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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 - 실사 시트콤으로 부활한 패트레이버 영화

※ 본 포스팅은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연출한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는 1988년부터 약 10여 년 간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으로 전개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의 실사 영화입니다. 만화 및 애니메이션이 특차 2과 2소대의 ‘영광의 1기’를 묘사한 데 이어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는 ‘무능의 3기’를 묘사합니다. ‘영광의 1기’와 ‘무능의 3기’ 사이에는 ‘몰개성의 2기’가 기억조차 남기지 않았다는 설정입니다. 제1장은 에피소드 0 ‘영광의 특차 2과’와 에피소드 1 ‘3기 출동하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피소드 0 ‘영광의 특차 2과’

에피소드 0 ‘영광의 특차 2과’는 제왕적 권위를 누리는 2대 정비반장 시바 시게오(치바 시게루 분)의 내레이션을 통해 15분의 러닝 타임 동안 특차 2과의 과거와 현재를 제시하는 에필로그입니다. 성우 겸 배우 치바 시게루는 애니메이션에서 젊은 정비반원 시바 시게오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바 있습니다.

이즈미 노아, 시노하라 아스마를 비롯한 특차 2과 2소대 1기의 행적이 그들의 옛 뒷모습과 함께 설명되는데 노아와 아스마는 공사를 넘나드는 파트너가 되었다며 결혼이 암시됩니다. 오오타 이사오, 신시 미키야스, 야마자키 히로미, 카누카 클랜시까지 소대원들의 뒷모습이 실사 버전으로 제시되지만 1소대장 나구모 시노부와 2소대장 고토 키이치는 뒷모습이 제시되지 않는 채 빈 책상만 제시됩니다. 1소대는 이미 해체된 뒤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경찰복을 벗고 뿔뿔이 흩어진 상황입니다. 불황 속에서 정년이 보장되는 경찰을 대부분이 사직한 설정은 다소 비현실적입니다. 실사 버전에 옛 캐릭터들이 등장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설정이지만 동시에 에피소드 2 이후에 등장할 경우 극적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설정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옛 정비반장 사카키 세이타로는 영정 사진으로 특차 2과 및 제자 시바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시바는 마징가와 자이언트 로보를 들먹이며 자위대의 레이버 부대가 해체되는 등 이족보행 로봇의 시대가 종말을 맞았음을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는 여주인공 이즈미노 아키라(마노 에리나 분)와 함께 두 사람은 로봇, 즉 레이버에 대한 열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고집스러우며 시대착오적 인물입니다. 패트레이버를 실사화해 이족보행 로봇이 2014년 도쿄 시내를 활보하는 영화를 내놓은 오시이 마모루와 그 결과물을 극장에서 관람하고 블루레이 등을 구입하는 오타쿠들 또한 어찌 보면 고집스러우며 한물 간 취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36명의 정비반원들이 노래와 더불어 군무를 추는 장면은 뮤지컬적입니다. 하지만 AV-98이 단 2기밖에 남지 않았으며 존폐 기로에 놓인 특차 2과에 정비반원이 36명이나 남아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입니다. 정비반원으로 출연한 배우 중에는 ‘마징가 오쿠보’라는 이름도 보입니다.

에피소드 1 ‘3기 출동하라’

48분의 러닝 타임인 에피소드 1 ‘3기 출동하라’는 처음으로 특차 2과 2소대 3기의 출동을 묘사합니다. 에피소드 0 ‘영광의 특차 2과’에 유일하게 등장했던 주인공 아키라를 제외한 나머지 2소대 대원들이 등장하는데 이름과 성격에서 묻어나듯 1기 캐릭터들을 고스란히 재활용한 패러디의 산물입니다.

이족보행 로봇과 PSP 게임을 좋아하며 스쿠터를 타는 주인공 이즈미노 아키라(泉野 明)는 이즈미 노아(泉 野明), 자전거를 타며 프라모델 제작을 즐기는 청년 시오하라 유우마(후쿠시 세이지 분)는 시노하라 아스마, 근무 중에도 음주를 즐기는 과격한 술주정뱅이 오오타와라 이사무(호리모토 요시노리 분)는 오오타 이사오, 아내에 이혼당해 파친코로 위자료를 벌려는 미키야 신지(시오크차 코우헤이 분)는 여자 친구를 끔찍하게 사랑한 끝에 결혼한 신시 미키야스, 큰 덩치와 달리 양계를 즐기며 과묵하고 소심한 야마자키 히로미치(다지리 시게카즈 분)는 야마자키 히로미, 총검술로 제초작업에 나서는 골초로 ‘카샤’라 불리는 러시아 출신의 예카테리나 크라체브나 카누카에바(오오타 리나 분)는 카누카 클랜시, 어리숙해 보이지만 속내는 비밀스런 2소대 대장 고토다 케이지(카케이 토시오 분)는 고토 키이치의 패러디 캐릭터입니다. 캐스팅과 분장은 그야말로 1기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평면의 그림 밖으로 뛰쳐나와 생명을 얻은 것처럼 생생히 닮았습니다.

캐릭터들의 개성은 그들의 사무실에 배치된 소품에서도 드러납니다. 아키라의 책상 위에는 게임, 유우마의 책상 위에는 미군의 신형 수송기 오스프레이의 프라모델, 이사무의 책상 위에는 사케 미니어처, 그리고 그들의 책상 뒤편에는 AV-98과 레이버 지휘차의 봉제인형이 보입니다.

아키라는 제복인 점프 슈트에 황금색 나이키 운동화를 받쳐 신고 있습니다. 막무가내 이사무는 배우 김상호와 이미지가 흡사합니다. 신지는 전직 프로그래머로 웹 서핑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히로미치의 소심한 행동에는 닭 울음소리가 효과음으로 삽입됩니다. 캬사가 보유한 실총을 시바 시게오는 모델 건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가 총기 마니아임을 상기시킵니다.

고토다는 축구광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경기를 반드시 시청해야 한다며 귀가를 서두르는데 오보로 인해 특차 2과로 돌아온 뒤 루니와 람파드를 비롯해 양 팀이 각각 2명 씩 퇴장 당했다고 만화 같은 결과를 보고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특차 2과의 해체 여부에 대해 궁금해 하는 대원들에게 고토다가 ‘안 가르쳐 준다’며 눙치는 것처럼 1기의 고토처럼 실없고 능글맞은 면이 드러나며 넓은 이마와 각진 얼굴 등 외모도 매우 흡사하지만 아직 ‘면도날 고토’와 같이 예리한 통찰력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고토다의 배우 카케이 토시오의 목소리가 고토의 성우 오오바야시 류스케처럼 굵직한 중저음이 아닌 것은 아쉽습니다.

고토다가 농담해 대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909 상황, 즉 쿠데타는 OVA와 극장판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 the Movie’를 연상시킵니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 the Movie’의 진정한 주인공은 노아를 비롯한 2소대 대원들이 아니라 고토였던 바 있습니다. 차후 후속 에피소드나 내년 5월 개봉 예정인 극장판에서 쿠데타를 소재로 할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동기라 서로 반말했던 2소대 1기의 대부분의 대원들과 달리 3기는 연령대가 제각각입니다. 아키라와 유우마가 20대로 가장 어린 축이며 신지와 이사무는 30대 이상으로 함께 술을 마시러 다닙니다.

레이버는 시대착오적 산물이며 대기 시간은 길고 할 일이 없으니 2소대원들은 시간 죽이기에 열중합니다. 대기 중에 TV 앞에 모여 앉아 2005년 작 특촬드라마 ‘가로’를 시청하며 컵라면의 이상한 레시피에 집착합니다.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상해정에서 어떤 음식을 시켜 먹을 지 논쟁하며 핏대를 세웁니다. 상해정 주인은 특차 2과의 모두를 위한 볶음밥을 요리하며 중국어와 일본어를 혼합한 노래를 불러 에피소드 0 ‘영광의 특차 2과’에 이어 뮤지컬적 요소를 드러냅니다. 상해정 주인과 함께 음식 배달을 위해 차량을 운전한 운전수는 레이버 제작 기술을 훔치기 위한 스파이로 묘사됩니다.

애니메이션에서 과장되게 연출되었던 집단 식사 장면은 실사 영화에서도 2번에 걸쳐 우스꽝스럽게 제시됩니다. 한국의 군 복무 생활을 연상시키며 동시에 애니메이션에서도 묘사한 바 있는 공무원의 관료주의, 무사안일, 복지부동을 보다 과장되게 묘사합니다. 실사 영화의 제작비의 한계 상 레이버 액션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상을 묘사하는 시트콤의 요소가 강화된 것입니다.

작품 속에 묘사되는 첫 번째 출격까지 특차 2과는 두 번의 오보로 인한 출격 준비 소동을 겪습니다. 6명의 2소대원 중 절반이 숙직 근무하며 남은 절반이 퇴근 후에도 언제든 복귀할 수 있도록 대기하는데 이 과정을 종이 인형을 활용해 설명하는 장면은 2002년 작 애니메이션 ‘미니 패트’를 연상시킵니다. 첫 번째 출격에서 2소대는 실존하는 3.8m의 4족보행 로봇 쿠라타스와 대결하지만 6연장 리볼버 캐논을 발사하는 순간 핵폭발처럼 단순하게 묘사되며 세세한 전투 장면은 생략합니다. AV-98과 쿠라타스 모두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액션 장면은 미미하지만 정비반원들이 이동 중인 사다리에 아키라가 뛰어 올라 AV-98에 탑승하는 장면은 현실적이면서도 역동적입니다.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이 로봇에 탑승하는 뱅크 장면은 작품은 물론 로봇물의 장르 자체를 상징하는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노아가 자신의 전용기를 ‘알폰스’라 불렀던 것과 달리 아키라는 아직 AV-98을 별명으로 부르지는 않습니다.

한국 순차 개봉 예고했지만…

액션 장면이 거의 없기에 기존 시리즈의 팬들이 아닌 이상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는 새로운 관객에게는 매우 지루하게 수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후 공개될 제2장부터 제7장까지와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극장판을 위해 제1장은 캐릭터를 소개하며 밑밥을 까는 예고편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카와이 겐지의 배경 음악은 그가 역시 음악을 맡았던 첫 번째 극장판이었던 1989년 작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the Movie’의 분위기와 유사하게 복고적이며 힘이 넘칩니다. 아이돌 출신의 주연 마노 에리나는 엔딩 주제가 ‘Ambitious!’를 불렀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종료된 후에는 특차 2과를 상징하는 ‘特2’라 매직펜으로 표기된 대형 주전자가 스틸 사진으로 제시됩니다.

일본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한국에 개봉된 사실을 알리며 제7장까지 순차 개봉될 것이라 공지하고 있습니다. VOD를 노리고 한국에 개봉된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제7장까지 국내에 순차 개봉될 것이라는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특차 2과의 위치가 동떨어진 매립지임을 밝히는 대사에서 ‘매립지’를 제외한 한글 자막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패트레이버의 세계관을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를 통해 처음 접하는 이들은 왜 특차 2과가 상해정과 편의점에만 의존하는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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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암흑요정 2014/04/28 09:49 #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철학과 개그가 이해하기 힘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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