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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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 엘사와 빅토르 안의 공통점 애니메이션

※ 본 포스팅은 ‘겨울왕국’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겨울왕국’이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900만의 관객을 돌파해 1,000만 관객 돌파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장르적 한계를 감안하면 예상을 뒤엎는 흥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품의 성공과 함께 주제가 ‘Let it go’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아렌델을 떠나 산속에 은둔하는 엘사가 부르는 ‘Let it go’는 ‘다 잊어’로 번역된 한글 자막처럼 과거와 결별하고 주위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새로운 삶을 살 것을 다짐하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Let it go’를 부르며 엘사는 마법을 통해 자신만을 위한 얼음궁전을 건설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외양도 바꿉니다. 머리를 풀고 갑갑한 옷을 벗어던지며 상반신과 다리를 노출하는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엘사의 외형적 변화는 주위의 속박으로 인해 자아를 숨겨야 하는 미성년자에서 더 이상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섹시한 매력을 발산하는 성인이 되었음을 상징합니다.

엘사의 여동생 안나도 성인이 되어 갑니다. 엘사의 마법을 숨기기 위해 오랜 세월 폐쇄되었던 궁전이 대관식으로 인해 열리자 안나는 멋진 남자와 사랑에 빠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안나가 처음 만난 한스와 당장이라도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공인된 사랑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엘사와 주위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즉 안나 역시 구속으로부터 탈피하고픈 성인의 욕망을 드러낸 것입니다. 엘사의 대관식은 엘사와 안나 자매를 위한 성인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부에서는 엘사의 진정한 사랑에 의해 안나가 마법에서 풀려 살아나는 과정이 자매간의 동성애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 마법을 건 자가 풀었다는 점에서 결자해지라 볼 수 있지만 공주에 걸린 마법을 왕자가 해소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공주가 해소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결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동생에 대한 언니의 진실한 사랑 또한 남녀 간의 로맨스에 집착했던 과거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달리 소수적인 것입니다.

지난 2월 15일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러시아에 귀화한 안현수, 즉 빅토르 안이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자 한국에서는 통쾌하다는 반응이 상당수였습니다. 빙상연맹에서 소외된 안현수가 한국을 떠나 성공한 것에서 대리만족을 느낀 것입니다. 개인을 억압하는 무능한 조직 빙상연맹은 한국 사회의 압축판에 불과하며 조직의 억압으로부터 탈피해 성공한 개인의 상징으로서 빅토르 안이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는 매우 억압적입니다. 틀을 벗어나는 개인에 대한 편견과 제재가 심합니다. 정치권, 대기업과 같은 지배 세력이 하나로 뭉쳐 피지배 계급을 교묘하게 찍어 누르는 것은 물론 피지배 계급 간에도 대립을 부추깁니다. 악성댓글을 조장해 증오를 유발하는 작업도 단지 피지배 계급 내부에 국한되어 발생한 일이 아닙니다. 조직과 또 다른 개인을 향한 개인의 눈치 보기는 생존을 위한 수단입니다. 사회의 억압으로부터 개인의 자아를 찾는 과정을 묘사하는 ‘겨울왕국’의 흥행은 한국 사회의 억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엘사와 빅토르 안이 지닌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최근 사회의 억압에 저항하는 개인을 묘사하는 영화들은 한국에서 흥행 코드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레 미제라블’,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변호인’ 등의 주제의식은 모두 엇비슷합니다. 폭압적 사회 구조에 저항하는 개인을 묘사하는 것입니다.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은 극장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끓어오르고 있는데 과연 임계점에 도달해 사회 변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현 정부가 부르짖는 표어가 ‘창조 경제’라는 사실입니다. 창조란 자유분방한 사고에서 발휘되기 마련이지만 현 정부는 게임 산업을 마약과 동일선상에서 취급하는 등 억압적 태도로 국민을 찍어 누르려 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사고 없이 어떤 창조가 가능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겨울왕국 - 설경과 동토, 환상의 극치

‘겨울왕국’ 일본 전매권 피규어 스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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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만인의지나가다 2014/02/25 13:23 # 삭제

    안나에게 걸린 마법을 푼 건 엘사의 진실한 사랑이 아니라, 안나가 목숨 걸고 엘사를 위해 희생한 Act of True Love에 의해서 풀린겁니다. 엘사가 한 거라고는 끌어안고 운 거 밖에 없는데요. 그걸 Act of True Love라고 볼 수는 없지 싶네요. 다만, 엘사 역시 안나를 위해서 13년 동안이나 스스로를 가두고, 안나를 멀리하며 희생했지요. 그러나 사랑은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상호 작용이므로, 안나의 희생을 통해(자신이 그렇게 지켜주고자 했으나, 결국 자신에 의해 마법에 걸렸고, 그럼에도 자신을 위해 목숨을 내던진) 진정한 사랑을 깨달은 겁니다. 그래서 그전까진 녹이는 법을 모른다고 했던 엘사가 비로소 '사랑이 녹인다.'는 걸 깨닫고 아렌델에 걸린 마법을 풀 수 있었던 겁니다.
  • niji 2014/02/25 17:29 #

    글쓴님의 해석이나 덧글단 님의 해석이나 다 가능하지 않을까요. 일종의 원작이라 할 수 있을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에서도 겔다의 눈물이 카이의 심장에 박힌 얼음조각을 녹이죠. 어쨌든 서로 통해야 진정한 사랑이니까요 ㅋ

    그런데 엘사와 안현수라... 뜬금없을지 몰라도 왜 내가 늘 렛잇고를 들으며 안현수 선수를 떠올리나 했더니 다 연관성이 있었군요 ㅋㅋㅋ
    제가 이상한게 아니었나 봐요
  • asdf 2014/03/03 19:46 # 삭제

    안나의 심장을 녹인건 안나 스스로의 자기 희생을 통한 트루 러브에 의한 것이고 결말의 올라프와 엘사의 대사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됨

    그로 인해 항상 안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는 일방통행적 사랑만을 하던 엘사는 서로의 사랑이 통함을 느끼게 되고

    사랑으로 얼음을 녹이는 방법을 깨닫게 돼서 해피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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