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콘텐츠뷰/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온리 갓 포기브스 - 진 주인공은 태국 경찰 창 영화

※ 본 포스팅은 ‘온리 갓 포기브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태국에 거주하는 킥복싱 코치 줄리앙(라이언 고슬링 분)의 형 빌리(톰 버크 분)가 16세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그녀의 아버지에게 복수를 당해 살해됩니다. 줄리앙은 빌리 살해의 배후에 경찰 간부 창(비데야 판스링감 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줄리앙의 어머니 크리스탈(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은 줄리앙에게 빌리의 복수를 종용합니다.

‘드라이브’를 능가하는 폭력성

드라이브’의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과 라이언 고슬링이 재회해 합작한 2013년 작 ‘온리 갓 포기브스(Only God Forgives)’는 ‘신만이 용서한다’는 제목처럼 잔혹한 폭력으로 점철된 남성적인 하드보일드 느와르입니다. ‘드라이브’를 연상시키는 푸른빛도 일부 보이지만 대부분의 장면은 선명한 유혈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가득합니다. 데이빗 린치의 ‘트윈 픽스’처럼 현실과 환상이 중첩되어 몽환적이며 대부분의 러닝 타임이 할애된 실내 공간 또한 비일상적이고 자극적입니다.

주인공 줄리앙이 89분의 러닝 타임 동안 대사가 단 17마디인 것에서 드러나듯 크리스탈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매우 과묵합니다. 의사 표현을 언어 대신 폭력으로 행하기 때문입니다. ‘드라이브’에서 폭력 장면이 돌발적이며 제한적이었던 것과 달리 ‘온리 갓 포기브스’는 러닝 타임 내내 폭력으로 일관합니다. 창이 자신의 살해 시도 배후를 캐는 과정에서 잔혹한 고문을 행하는 등 고어 장면의 수위가 매우 높지만 의외로 결정적인 장면은 생략해 관객의 상상에 맡깁니다. 무언의 등장인물들이 행하는 폭력을 대변하는 소리는 ‘드라이브’에 이어 다시 참여한 클리프 마르티네즈의 불길한 배경 음악과 총격음, 타격음, 그리고 칼이 공기를 가르며 살을 베는 날카로운 효과음이자 동시에 ‘온리 갓 포기브스’의 ‘진정한 목소리’라 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브’는 주인공 드라이버와 이웃집 유부녀 아이린과의 로맨스가 제시되며 아이린의 어린 아들 베니치오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숨 쉴 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온리 갓 포기브스’에서는 로맨스가 존재하지 않으며 줄리앙은 매춘부 마이(야야잉 라타 폰감 분)와의 관계에서도 마치 성불구자인 것처럼 행동하며 따뜻한 마음씨를 거의 내보이지 않습니다. 비현실적이며 어색한 배우들의 연기와 과장된 유혈 장면은 1980년대 후반의 홍콩 느와르를 연상시키지만 감정적으로는 극히 건조해 기타노 다케시의 연출작들을 상기시키기도 합니다. ‘드라이브’와 마찬가지로 도시적인 20세기 후반의 B급 영화의 요소들도 재현했습니다. 스케일이 크지 않으며 등장인물들이 적어 미니멀리즘에 입각했다는 점에서도 ‘드라이브’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 금기시되는 어린이 살해는 제시되지 않으며 줄리앙은 창의 어린 딸을 지키기 위해 동료를 살해합니다. ‘드라이브’의 정의의 사도 드라이버의 개성이 옅은 흔적으로 남은 것입니다.

불친절한 서사, 부족한 완성도

오프닝 크레딧이 태국어로 제시되고 엔딩 크레딧 또한 태국어를 크게 표기한 반면 영어는 상대적으로 작게 표기됩니다. 공간적 배경은 내내 태국에 국한되며 상당수의 대사가 태국어입니다. 킥복싱은 클라이맥스를 비롯해 ‘온리 갓 포기브스’의 중요한 모티브입니다. 하지만 크리스탈이 ‘Yellow Nigger’라고 언급하는 대사와 같이 인종차별이나 오리엔탈리즘의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무리 크리스탈의 천박함을 표현하기 위함이라지만 결코 바람직한 대사는 아닙니다. 태국을 마치 무법천지인 양 묘사하는 것도 비현실적입니다.

‘온리 갓 포기브스’의 최대 약점은 불친절이 지나쳐 구멍이 곳곳에 난 서사입니다.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빌리의 소녀 살해는 이유가 불명확합니다.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창이 빌리의 살해를 사주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빌리와 줄리앙 형제가 마약 밀매에 종사하고 있기에 창이 그 이익을 탐하고자 그들을 제거하려는 것이라 짐작할 수 있지만 명확히 제시되지는 않습니다.

어머니 크리스탈과 포옹하는 장면이나 크리스탈이 창에게 살해된 칼로 그녀의 아랫배를 베고 손을 집어넣어 자궁을 만지는 기괴한 장면에서 드러나듯 줄리앙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지닌 인물로 암시됩니다. 줄리앙은 크리스탈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언급되는데 왜 아버지가 크리스탈을 살해하려 했는지, 그리고 줄리앙이 왜 아버지가 아닌 크리스탈을 선택했는지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대사가 극도로 적고 서사의 짜임새가 부족한 것은 이야기보다는 영상의 스타일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려는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실험적이며 탐미적인 연출 의도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드라이브’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며 일반 관객으로부터도 호응을 얻기 어려운 작품인 것이 사실입니다. 매우 정적인 카메라 워킹도 지루하게 수용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진정한 주인공, 창

진정한 주인공은 줄리앙이 아닌 창입니다. 창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줄리앙의 주변 인물들을 하나하나 말살하더니 결국 줄리앙도 무릎을 꿇립니다. 창은 큼지막한 칼만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맨손 격투의 초고수이기도 합니다. 아버지를 살해한 경력을 지녔으며 한껏 무게를 잡는 줄리앙은 창에게 도전하지만 왼쪽 눈이 찌부러질 정도로 흠씬 얻어맞고 완패합니다. 초반부에 제시된 잠재의식이 재현되듯 결말에서 줄리앙이 선선히 양 팔을 내밀어 창에게 잘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현격한 실력 차를 드러내며 힘 한 번 못 써보고 패배하는 결말에 대해서는 신선하다고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줄리앙이 어머니의 자궁을 만지는 근친상간에 가까운 행동으로 인해 자궁을 만진 손을 잘리는 응징을 당했다고도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이 압도적인 카리스마만을 자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표정한 무적의 악역 경찰이라는 점에서는 ‘터미네이터 2’에서 경찰복을 착용했던 악역 T-1000을 연상시키지만 달리기 능력만큼은 T-1000에 비해 크게 모자랍니다. 교묘한 편집으로 숨기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창의 배우 비데야 판스링감의 달리기 연기가 서툴러 저격범과의 추격전 장면이 어색합니다.

결말과 엔딩 크레딧의 가교 역할을 하는 등 세 번에 걸쳐 제시되는 창의 가라오케 노래 장면은 어색함의 극치입니다. 극한의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순정한 사랑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삽입해 역설과 기묘함을 강조하지만 실소를 자아내는데 그칩니다. 창의 노래를 엄숙한 표정으로 듣고 있는 부하 경찰들 또한 우스꽝스럽습니다.

드라이브 - 서부극 서사의 영웅 판타지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