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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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IMAX - 기발한 상상력, 놀라운 스펙타클 영화

※ 본 포스팅은 ‘노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투발카인(레이 윈스턴 분)에게 살해당한 노아(러셀 크로우 분)는 꿈속에서 인간들이 대홍수에 의해 절멸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습니다. 노아는 가족은 물론 거인 ‘감시자’와 함께 10년 동안 방주를 건설합니다.

성서와 다른 점은?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노아’는 구약성서 창세기 5장부터 10장에 해당하는 노아와 대홍수를 영화화했습니다. 창조주의 심판에 의해 인류가 절멸하고 노아의 가족들에 의해 새 출발한다는 굵직한 서사는 성경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부는 상당히 다릅니다.

노아가 아내와 세 아들이 딸린 가장인 것은 성서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세 아들이 모두 아내를 지녔던 성서와 달리 영화 ‘노아’에서는 둘째 아들 함(로건 레먼 분), 셋째 아들 야벳(레오 맥휴 캐롤 분)에게는 아내가 없습니다. 첫째 며느리 일라(엠마 왓슨 분)가 당초 불임이었다든가, 일라가 낳은 쌍둥이 손녀를 노아가 살해하려 했다는 설정도 영화만의 것입니다.

노아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이름은 성서와 영화가 동일하지만 노아가 어린 시절 아버지 라멕(마튼 초카스 분)을 살해당했으며 방주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할아버지 므두셀라(안소니 홉킨스 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설정은 성서에는 언급되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까마귀와 비둘기를 보내 육지를 찾게 한 에피소드나 대홍수가 끝난 뒤 노아가 포도주에 취해 알몸으로 뒹굴자 아들들이 아버지의 벗은 몸을 덮어주었다는 후일담 등은 성서를 거의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카인을 보호하려 했던 타락천사로 창조주의 분노를 사 돌로 된 거인으로 변한 감시자는 방주 건설을 도우며 노아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데 창세기 6장 4절에 명시하고 있는 거인족 ‘느빌림’을 재해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소요되었다 해도 과연 노아가 가족들만의 힘으로 무수한 동물들을 태운 거대한 방주를 건설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팔이 여럿 달린 괴력의 감시자들에 의해 풀립니다.

방주 내부의 무수한 동물들을 대홍수 기간 동안 어떻게 먹여 살렸을지에 대한 의문은 향로를 통해 그들을 잠재웠다는 설정으로 해결됩니다. 동물들에게 향로를 흔드는 의식은 향로를 활용한 가톨릭의 미사를 연상시킵니다.

창조설 아닌 빅뱅이론과 진화론

중요한 차이는 세부 설정이 아니라 성서를 해석하는 방식입니다. 영화 속에서 대홍수가 본격화되자 노아는 우주의 생성부터 지구에서 생명의 탄생을 술회합니다. 아담과 이브가 뱀에 유혹당해 심장과 같은 선악과를 따 먹으며 카인이 아벨을 살해하는 찰나의 서두 장면들을 본격적으로 보충합니다. 노아는 창조주에 의해 우주와 생명이 창조되었다고 언급하지만 영상 속에서의 우주의 확장과 생명의 진화는 기독교계에서 주장하는 창조설보다는 학계의 빅뱅이론과 진화론에 훨씬 가깝습니다. 대사 속에 언급되는 창조주는 전신은커녕 손이나 목소리조차 등장하지 않습니다.

성서에서 뱀은 악마에 비견되지만 ‘노아’에서는 뱀이 벗은 껍질을 자자손손 대물림합니다. 서두에서 라멕이 뱀 껍질을 팔에 두르고 노아와 손가락을 마주치며 성인식을 치르려 하는 것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연상시킵니다. 라멕이 살해당해 뱀 껍질은 투발카인에게 빼앗기지만 결국 오랜 세월을 거쳐 노아의 집안으로 돌아와 일가의 유산으로 다시 소중히 활용됩니다. 뱀 껍질 즉, 뱀에 대한 ‘노아’의 인식이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님을 엿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아’는 성서를 곧이곧대로 해석하며 종교적 가치를 전파하려 했던 영화 ‘십계’, ‘천지창조’ 등과는 추구하는 방향이 크게 다른 판타지 영화입니다. 가상의 동물들 또한 ‘노아’의 판타지적 성격을 대변합니다. 우주가 제시되며 감시자들이 외계인처럼 묘사되어 SF의 요소도 지니고 있습니다.

노아가 인류의 전쟁의 역사를 회고할 때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군인도 실루엣으로 등장합니다. 노아보다 훨씬 이후의 시대라 할 수 있는 그리스 로마의 군인이 노아의 회상 속에 등장하는 것은 인류의 역사가 한 바퀴 순환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종말론을 강조하는 기독교보다는 순환론적 세계관의 불교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매우 기발한 세계관을 통해 변주했기에 ‘노아’와 동일한 세계관으로 성서의 다른 부분을 재해석해 영화화해도 흥미롭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에 대한 순종보다 사랑

성서의 교조적 해석과는 거리가 멀기에 신에 대한 순종을 ‘노아’의 주제로 꼽기는 어렵습니다. 쌍둥이 손녀에 대한 살해가 신에 대한 순종이라 믿는 노아가 결국 살해를 포기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입니다. 야훼의 지시에 의해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살해해 제물로 바치려다 야훼가 제지하는 창세기 21장의 영향을 받은 장면일 수 있으나 창조주의 지시가 아닌 혈육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노아가 스스로 살해를 포기한다는 점에서 성경의 교조적 해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노아가 쌍둥이 손녀에 대한 살해를 포기하는 이유는 ‘사랑’입니다. ‘노아’는 할리우드 상업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가족주의를 강조합니다. 현 인류의 죄악인 전쟁, 살인, 증오, 환경오염, 육식 등을 부정해 인류의 악마적 본성을 꼬집는 염세적 측면이 있으며 평화, 사랑, 종의 보호, 환경보호, 채식을 긍정하는 주제 의식은 신에 대한 순종보다 강조됩니다.

대홍수 이후 볼거리는 부족

‘노아’의 최대 볼거리는 역시 대홍수입니다. 동물들이 떼를 지어 방주에 올라타는 장면이나 인간들이 방주에 탑승하려다 감시자들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재난 영화와 전쟁 영화의 스펙타클을 방불케 합니다. CG의 힘을 빌렸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관람해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특히 IMAX에서 스펙타클은 더욱 빛납니다.

하지만 대홍수가 종결된 이후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것은 아쉽습니다. 노아가 투발카인과 격투를 벌이고 장남 셈(더글라스 부스 분)과 일라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손녀를 살해하려는 장면에서 긴장감은 유발하지만 대홍수에 필적하는 스펙타클이 제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라의 출산 장면에서 진통이 비현실적으로 짧게 제시되는 이유도 후반의 전개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듯하나 132분의 긴 러닝 타임을 감안하면 대홍수 종결 이후 다소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내적 갈등 묘사,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전매특허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을 묘사하는 솜씨가 돋보이지만 ‘더 레슬러’와 ‘블랙 스완’에서 그랬듯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포착하는 능력이 더욱 뛰어난 감독입니다. 주인공 노아는 전 인류를 말살하며 할아버지를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손자들은 살려야 하는 것인지 극단적인 내적 갈등에 휘말립니다. 자신이 신에 의해 동물을 보존하는 대신 동물을 살육해온 인간을 말살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공과 사 사이에서의 갈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노아의 갈등이 풀리게 되는 계기가 되는 장치는 일라에게 어린 시절 불러준 자장가입니다. 노아 역의 러셀 크로우가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에 출연했음을 상기시키는 노래입니다. 러셀 크로우는 제니퍼 코넬리와 2001년 작 ‘뷰티풀 마인드’에 이어 또 다시 부부로 캐스팅되었습니다. 노아의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 라멕으로 등장하는 마튼 초카스는 외모가 노아의 성인 역을 맡은 러셀 크로우와 상당히 흡사해 적절한 캐스팅입니다.

노아의 세 아들보다는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노아에게 딸처럼 키워져 며느리가 되는 일라의 비중이 더 큽니다. 흥미로운 것은 숫자 10입니다. 일라가 노아에게 거둬진지 약 10년 만에 방주가 완성되며 대홍수의 시작과 동시에 임신해 10개월이 지나 방주가 육지에 닿자 출산합니다.

모든 갈등이 종료된 후 홀로 폐인이 된 노아를 찾아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것을 일라가 요청하는 장면의 공간적 배경은 1968년 작 ‘혹성탈출’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등장했던 충격적인 결말의 공간적 배경과 동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촬영 장소가 동일하지 않다면 미장센 등이 의도적인 오마주로 해석됩니다. ‘혹성탈출’과 ‘노아’는 인류의 본성과 역사, 그리고 신기원에 관한 독창적인 판타지 영화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 아들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함입니다. 함은 카인이 아닌 아담의 셋째 아들 셋의 후손이지만 카인과 투발카인의 폭력적 본성과 반골 기질을 지닌 입체적인 소년입니다. 형 셈의 아내 일라를 연모해 삼각관계가 형성되며 하루빨리 자신의 아내를 맞이하려는 욕망에 가득 차 있습니다.

함은 아버지 노아를 살해하려다 대신 투발카인을 살해해 결과적으로 할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아버지를 지키며 그가 점유했던 가문의 유물 뱀 껍질을 되찾습니다. 함은 속죄를 위해 노아 일가를 떠나지만 인과응보 및 심판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그가 마냥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고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인류의 부정적이지만 필요악에 가까운 본성을 대변하는 인물이 함입니다.

따지고 보면 함은 일라가 낳은 자신의 조카를 언젠가 아내로 맞이해야 하기에 노아 일가와의 인연은 계속될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한편 셈과 함의 어린 시절로 분한 배우들의 외모는 선이 너무나 섬세해 소년이 아니라 소녀로 보일 정도입니다.

안소니 홉킨스는 노아를 이끄는 할아버지 므두셀라로 등장합니다. 괴팍하면서도 인간적인 므두셀라는 노아와 창조주를 연결시켜주는 예언자 혹은 대리인과 같은 인물로 즐겁고 의연하게 종말을 맞이합니다. 감시자 삼야자의 목소리로는 닉 놀테가 분했습니다.

더 레슬러 - ‘배운 게 도둑질’ 초로 사나이의 먹먹한 삶
블랙 스완 - 압도적 연출, 혼신의 연기
블랙 스완 - 죄의식 느낀 느긋한 재관람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삼야자 2014/03/26 12:01 # 삭제

    샘야자는 첨에 노아 죽이려고 했던 천사 같은데요. 샘야자는 에덴 동산에서 가지고 온 씨앗에서 일어난 창조주의 기적을 보고 이 인간 돕자능~ 했던 천사였던 거 같음. 첨에 만난 천사 이름은 잘 기억 안 나지만...
  • 디제 2014/04/03 16:19 #

    지적 고맙습니다. 수정했습니다.
  • 밀리네스 2014/03/26 13:13 #

    카톨릭에서는 빅뱅을 우주의 시작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진화론도 인정하고. 영화의 배경이 카톨릭적인 세계관이라고 이해하면 될거 같습니다.
    http://cluster1.cafe.daum.net/_c21_/bbs_search_read?grpid=T4RX&fldid=IXR4&datanum=617&openArticle=true&docid=T4RXIXR461720110107231238
  • K I T V S 2014/03/27 16:25 #

    인류의 살인의 역사 실루엣에선 분명 제가 볼땐 현대 미군과 근대 나폴레옹시대 프랑스군의 그림자도 보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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