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작가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노예 12년 - 수많은 ‘팻시’들은 과연? 영화

※ 본 포스팅은 ‘노예 12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841년 바이올린 악사이자 자유인인 흑인 솔로몬(치웨텔 에지오포 분)은 인신매매단의 속임수에 넘어가 남부에 노예로 팔려갑니다. ‘플랫’이라는 이름으로 농장의 노예가 된 솔로몬은 두 번째 주인 엡스(마이클 패스밴더 분)의 잔혹한 처우에 모진 고초를 겪습니다.

셰임’과의 유사점

2014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각색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노예 12년’은 19세기 중반 미국 뉴욕 사라토가에서 자유인으로서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누리다 갑자기 뉴올리언스의 노예로 전락한 솔로몬 노섭의 자전적 실화를 영화화했습니다. 영국 출신의 흑인 감독 스티브 맥퀸이 연출을 맡았는데 그의 전작인 2011년 작 ‘셰임’과 소재나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유사한 요소를 엿볼 수 있습니다.

우선 건조한 분위기가 유사합니다. ‘셰임’은 공간적 배경인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의 섹스 중독자 여피를 차갑게 묘사했는데 ‘노예 12년’은 참혹한 노예 제도의 실상을 차분함을 견지하며 묘사합니다. 신파나 감동을 강요하지 않으며 묵직한 힘이 돋보입니다.

롱 테이크의 활용 또한 공통점입니다. ‘셰임’에서는 야심한 밤의 조깅 장면 등에서 롱 테이크가 두드러진 바 있는데 ‘노예 12년’에서는 솔로몬을 비롯한 흑인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는 장면에서 롱 테이크가 자주 활용됩니다. 이를테면 솔로몬이 처음으로 매질을 당하는 장면이나 앙심을 품은 티비츠(폴 다노 분)에게 목이 매달리는 장면, 그리고 여성 노예 팻시(루피타 니옹고 분)가 나무에 묶인 채 채찍질당하는 장면 등이 롱 테이크로 제시됩니다. 흑인 노예의 기나긴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력을 시험하는 얼굴 클로즈업이 많은 것도 동일합니다. ‘셰임’과 ‘노예 12년’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스티브 맥퀸 감독의 차후 행보가 주목됩니다.

마이클 패스밴더가 중요 배역에 캐스팅되었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마이클 패스밴더가 맡은 ‘셰임’의 주인공 브랜든과 ‘노예 12년’의 엡스는 섹스에 집착하는 괴팍한 사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음악은 ‘셰임’에서는 해리 에스콧이, ‘노예 12년’에서는 한스 짐머가 맡아 다르지만 ‘셰임’의 ‘Brandon’과 ‘노예 12년’의 ‘Solomon’은 주인공의 테마로 현악기를 사용해 조용히 비극성을 심화시키는 곡이라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솔로몬은 자유 되찾았지만…

제목에서 드러내듯 솔로몬은 12년의 노예 생활 끝에 자유로운 신분을 되찾습니다. 하지만 솔로몬이 자신의 노예 생활이 언제 끝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것처럼 관객들 또한 솔로몬의 12년이 언제 채워질지 모르도록 연출했습니다. 서두를 제외하면 자막을 삽입해 연도를 제시하지 않으며 등장인물들의 대사 속에서도 시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제시되지 않습니다. 서두에서 솔로몬은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는 노예로 제시된 이후 솔로몬이 자유인에서 노예로 전락하는 과정이 제시되는데 사탕수수밭 장면에 도달하기까지 134분의 러닝 타임 중 약 90분이 소요됩니다.

솔로몬의 외양에서도 세월의 흐름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라토가에 돌아와 가족의 품에 안길 때 솔로몬은 급격히 늙은 모습입니다. 어린 딸과 아들이 장성했으며 외손자도 보게 됩니다. 12년의 긴 세월은 마지막 순간에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하지만 솔로몬의 귀향을 해피 엔딩으로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결말의 자막을 통해 솔로몬이 인신매매업자를 고소했으나 패소했다는 사실이 제시됩니다. 난폭한 농장주 엡스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노예 1명을 잃은 것 외에는 대가를 치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솔로몬의 주변만으로도 씁쓸한 결말입니다.

팻시는 엡스의 성노예이지만 목화 재배의 노동에서도 열외 되지 않습니다. 솔로몬은 귀향했지만 수많은 팻시들의 운명은 어찌 된 것인지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솔로몬은 1853년 노예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해 노예 제도가 미국에서 종식된 것은 1865년의 일입니다. 솔로몬이 노예 생활을 마친지 10년이 훌쩍 넘은 뒤에야 노예 제도가 뒤늦게 사라진 것입니다. 생몰 연도가 불확실한 솔로몬이 1863년 경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자서전 집필과 강연 등으로 노예 제도 폐지에 앞장섰던 솔로몬은 생전에 노예 제도 종식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예 12년’이 제시하는 역사적 사실을 과거형으로 간주하기도 어렵습니다. 노예 제도는 외형적으로 사라졌으나 인신매매나 열악한 노동 조건 등은 여전히 전 세계 각지에서 심각한 정치적, 사회적 문제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매우 멉니다. 차별을 내재화하고 있는 인식 또한 인류적 차원에게 경계해야 합니다.

종교에 대한 백인과 흑인의 자세

종교가 노예 제도 하의 백인과 흑인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노예 12년’에서 묘사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백인 농장주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와 엡스는 기독교를 통해 흑인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하려 합니다. 성서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엡스에 비해 포드는 한결 신사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두 아이와 생이별한 일라이저(아데페로 오두예 분)가 거슬린다는 아내의 불만에 일라이저를 다른 농장에 넘기며 솔로몬이 자유인임을 주장해도 묵살한다는 점에서 포드는 백인 농장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며 위선적입니다.

종교가 악용되지만 흑인 노예들은 신앙심을 잃지 않습니다. 죽은 자를 추모하는 ‘Roll Jordan Roll’과 같은 곡이 가스펠의 원류가 된 것처럼 노예들은 죽은 뒤 천국에 갈 것이며 백인 농장주들을 정의가 심판할 것이라 믿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엡스를 맡았다면?

제작을 맡은 브래드 피트는 솔로몬의 귀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배스로 출연합니다. 마이클 패스밴더의 엡스 연기는 돋보이지만 브래드 피트가 신경질적이며 광기 어린 인물을 소화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음을 감안하면 엡스 역을 맡았어도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팻시 역의 루피타 니옹고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초반을 장식하는 일라이저 역의 아데페로 오두예의 연기도 못지않습니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악질적인 백인으로 등장하는 폴 지아매티와 폴 다노도 눈에 띕니다. 두 명의 폴은 자신들의 기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합니다. 폴 지아매티는 탐욕스럽고 뻔뻔한 노예 상인 프리먼을, 폴 다노는 교활하고 약삭빠른 감독관 티비츠로 등장합니다.

셰임 - 섹스 중독조차 우아하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제르진스키 2014/03/21 10:42 # 삭제

    늘 올려주시는 영화평과 애니 이야기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드려요 ^^

    저도 보면서 어린시절 시청한 "뿌리"의 참혹함과 위선적 인종차별에 경악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아울러, 식민지배를 체험했으며 진보를 자처하는 우리들마저 안에서는 "파시즘"과 "인종차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자 인문사회 밸리에 올라온 어떤 독일거주 분의 "인종차별은 당연하다"는 글을 보며 새삼 슬퍼졌다는..

    아래는 글 링크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serendpty.egloos.com/4084937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