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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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피스 - 일본적인 5편의 단편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 본 포스팅은 ‘쇼트 피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메모리즈’ 연상시키는 기획


‘쇼트 피스’는 ‘오프닝’을 비롯한 5편의 애니메이션을 68분의 러닝 타임으로 묶은 옴니버스 작품입니다. 원제가 ‘SHORT PIECE’나 ‘SHORT PIECES’가 아니라 ‘SHORT PEACE’인 것부터 흥미롭습니다. 오토모 카츠히로와 모리모토 코우지가 감독으로 참여했는데 그들이 의기투합했던 1995년 작 SF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메모리즈’를 연상시키는 기획입니다.

오토모 카츠히로의 작품집에서 ‘일본’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택해 애니메이션화한 것에서 드러나듯 5편의 애니메이션은 각각의 개성이 돋보이면서도 매우 일본적입니다. ‘오프닝’과 ‘감보’를 제외한 세 작품 ‘구십구’, ‘화요진’, 그리고 ‘무기여 안녕’에서는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이 등장합니다. 후지산이 등장하지 않지만 ‘오프닝’에서는 일본의 신사가 등장하며 ‘감보’는 16세기 토호쿠 지방을 배경으로 오니와 사무라이가 등장합니다. 5편의 작품이 모두 일본적입니다.

‘오프닝’과 ‘구십구’

모리모토 코우지 감독의 ‘오프닝’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재해석해 소녀 마이가 흰 토끼 메이사에 이끌려 신비스러운 세계로 빠져든다는 줄거리입니다. 5편의 작품 중 오프닝답게 가장 러닝 타임이 짧습니다. Minilogue의 흥겨운 테크노 음악과 함께 관객을 4편의 독특한 작품으로 초대하는 서곡에 해당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이는 ‘기동전사 건담’의 세이라 마스의 분홍색 연방군 군복과 라라 슨의 사복을 비롯한 다양한 애니메이션의 의상을 코스프레합니다.

모리타 슈헤이 감독의 ‘구십구’는 ‘오프닝’을 제외한 나머지 4편 중 가장 단출한 작품입니다. 18세기 산중을 헤매던 나그네가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작은 사당을 발견하고 들어가 우산과 벽에 그려진 여성, 그리고 괴물과 조우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신비스러운 허상의 세계를 헤매는 남자 주인공을 묘사한다는 점에서는 ‘메모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그녀의 추억’을 연상시키지만 ‘구십구’가 훨씬 유쾌하며 결말도 희극적이어서 우울하고 비극적이었던 ‘메모리즈’와 차별화됩니다.

무수한 우산들과 화려한 옷감, 그리고 거대한 괴물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색감이 돋보입니다. 성우 야마데라 코우이치가 목소리를 연기한 나그네가 휴대하는 함 속에 없는 것이 없으며 나그네가 투박한 외모와 달리 손재주가 매우 뛰어난 것도 인상적입니다. 나그네가 모든 우산을 수리하자 우산을 든 개구리 로봇이 일본어로 개구리를 의미하는 ‘がえる’와 ‘돌아갈래’를 의미하는 ‘かえる’ 어느 쪽으로도 들릴 수 있도록 애매하게 발음하는 대사는 웃음을 자아냅니다.

사당을 발견한 순간 강한 비바람에 날아간 나그네의 모자에는 ‘다시’를 의미하는 ‘再’자가 씌어져 있습니다. 사당 안에서 친절과 호의를 베풀며 이성을 잃지 않은 사내는 우산과 겉옷을 선물 받고 다음 날 아침 길을 떠납니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공간에서 오히려 보상을 받고 여정을 계속한다는 점에서 모자의 ‘再’자는 해피엔딩을 암시합니다. 나그네의 앞길에 거대한 후지산이 펼쳐집니다.

가장 인상적인 ‘화요진’, 힘 넘치는 ‘감보’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의 ‘화요진’은 5편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입니다. 18세기 에도를 배경으로 우키요에를 연상시키는 전통적인 작화가 아름답습니다. 서두에서는 공간적 배경인 에도의 시가지가 우키요에 풍으로 제시됩니다. 영화 속 중요 소품인 족자 그림은 소꿉친구로 인연을 맺은 두 주인공 마츠키치와 와카의 어린 시절을 상징합니다. 본편 내내 액자처럼 상하에 바가 삽입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불끄기 놀이를 즐겼으며 성장한 뒤에는 화재 현장에 집착한 마츠키치는 부모와 의절하고 소방대원이 되어 꿈을 이루지만 소꿉친구 와카를 불 속에서 잃습니다. 화재에 휩싸인 지붕에서 사랑이 비극적으로 종결되는 결말은 나도향의 단편 소설 ‘벙어리 삼룡이’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에도 시대의 소방 과정을 묘사하며 시가지를 종횡무진 하는 카메라 워킹이 역동적입니다.

안도 히로아키 감독의 ‘감보’는 5편의 중 가장 힘이 넘칩니다. 소녀들을 제물로 삼는 붉은 오니에 맞서 거대 백곰이 마지막 남은 소녀를 지키기 위해 혈투를 벌이며 산적이 백곰을 돕기 위해 가세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원시적인 감각의 액션인 백곰과 오니의 처절한 결투 장면 등에 유혈이 낭자하며 오니의 아이를 임신한 여성이 상반신 알몸을 노출하는 장면을 감안하면 ‘쇼트 피스’가 한국에서 12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것은 부적합하지 않나 싶습니다. 15세 관람가가 적정했을 것입니다. 결말에서는 오니가 UFO에 탑승했으나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임을 암시합니다.

카토키 하지메의 ‘무기여 안녕’

카토키 하지메가 감독한 ‘무기여 안녕’은 폐허가 된 미래의 도쿄에 ‘스타쉽 트루퍼스’의 강화복을 연상시키는 방어복을 착용한 5인조가 잠입해 무인전차 ‘공크’와 사투를 벌인다는 줄거리입니다. ‘공크’는 극장판 극장판 ‘공각기동대’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던 강력한 무인전차 T08A2 ‘아라크니다’를 연상시킵니다. 앞서 제시되는 3편의 작품과 달리 유일하게 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정통 SF이며 첨단 무기로 가득해 액션이 가장 화려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일본이 과거 내전 상태에 휘말려 폐허가 되었음을 암시합니다. 유쾌한 반전을 제시하면서도 전쟁에 집착하는 인간의 어리석은 본질을 비판하는 결말에서는 분화 중인 후지산도 멀리 보입니다.

각본과 감독, 메카닉 디자인을 담당한 카토키 하지메는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를 비롯해 건담 시리즈에 메카닉 디자이너로 참여했으며 건담 프라모델의 콘셉트 디자이너로도 활약 중입니다. 메카닉 디자인에는 ‘기동무투전 G건담’과 ‘기동전사 건담 제08MS소대’ 등에 참여했던 야마네 키미토시가 가세했습니다.

성우들도 건담 시리즈와 인연을 맺은 인물들입니다. 멜 역의 후타마타 잇세이는 ‘기동전사 건담’의 오르테가, ‘기동무투전 G건담’에서 찬드라 시지마 등으로 참여했습니다. 김렛 역의 우시야마 시게루는 ‘기동전사 건담ZZ’의 메챠 무챠,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의 옥토버 셀란, 진 역의 오오츠카 아키오는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의 아나벨 가토, 정키 역의 오키아유 류타로는 ‘신기동전기 건담W’에서 트레즈 크슈리나다의 목소리를 연기한 바 있습니다. 럼 역의 단 토모유키는 ‘기동전사 V건담’에서 주인공 웃소의 라이벌 크로노클 어셔의 목소리를 연기해 카토키 하지메와 인연이 있었는데 작년 10월 50세를 일기로 사망해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원제 ‘武器よさらば’를 한글자막에서는 ‘무기여 안녕’으로 번역했습니다. 하지만 ‘武器よさらば’는 헤밍웨이의 걸작 ‘무기여 잘 있어라’의 일본어 제목 번역에서 비롯되었음을 감안하면 한글자막으로도 ‘무기여 안녕’보다는 ‘무기여 잘 있어라’로 번역하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상영관 5개, 하루 1회 상영

‘쇼트 피스’는 서울 3곳을 비롯해 국내에 개봉관이 단 5곳에 불과합니다. 하루 1회 상영에 그치는 것은 물론 상영 시간 또한 오밤중이나 새벽녘이 대부분입니다. 4월 17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수는 713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VOD 판매에 앞서 형식적 상영으로 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봉일이 뒤늦게 잡히고 홍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아키라’의 오토모 카츠히로나 건담 시리즈의 카토키 하지메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홍보해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 호소했다면 보다 많은 이들이 관람했을 것이며 흥행 성적도 달라졌을 것입니다. 극장에서 많은 이들이 관람해야 입소문이 많이 날 것이며 VOD도 보다 많은 이들이 구매할 것입니다. 국내 개봉이 의문시 된 작품이 극장에 걸린 것만으로 반갑지만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메모리즈 - 놀라운 작화, 다채로운 삼색의 SF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메모 2014/04/21 11:21 #

    홍보를 했다 하더라도 흥행할만한 작품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네요. 시각적인 면은 풍성하지만 그를 뒷받침할만한 내러티브가 제공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라. 국내 일본 애니메이션 팬덤이 생각외로 저변이 좁고 일본 개봉시에도 수십년 된 구작의 리메이크 영상화인 무기여 안녕 하나만 믿고 가는 영화 취급을 받았던 걸 생각하면 배급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이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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