 상복이 없었던 데다 최근에는 연기력을 살릴 만한 작품과 인연을 맺지 못해 실력에 비해 불운한 배우입니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선과 악이 분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가장 인간적이며 입체적인 인물은 물랑 루즈의 지배인 지들러입니다. 짐 브로드벤트가 분한 지들러는 남작의 유혹에 넘어가 새틴을 팔아넘기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틴의 건강을 진정 염려하기도 합니다. 크리스찬을 저격하려는 남작을 구타해 권총을 에펠탑까지 날려버려 남작이 아닌 크리스찬이 의도하는 연극의 결말을 만드는 일등공신이 되는 인물이 지들러입니다.

첫머리에서는 20세기 폭스사의 로고가 복고적인 감각으로 익살스럽게 제시됩니다. 엔딩 크레딧의 말미에는 진실, 아름다움, 자유, 그리고 사랑을 강조하는 보헤미안 정신이 자막으로 제시됩니다. 보헤미안 정신과 함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극중 대사는 모든 영화의 근본 정신이기도 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 기시감으로 가득한 잡탕 오락 영화
위대한 개츠비 - 매력 되찾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위대한 개츠비 - 개츠비의 녹색 불빛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십생로랑 2014/05/15 19:00 # 삭제

    잘 읽었습니다. 위대한 게츠비 영화 제작연도에 오타가 있네요.
  • 디제 2014/05/15 23:07 #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는 2013년 작이 옳습니다.
  • 십생로랑 2014/05/26 04:02 # 삭제

    그러니까 그 연도를 2103 년으로 표기하셨다구요.
  • 디제 2014/05/26 06:16 #

    지적 고맙습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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