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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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 치명적 과오의 반복과 대물림 영화

※ 본 포스팅은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은 트레이시 렛츠의 희곡을 존 웰스 감독이 영화화한 가족 소재의 블랙 코미디입니다. 알코올 중독자인 가장 베버리(샘 쉐퍼드 분)가 자살하자 그의 장례식을 전후해 베버리의 아내 바이올렛(메릴 스트립 분)과 장녀 바바라(줄리아 로버츠 분)를 중심으로 웨스톤 가문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묘사합니다.

영화의 최대 반전은?

가족들 간의 관계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입니다. 마지막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는 구강암 환자 바이올렛은 약물에 중독되어 있으며 세 딸을 구박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바바라는 어머니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물론 남편 빌(이완 맥그리거 분)과 별거 중이며 외동딸 진(애비게일 브레슬린 분)과도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소심한 둘째 딸 아이비(줄리안 니콜슨 분)는 사촌 ‘리틀’ 찰스(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와 결혼을 결심했지만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막내 딸 카렌(줄리엣 루이스 분)은 세 번 이혼한 스티브(더못 멀로니 분)와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스티브는 애비게일을 유혹해 대마초를 함께 피우는 호색한입니다. 한 마디로 콩가루 집안입니다.

바이올렛은 여동생 매티 패(마고 마틴데일 분)에 대한 강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내지만 매티 패의 외아들 ‘리틀’ 찰스는 베버리와의 근친 혼외정사를 통해 태어난 아들임이 밝혀집니다. 매티 패는 언니 바이올렛에게 숨기고 있었지만 바이올렛은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매티 패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냅니다. 험담과 독설을 일삼는 바이올렛에게 의외로 사려 깊은 면이 있었던 셈입니다.

베버리의 자살에는 근친 혼외정사에 대한 뿌리 깊은 죄책감이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작가로 신사적으로 묘사된 베버리에게 결정적인 흠결이 있었던 것입니다. ‘리틀’ 찰스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는 장면은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의 최대 반전입니다. 가족을 중심으로 인간관계의 비밀이 회상 장면 삽입 없이 계속 터져 나온다는 점에서는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와 소재의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보다 대가족을 묘사했다는 점에서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이 한 수 위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부모자식지간으로 묘사되는 찰스(크리스 쿠퍼 분)와 ‘리틀’ 찰스의 관계가 실은 피한방울 섞이지 않는 남남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입니다. 매티 패는 불륜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외동아들 ‘리틀’ 찰스를 학대하지만 찰스는 ‘리틀’ 찰스를 감쌉니다. 크리스 쿠퍼와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장신과 그에 어울리는 길쭉한 얼굴형으로 비슷한 인상이라 마치 진짜 부자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니 피가 섞이지 않은 설정이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그렇다고 찰스가 너그러운 인물인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한 자리에 모인 클라이맥스인 일가족의 식사 장면에서 진이 채식주의자라며 고기를 먹기를 거부하자 찰스는 진을 조롱해 웃음거리로 만듭니다. 어머니 바바라조차 진을 감싸주지 않고 함께 조롱합니다. 식탁에 앉은 유일한 미성년자인 진이 웃음거리가 되는데도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어른은 없습니다. 나잇값조차 하지 못하는 어른들입니다.

대물림되는 일그러진 모녀 관계

웨스톤 가문의 모녀 관계는 4대째 비정상적입니다. 바이올렛은 어린 시절 갖고 싶었던 부츠와 함께 자신의 어머니를 회고하며 ‘고약하고 못된 늙은이’였다고 규정합니다. 바이올렛은 장녀 바바라는 물론 세 딸 중 유일하게 자신을 가까이에서 보살폈던 차녀 아이비를 비웃는 것도 모자라 일생동안 치유되지 않을 상처를 남깁니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학대에 크게 상처받았으면서도 자신의 딸들을 학대합니다. 바이올렛은 남편이 남긴 편지로 자살 기도를 알았지만 만류하지 않았으며 금품을 먼저 챙겼고 유산을 딸들에게 한 푼도 물려주려 하지 않는 노추를 보입니다.

딸에 대한 어머니의 학대는 대물림됩니다. 바바라와 진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습니다. 바바라와 별거한 채 젊은 여자와 사귀고 있는 아버지 빌을 진은 혐오하지만 바바라가 아닌 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바바라가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손찌검을 가하는 등 가학적인 어머니라는 점에서 바이올렛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장차 바바라와 진의 관계 또한 바이올렛과 바바라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에 묘사되는 모녀 관계는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라는 대사 그대로입니다.

웨스톤 가문의 피가 섞이지 않은 남자들 또한 결점이 두드러집니다. 빌은 차분하며 지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으며 딸 진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고 흡연을 권했습니다. 진의 흡연은 스티브의 대마초 권유와 스킨십으로 연결됩니다.

외조카가 될 진에게 대마초를 권한 자기과시형 인간 스티브도 제정신은 아닙니다. 스티브로 인해 극중에 개입하지 않고 관조자로 남을 듯했던 가정부 조안나(미스티 업햄 분)가 서사에 개입해 스티브를 폭행하고 그 여파로 스티브와 카렌은 야반도주하듯 떠납니다.

원제 ‘August: Osage County’에서 드러나듯 미국 남부의 오클라호마의 오세이지 카운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중요한 남성 배역 2명을 영국 출신의 이완 맥그리거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맡고 있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소심한 사회 부적응자로 출연했지만 직접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반가워했을 여성 관객이 많을 듯합니다.

온정주의적 결말을 거부하다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은 온정주의적 결말을 거부합니다. 카렌이 한밤중에 스티브로 인해 집을 떠나며 다음날 아침에는 빌과 진이 바바라를 두고 떠납니다. 바이올렛의 실언으로 인해 유일하게 그녀의 곁을 지킨 아이비가 떠납니다. 마지막은 바바라가 장식합니다. 바바라는 도로 한복판에서 잠시 머물며 차에서 내리지만 결국 바이올렛에게 돌아오지 않고 떠납니다. 이전부터 콩가루였던 가족은 완전히 해체됩니다. ‘인간의 일은 장담할 수 없으나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빌의 대사 그대로입니다.

가족 내부의 갈등을 적당히 봉합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과오를 반복하는 결점 투성이 인간의 본질을 직시하기에 오히려 감동적입니다. 극중에 제시되는 인간관계는 막장 드라마와 다를 바 없지만 타협 없이 인간의 본질을 파헤쳐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바이올렛의 곁에 남은 유일한 인물은 조안나입니다. 바이올렛은 조안나가 인디언, 즉 미국 원주민인 것을 비웃으며 인종차별적 성향을 드러내지만 최종적으로 바이올렛에게는 조안나밖에 남지 않습니다. 계단을 올라간 바이올렛이 조안나가 머무는 옹색한 다락방 입구에서 포옹하는 장면은 그녀에게 피가 섞이지 않은 새로운 딸이 생겼음을 상징합니다. 조안나는 자신을 조롱했던 바이올렛을 포용합니다. 스티브를 폭행한 사실에서 드러나듯 조안나는 보수적이면서도 과묵하고 따뜻한 여성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바이올렛이 조안나의 다락방을 향해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은 그녀가 구강암으로 인해 승천, 즉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암시합니다. 자살을 결심한 베버리가 바이올렛의 마지막 나날을 위해 조안나를 고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뚜렷한 개성을 자랑하는 배역을 연기한 화려한 배우들 속에서 메릴 스트립의 명연기는 시종일관 스크린을 압도합니다. 별개의 영화에 출연한 다른 배우와 연기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케이트 블란쳇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블루 재스민’이 없었다면 메릴 스트립은 세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것입니다. 대사가 많으며 호불호는 갈릴 법한 영화이지만 메릴 스트립의 연기와 호화 캐스팅만으로도 건질 것이 충분한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입니다.

진이 TV로 영화 ‘오페라의 유령’을 시청하는 장면에서 ‘안절부절하다’로 번역된 한글자막은 ‘안절부절못하다’가 되어야 옳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어거스트 2014/04/29 04:47 # 삭제

    포스트 잘 봤습니다~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보고 싶어서 본 영화인데 정말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봤어요. 그녀의 명연기와 주조연 할 것 없는 모든 배우가 하나의 완벽한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움직이며 연기한 영화 같습니다. 하지만 그 중 마에스트로는 메릴 스트립이죠 눈빛 표정 손짓 그리고 대사 하나하나 사실 전 디제님의 포스팅을 보기 전까지 그냥 디테일한 부분을 지켜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바이올렛이 엄마에게 차별 받고 자란 것은 알았지만 그것이 학대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녀가 신경질적인 이유가 단지 구강암. 암환자라서 그렇다고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디제님의 포스팅을 보고 하나하나 가족들의 관계와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포스팅을 보게 된 것도 마지막 바바라가 엄마를 떠났는지 아니면 돌아갔는지 궁금했어요. 하지만 떠났군요. 사실 돌아가길 바랬습니다. 그녀가 엄마의 학대? 아니면 신경질적인 엄마라고 하지만 떠날 수 없다는 어쩌면 한국적인 사상으로 영화를 바라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아버지의 자살을 엄마가 방관하지 않았다는걸 알았다면 바바라는 엄마곁에 머물렀을까요? 오랜만에 너무 재밌게 본 영화라 기분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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