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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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캅 - 가족 영화 틀에 갇혀 밋밋하다 영화

※ 본 포스팅은 ‘로보캅’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형사 알렉스 머피(조엘 킨나만 분)는 경찰과 갱단의 유착 관계를 파헤치다 폭탄 테러로 중태에 빠집니다. 로봇 제작회사 옴니코프의 경영자 셀러스(마이클 키튼 분)는 치안 유지를 위한 로봇 사용을 금하는 법안의 폐지를 위해 인간과 로봇을 결합한 로보캅을 제조하려 합니다. 셀러스의 지시를 받은 과학자 데넷(게리 올드만 분)은 알렉스를 선택해 로보캅으로 탄생시킵니다.

오리지널과 리메이크의 유사점

호세 파디야가 감독을 맡은 ‘로보캅’은 폴 버호벤의 1987년 동명의 SF 걸작을 리메이크했습니다. 리메이크된 ‘로보캅’의 영문 로고가 폴 버호벤의 오리지널에 가까운 것은 물론 주인공의 이름 알렉스 머피도 동일합니다. 로보캅이 최초에 착용하는 은색 수트는 오리지널을 오마주한 것이며 아내와의 화상 통화 장면에서 수트의 색상이 금속성의 파란빛으로 보이는 것은 ‘로보캅2’의 메탈릭 블루 수트를 연상시킵니다. 로보캅의 명대사 ‘협조에 감사합니다’와 ‘죽든 살든 넌 나와 함께 간다’도 오마주됩니다. 단 오리지널에서는 성(姓) 머피로 불렸던 것과 달리 리메이크에서는 이름인 알렉스로 주로 불립니다.

머피가 끔찍이 아끼는 가족이 아내와 어린 아들로 구성된 점이나 시공간적 배경이 강력 범죄에 시달리는 근 미래의 디트로이트라는 점도 동일합니다. 오리지널의 웅장한 메인 테마도 오프닝 로고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세 번 삽입됩니다. 조연 로봇 ED-209와 그의 위협적인 저음 목소리, 그리고 안전을 강조하는 역설적인 경고 문구도 여전합니다. 서두의 이란 장면에서 ED-209가 식칼을 든 소년에 난사하는 장면은 오리지널의 서두에서 무고한 OCP의 간부를 향해 ED-209가 난사했던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오리지널을 다소 변형한 요소들도 존재합니다. 로보캅을 제조한 다국적기업은 오리지널에서는 OCP였는데 리메이크에서는 옴니코프(OmniCorp)로 명명되었습니다. 옴니코프의 로고는 오리지널의 OCP의 로고와 동일하며 ED-209 등에는 옴니코프를 줄여 OCP로 표기됩니다. 오리지널에서 흑막으로 등장했던 OCP의 부회장 딕은 리메이크에서 옴니코프의 최고경영자 셀러스로 위치가 격상되었습니다. 로보캅이 옴니코프의 간부를 공격할 수 없다는 설정도 흡사합니다. 셀러스의 최후는 딕의 최후와 매우 유사합니다. 악역 셀러스(Sellars)는 윤리의식이 결여되었으며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된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판매자(Seller)에서 착안한 작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리지널에서 생전의 알렉스는 일선 경찰이었지만 리메이크에서는 형사로 바뀌었습니다. 생전의 머피와 로보캅의 파트너였던 여경 루이스는 리메이크는 남성 형사로 바뀌었습니다. 오리지널의 백인 여성 앤 루이스가 리메이크에서는 흑인 남성 잭 루이스로 바뀐 것입니다. 루이스가 끝까지 신뢰할 수 있는 로보캅의 파트너라는 점에서는 오리지널과 리메이크가 동일합니다. 갱단의 마약 공장에서의 결투나 ED-209와의 대결 또한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되었습니다. 노박(사무엘 L. 잭슨)이 진행하는 보도 프로그램인 노박 엘리먼트는 오리지널에서 삽입되던 뉴스 영상의 역할과 동일합니다. 극우적 성향의 노박 엘리먼트는 폭스 뉴스의 패러디가 아닌가 싶습니다. 노박 엘리먼트가 두 번째 삽입될 때 오리지널의 메인 테마 음악이 삽입되기도 합니다.

가족 영화의 틀에 갇히다

오리지널에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비유되던 머피의 죽음과 로보캅의 탄생은 리메이크에서는 완전히 생략되었습니다. 로보캅의 파트너 여경 루이스가 사실상 사라지고 알렉스의 아내 클라라(애비 코니쉬 분)의 비중이 커진 것은 리메이크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오리지널의 루이스는 로보캅과 플라토닉한 관계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비유될 수 있었습니다. 로보캅은 섹스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리메이크에서는 머리와 상반신의 장기, 그리고 오른손만 남은 로보캅에 클라라가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합니다. 알렉스가 중태에 빠지자 로보캅이 되기 위한 결단을 내리는 것에 주저하며 로보캅이 된 후 첫 만남에서 어색함을 숨기지 못하는 클라라입니다.

하지만 이후 클라라는 로보캅을 남편으로 여기며 일말의 갈등조차 하지 않습니다. 인간이라 하기 어려우며 섹스나 스킨십이 불가능한 로보캅에 대해 내적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클라라의 일편단심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로보캅도 아내와 아들에게 자신이 이전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뇌하지만 영화는 그 고민의 지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제시하지 않은 채 애매하게만 다룰 뿐입니다. 오리지널에서는 로보캅이 아내로부터 버림받으며 이후 로보캅도 가족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쓸쓸하면서도 현실적이었습니다.

로보캅과 아내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로 대두되면서 리메이크는 가족 영화의 틀에 스스로를 몰아넣습니다. 오리지널에서 돋보였던 폭력과 고어의 수위는 낮아질 수밖에 없으며 기괴함과 블랙 유머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드보일드의 요소 또한 사라졌습니다. 오락 영화치고는 지나치게 진지해 지루함을 부채질합니다.

오리지널의 액션 장면은 시대를 앞서갔습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힘이 있어 SF라는 장르를 떠나 액션 영화로서도 손색이 없었지만 리메이크의 액션 장면은 밋밋하며 양적인 측면에서도 적게 할애되었습니다. 오리지널에서 긴장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던 ED-209의 매력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로보캅이 깨어나는 장면에서 진부한 ‘Fly me to the moon’을 삽입한 것처럼 영화가 전반적으로 진부합니다.

갱단의 카리스마도 오리지널에 비해 크게 부족합니다. 오리지널에서는 클라렌스 일당이 사이코패스처럼 보일 정도로 파괴적이며 강력했습니다. 특히 두목 클라렌스는 영악하면서도 잔혹해 강력한 로보캅의 맞수로서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리메이크에서 발론 일당은 맥없이 로보캅에 패배합니다. 악역이 강하지 않으니 주인공도 빛나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로보캅’은 몰개성 했던 ‘토탈 리콜’의 리메이크와 마찬가지로 폴 버호벤의 연출작을 리메이크하는 시도는 결코 결실을 맺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재확인합니다. 당시 배우들의 이름값이 돋보이지 않았던 오리지널과 달리 게리 올드만, 사무엘 L. 잭슨, 마이클 키튼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리메이크의 캐스팅이 우월하지만 완성도는 정반대입니다. 폴 버호벤의 전성기 연출력과 독특한 감각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토탈 리콜’과 ‘로보캅’의 리메이크는 반증할 뿐입니다.

리메이크, 나름의 매력은?

리메이크에 인상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인종적 배분이 두드러집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파트너 루이스는 믿을 만한 흑인 남성입니다. 오리지널의 톡톡 튀던 루이스만큼의 개성은 지니지 못했지만 그가 검정색 수트를 착용한 로보캅에 ‘피부색이 나와 같아졌다’고 언급하는 대사는 리메이크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대사입니다. 어찌 보면 알렉스가 로보캅이 되면서 기계이자 도구로 전락해 백인 남성으로서 지니고 있던 우월적 지위를 상실했다고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로보캅이 셀러스의 지시에 의해 위압적인 SWAT 이미지의 검정색 수트를 착용하는 변화는 참신한 시도입니다. 로보캅이 낡은 순찰차에 탑승했던 오리지널과 달리 검정색 수트를 착용하고 검정색 바이크에 탑승해 시내를 질주하는 모습은 1980년대 국내에 방영된 미국 드라마 ‘검은 독수리(원제 ‘Street Hawk’)’의 향수를 일깨웁니다.

실제로는 부패한 배신자임이 밝혀지는 경찰서장은 흑인 여성이며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 데넷의 조수로 등장하는 재 킴(Jae Kim ; 에이미 가르시아 분)은 한국계 여성으로 보이는 동양인입니다.

근 미래에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며 옴니코프가 중국의 공장에서 로보캅을 제조한다는 설정은 21세기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에 흥미롭습니다. 로보캅을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나무꾼에 비유하며 그의 테마곡이 삽입되는 것이나 서두의 MGM 사자 로고에 사자후가 아닌 방송 준비를 위한 노박의 입 운동 소리가 삽입된 것도 이채롭습니다.

로보캅(1987) - 풍부한 텍스트, 감동의 오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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