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레고 무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브릭스버그에 살고 있는 쾌활한 성격의 에밋은 설명서대로 건물을 조립하는 것을 즐기는 건축 노동자입니다. 로드 비즈니스의 ‘크레이글’의 폭주를 막을 ‘저항의 피스’를 우연히 입수한 에밋은 자신을 예언 속 영웅이라 믿는 비트루비우스, 와일드 스타일과 함께 로드 비즈니스에 맞섭니다.
모든 것이 레고로 가능하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에 CG를 결합한 ‘레고 무비’는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와 제작사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의 로고가 레고로 조립된 서두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초반에 에밋이 상체를 뒤로 쭉 굽히는 동작, 좌우로 흔들리는 와일드 스타일의 머리 부품, 그리고 앞뒤로 얼굴이 바뀌는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은 레고의 미니 피규어에서만 가능한 움직임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입니다. 미니 피규어들이 사용하는 무기와 우주선, 그리고 공간적 배경인 거대 빌딩을 비롯한 도시 등을 레고로 조립한 것은 물론 물, 불, 화염, 파편까지도 레고 부품을 활용했습니다. 거의 모든 것이 레고로 가능한 것입니다. 변화무쌍한 미니 피규어의 표정을 비롯한 일부 장면은 CG의 힘을 빌립니다.
와일드 스타일을 비롯한 마스터 빌더는 완성된 건물이나 차량 등을 보기만 해도 레고 블럭의 번호를 떠올리며 즉각 새로운 무기나 탈것 등을 고안해냅니다. 관객이 자신이 조립해 본 레고 블럭의 번호를 극중에서 확인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액션을 비롯한 장면 전환이 매우 빨라 차후 블루레이가 출시되면 한 장면 씩 정지시켜 장면 구성과 레고 작례의 노하우를 확인하고 싶을 정도로 레고 구입 및 제작 의욕을 자극합니다. 망자를 위한 추모의 어구 ‘Rest in peace(편히 잠들라)’를 레고 식으로 장난스럽게 변형한 ‘Rest in pieces(레고 블록 속에 잠들라)’라는 대사도 제시됩니다.
무수한 패러디
‘레고 무비’에 대한 호불호는 레고를 얼마나 접했는지, 그리고 슈퍼히어로 영화를 비롯한 미국의 대중문화에 얼마나 익숙한지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무수한 영화들을 비트는 패러디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외모부터 레고의 미니 피규어 중에서 가장 평범한 에밋이 영웅이 되어 브릭스버그를 구하는 줄거리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전형적인 서사입니다. 매력적이며 활동적인 여성과 예언자 리더에 의해 주인공이 내면에 숨겨진 영웅적 면모를 발견하는 구도는 ‘매트릭스’를 연상시킵니다. 에밋은 네오, 와일드 스타일은 트리니티, 비트루비우스는 모피어스, 그리고 적으로 등장하는 나쁜 경찰은 미스터 스미스, 마이크로 매니저는 센티넬과 흡사합니다.
슈퍼맨, 원더우먼, 그린 랜턴 등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들도 출연하지만 카메오 수준에 그치며 슈퍼히어로다운 힘도 보여주지 못합니다. 대신 ‘다크 나이트’ 삼부작을 통해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중 최근 가장 각광을 받은 배트맨의 비중이 큽니다. 하지만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이 누구인지 모르며 에밋의 조언을 듣고서야 브루스 웨인 행세를 합니다. 그가 직접 불렀으며 배트모빌의 카스테레오로 즐겨듣는 랩 음악 ‘배트맨’의 ‘다크니스, 부모가 없어…’라는 어이없는 가사가 드러내듯 바보스러운 마초로 묘사되는 배트맨이 가장 귀엽습니다.
‘스타워즈’의 한 솔로, C-3PO, 랜도 캘리지언이 밀레니엄 팰컨에 탑승해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특히 C-3PO와 랜도 캘리지언으로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 안소니 다니엘스와 빌리 디 윌리엄스가 직접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그들이 탑승한 밀레니엄 팰컨이 거대한 괴물의 입 속에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의 패러디입니다. 세계관과 저작권자가 다른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와 ‘스타워즈’의 캐릭터들이 한 작품, 한 장면에 함께 등장하는 것은 완구 판권을 쥐고 있는 레고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에밋 일행을 집요하게 뒤쫓는 나쁜 경찰은 미스터 스미스와 함께 ‘터미네이터2’의 T-1000을 연상시킵니다. 와일드 스타일이 자신의 본명이 ‘루시’라고 에밋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에이리언2 특별판’의 후반에서 리플리와 힉스가 본명을 고백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비트루비우스가 로드 비즈니스에 크레이글을 강탈당한 뒤 8과 1/2년 뒤에 에밋이 등장하는 것은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8과 1/2’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호빗’,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간달프와 ‘해리 포터’ 시리즈의 덤블도어가 나란히 등장하는데 그 둘이 닮았다며 헷갈려 하는 마법사 비트루비우스 또한 간달프, 덤블도어와 닮아 실소를 자아냅니다. 비트루비우스는 간달프, 덤블도어의 패러디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예술가 미켈란젤로와 그의 이름을 딴 ‘닌자 거북이’의 미켈란젤로도 나란히 등장해 웃음을 자아냅니다. 셰익스피어, 링컨과 같은 위인과 샤킬 오닐과 같은 현대의 스포츠 스타도 미니 피규어로 등장합니다. 특히 샤킬 오닐은 본인이 직접 등장해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닌자고’의 녹색 닌자도 잠시 출연합니다.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매력적입니다. 비트루비우스로는 노배우 모건 프리먼이 맡아 중후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연기를 선보입니다. 인격이 수시로 바뀌는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 그리고 그의 아버지 경찰로는 리암 니슨이 1인 3역을 맡았는데 평소 중후한 목소리에 가까운 나쁜 경찰보다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애써 연기하는 좋은 경찰 쪽이 인상적입니다. 리암 니슨이 손자와 레고로 놀아준다면 저런 목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건 프리먼과 리암 니슨은 ‘다크 나이트’ 삼부작에 배트맨의 동료와 적으로 각각 출연한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레고 무비’에서 또 다시 배트맨의 동료와 적으로 각각 출연했습니다.
슈퍼맨과 그린 랜턴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목소리를 맡은 배우는 채닝 테이텀과 조나 힐입니다. 슈퍼맨의 성우로 근육질의 채닝 테이텀이 선택된 것은 이미지가 부합됩니다. 그린 랜턴으로 분한 조나 힐은 최근 개봉된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열연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슈퍼맨은 그린 랜턴의 바보스러움에 ‘I super hate you(‘나는 너를 슈퍼 증오해’ 정도로 직역)’라는 슈퍼맨다운 대사를 입에 올립니다.
베니와 ‘건담 빌드 파이터즈’
가장 눈에 띄는 조연 캐릭터는 1980년대 레고의 우주비행사 베니입니다. 베니의 헬멧은 턱 부분이 부러져 있으며 가슴의 로고도 일부가 지워져 있습니다. 당시 우주비행사 미니 피규어가 쉽게 파손 및 훼손되어 동심에 상처를 남기던 약점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입니다. 베니의 새파란 우주복과 그가 제작하는 원색 위주의 조잡한 우주선 또한 1980년대 레고를 대변합니다. 정교함과 사실성을 극한으로 추구하며 성인용 장난감이 된 현재의 레고와 달리 베니는 1980년대 레고에 대한 진한 향수를 일깨웁니다. 엔딩 크레딧에 등장하는 작례도 정교하고 사실적인 21세기의 레고보다 단순하고 알록달록한 1980년대 레고에 가깝습니다.
베니는 레고의 역사와 함께 존재 의의, 그리고 ‘레고 무비’의 주제 의식을 상징하는 캐릭터입니다. 후반에 제시되는 실사 장면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실사 장면을 통해 ‘크레이글’, 즉 강력접착제 ‘크레이지 글루(Grazy Glue)’로 브릭스버그의 미니 피규어들을 통제하려는 로드 비즈니스의 정체가 ‘위층 남자’인 중년 사내(윌 패럴 분)이며 그에 맞서는 창조주의 손은 중년 사내의 아들 핀(제이든 샌드 분)임이 밝혀집니다. 중년 사내는 설명서대로 레고를 제작해 강력접착제로 고정하지만 핀은 설명서와 무관하게 만들고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작례를 즐깁니다. 베니가 만드는 조잡한 우주선들이 바로 소년 핀이 만드는 수준입니다.
‘크레이글’이 대변하듯 교조적인 제작 과정에 집착하는 중년 사내도 사실 어린 시절에는 베니를 가지고 놀면서 핀과 같이 자유로운 조립과 해체를 즐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엄격함과 정교함을 강조하면서 헬멧 부품이 부러지고 로고가 지워진 베니는 관심 밖으로 전락했을 것입니다. 대신 30년 전에 탄생한 베니를 즐기는 것은 아들 핀입니다.
‘레고 무비’의 주제의식은 현재 방영 중인 ‘건담 빌드 파이터즈’와 놀랄 만치 닮았습니다. ‘건담 빌드 파이터즈’ 또한 설명서대로의 작례에 얽매이기보다 자유로운 창의력을 강조합니다. 갈수록 고가화, 복잡화되어 매니아들의 전유물로 전락할 위험성을 경계함과 동시에 보다 많은 제품을 구입하도록 조립 완구 회사가 직접 제작한 영상 작품을 통해 유도하는 ‘속셈’도 ‘레고 무비’와 ‘건담 빌드 파이터즈’가 빼닮았습니다. ‘레고 무비’의 마스터 빌더와 ‘건담 빌드 파이터즈’의 건프라 빌더 역시 비슷한 의미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취급을 당하던 에밋의 2층 소파가 자신과 동료들의 생명을 구하는 장면이나 얼굴이 지워진 착한 경찰이 펜으로 조악하지만 눈과 입을 손수 그리는 장면도 자유로운 창의력과 상상력을 강조하는 연출입니다.
결말에서 핀의 아버지가 핀의 어린 여동생도 함께 레고로 놀 수 있도록 허락해 듀플로가 브릭스버그를 ‘침공’하는 장면은 후속편을 암시하지만 아울러 나이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레고를 즐길 수 있음을 상징합니다. ‘레고 무비’는 특정 시리즈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관을 자유롭게 혼합해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프랜차이즈입니다. 레고가 또 다른 금맥을 캐낸 것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모든 것이 레고로 가능하다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에 CG를 결합한 ‘레고 무비’는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와 제작사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의 로고가 레고로 조립된 서두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초반에 에밋이 상체를 뒤로 쭉 굽히는 동작, 좌우로 흔들리는 와일드 스타일의 머리 부품, 그리고 앞뒤로 얼굴이 바뀌는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은 레고의 미니 피규어에서만 가능한 움직임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입니다. 미니 피규어들이 사용하는 무기와 우주선, 그리고 공간적 배경인 거대 빌딩을 비롯한 도시 등을 레고로 조립한 것은 물론 물, 불, 화염, 파편까지도 레고 부품을 활용했습니다. 거의 모든 것이 레고로 가능한 것입니다. 변화무쌍한 미니 피규어의 표정을 비롯한 일부 장면은 CG의 힘을 빌립니다.
와일드 스타일을 비롯한 마스터 빌더는 완성된 건물이나 차량 등을 보기만 해도 레고 블럭의 번호를 떠올리며 즉각 새로운 무기나 탈것 등을 고안해냅니다. 관객이 자신이 조립해 본 레고 블럭의 번호를 극중에서 확인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액션을 비롯한 장면 전환이 매우 빨라 차후 블루레이가 출시되면 한 장면 씩 정지시켜 장면 구성과 레고 작례의 노하우를 확인하고 싶을 정도로 레고 구입 및 제작 의욕을 자극합니다. 망자를 위한 추모의 어구 ‘Rest in peace(편히 잠들라)’를 레고 식으로 장난스럽게 변형한 ‘Rest in pieces(레고 블록 속에 잠들라)’라는 대사도 제시됩니다.
무수한 패러디
‘레고 무비’에 대한 호불호는 레고를 얼마나 접했는지, 그리고 슈퍼히어로 영화를 비롯한 미국의 대중문화에 얼마나 익숙한지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무수한 영화들을 비트는 패러디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외모부터 레고의 미니 피규어 중에서 가장 평범한 에밋이 영웅이 되어 브릭스버그를 구하는 줄거리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전형적인 서사입니다. 매력적이며 활동적인 여성과 예언자 리더에 의해 주인공이 내면에 숨겨진 영웅적 면모를 발견하는 구도는 ‘매트릭스’를 연상시킵니다. 에밋은 네오, 와일드 스타일은 트리니티, 비트루비우스는 모피어스, 그리고 적으로 등장하는 나쁜 경찰은 미스터 스미스, 마이크로 매니저는 센티넬과 흡사합니다.

‘스타워즈’의 한 솔로, C-3PO, 랜도 캘리지언이 밀레니엄 팰컨에 탑승해 카메오로 등장합니다. 특히 C-3PO와 랜도 캘리지언으로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 안소니 다니엘스와 빌리 디 윌리엄스가 직접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그들이 탑승한 밀레니엄 팰컨이 거대한 괴물의 입 속에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의 패러디입니다. 세계관과 저작권자가 다른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와 ‘스타워즈’의 캐릭터들이 한 작품, 한 장면에 함께 등장하는 것은 완구 판권을 쥐고 있는 레고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에밋 일행을 집요하게 뒤쫓는 나쁜 경찰은 미스터 스미스와 함께 ‘터미네이터2’의 T-1000을 연상시킵니다. 와일드 스타일이 자신의 본명이 ‘루시’라고 에밋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에이리언2 특별판’의 후반에서 리플리와 힉스가 본명을 고백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비트루비우스가 로드 비즈니스에 크레이글을 강탈당한 뒤 8과 1/2년 뒤에 에밋이 등장하는 것은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8과 1/2’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호빗’,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간달프와 ‘해리 포터’ 시리즈의 덤블도어가 나란히 등장하는데 그 둘이 닮았다며 헷갈려 하는 마법사 비트루비우스 또한 간달프, 덤블도어와 닮아 실소를 자아냅니다. 비트루비우스는 간달프, 덤블도어의 패러디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예술가 미켈란젤로와 그의 이름을 딴 ‘닌자 거북이’의 미켈란젤로도 나란히 등장해 웃음을 자아냅니다. 셰익스피어, 링컨과 같은 위인과 샤킬 오닐과 같은 현대의 스포츠 스타도 미니 피규어로 등장합니다. 특히 샤킬 오닐은 본인이 직접 등장해 목소리를 연기했습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닌자고’의 녹색 닌자도 잠시 출연합니다.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매력적입니다. 비트루비우스로는 노배우 모건 프리먼이 맡아 중후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연기를 선보입니다. 인격이 수시로 바뀌는 좋은 경찰과 나쁜 경찰, 그리고 그의 아버지 경찰로는 리암 니슨이 1인 3역을 맡았는데 평소 중후한 목소리에 가까운 나쁜 경찰보다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애써 연기하는 좋은 경찰 쪽이 인상적입니다. 리암 니슨이 손자와 레고로 놀아준다면 저런 목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건 프리먼과 리암 니슨은 ‘다크 나이트’ 삼부작에 배트맨의 동료와 적으로 각각 출연한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레고 무비’에서 또 다시 배트맨의 동료와 적으로 각각 출연했습니다.
슈퍼맨과 그린 랜턴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목소리를 맡은 배우는 채닝 테이텀과 조나 힐입니다. 슈퍼맨의 성우로 근육질의 채닝 테이텀이 선택된 것은 이미지가 부합됩니다. 그린 랜턴으로 분한 조나 힐은 최근 개봉된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열연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슈퍼맨은 그린 랜턴의 바보스러움에 ‘I super hate you(‘나는 너를 슈퍼 증오해’ 정도로 직역)’라는 슈퍼맨다운 대사를 입에 올립니다.

가장 눈에 띄는 조연 캐릭터는 1980년대 레고의 우주비행사 베니입니다. 베니의 헬멧은 턱 부분이 부러져 있으며 가슴의 로고도 일부가 지워져 있습니다. 당시 우주비행사 미니 피규어가 쉽게 파손 및 훼손되어 동심에 상처를 남기던 약점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입니다. 베니의 새파란 우주복과 그가 제작하는 원색 위주의 조잡한 우주선 또한 1980년대 레고를 대변합니다. 정교함과 사실성을 극한으로 추구하며 성인용 장난감이 된 현재의 레고와 달리 베니는 1980년대 레고에 대한 진한 향수를 일깨웁니다. 엔딩 크레딧에 등장하는 작례도 정교하고 사실적인 21세기의 레고보다 단순하고 알록달록한 1980년대 레고에 가깝습니다.
베니는 레고의 역사와 함께 존재 의의, 그리고 ‘레고 무비’의 주제 의식을 상징하는 캐릭터입니다. 후반에 제시되는 실사 장면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실사 장면을 통해 ‘크레이글’, 즉 강력접착제 ‘크레이지 글루(Grazy Glue)’로 브릭스버그의 미니 피규어들을 통제하려는 로드 비즈니스의 정체가 ‘위층 남자’인 중년 사내(윌 패럴 분)이며 그에 맞서는 창조주의 손은 중년 사내의 아들 핀(제이든 샌드 분)임이 밝혀집니다. 중년 사내는 설명서대로 레고를 제작해 강력접착제로 고정하지만 핀은 설명서와 무관하게 만들고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작례를 즐깁니다. 베니가 만드는 조잡한 우주선들이 바로 소년 핀이 만드는 수준입니다.
‘크레이글’이 대변하듯 교조적인 제작 과정에 집착하는 중년 사내도 사실 어린 시절에는 베니를 가지고 놀면서 핀과 같이 자유로운 조립과 해체를 즐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엄격함과 정교함을 강조하면서 헬멧 부품이 부러지고 로고가 지워진 베니는 관심 밖으로 전락했을 것입니다. 대신 30년 전에 탄생한 베니를 즐기는 것은 아들 핀입니다.
‘레고 무비’의 주제의식은 현재 방영 중인 ‘건담 빌드 파이터즈’와 놀랄 만치 닮았습니다. ‘건담 빌드 파이터즈’ 또한 설명서대로의 작례에 얽매이기보다 자유로운 창의력을 강조합니다. 갈수록 고가화, 복잡화되어 매니아들의 전유물로 전락할 위험성을 경계함과 동시에 보다 많은 제품을 구입하도록 조립 완구 회사가 직접 제작한 영상 작품을 통해 유도하는 ‘속셈’도 ‘레고 무비’와 ‘건담 빌드 파이터즈’가 빼닮았습니다. ‘레고 무비’의 마스터 빌더와 ‘건담 빌드 파이터즈’의 건프라 빌더 역시 비슷한 의미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취급을 당하던 에밋의 2층 소파가 자신과 동료들의 생명을 구하는 장면이나 얼굴이 지워진 착한 경찰이 펜으로 조악하지만 눈과 입을 손수 그리는 장면도 자유로운 창의력과 상상력을 강조하는 연출입니다.
결말에서 핀의 아버지가 핀의 어린 여동생도 함께 레고로 놀 수 있도록 허락해 듀플로가 브릭스버그를 ‘침공’하는 장면은 후속편을 암시하지만 아울러 나이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레고를 즐길 수 있음을 상징합니다. ‘레고 무비’는 특정 시리즈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관을 자유롭게 혼합해 상품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프랜차이즈입니다. 레고가 또 다른 금맥을 캐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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