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멜트다운 도큐먼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 한국은 과연 다를까?

오시카 야스아키의 ‘멜트다운 도큐먼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이하 ‘멜트다운’)는 2012년 1월 고단샤에서 출간되었으며 2013년 2월 문고판으로 개정 증보된 논픽션입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그 이후의 갈등을 600여 페이지에 다룬 노작으로 제34회 고단샤 논픽션 상을 수상했습니다. 유명 정치인이나 경제인은 물론 중견급 공무원까지 무수한 인물들의 학력, 경력, 성향 등을 세세히 파악한 꼼꼼함이 돋보입니다.

‘이 책은 어리석은 인간들의 이야기이다’라는 단 한 줄짜리 서문에서 드러나듯 ‘멜트다운’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인 다양한 행위자들을 모두 ‘어리석다’고 싸잡아 비판하고 있습니다.

간, 노다와 같은 총리는 물론 장관을 역임한 에다노와 같은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 인사들, 아베를 비롯해 정권 탈환에 광분한 자민당, 원전사고를 틈타 자신의 목소리를 키운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 등 다양한 정치인들은 근본적으로 무능했습니다.

간, 에다노 등은 일시적으로 원전 확대에 반대하거나 관료들의 저항에 맞서 싸우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승리하지 못하거나 ‘전향’과 다를 바 없는 결말에 도달했습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근본적으로 정치 경험이 일천한데다 여론에 휘둘리며 우유부단했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도쿄전력의 미흡한 대처로 인한 인재(人災)의 성격이 농후함에도 불구하고 도쿄전력은 자산을 매각해 피해자들에 보상하려 하지 않고 정부의 지원, 즉 세금에 기대려 했습니다. 최고 경영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자리보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추태까지 노출합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언론플레이에 나선 것은 물론입니다.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도쿄전력의 가쓰마타 회장은 중국에 외유를, 시미즈 사장은 나라(奈良)에서 여행을 즐기고 있었던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도쿄전력의 이기적이며 방만한 기업 문화는 어처구니없습니다.

언론 또한 특종 경쟁 과정에서 근거가 부정확한 보도나 자극적인 뉴스를 통해 결과적으로 도쿄전력을 비롯한 ‘원전 마피아’에 유리한 국면으로 여론을 호도했습니다.

하지만 ‘멜트다운’이 지목하는 진정한 ‘전범’은 경제산업성입니다. 경제산업성은 철두철미하게 부처와 개별 공무원들의 이익에 기초해 움직였습니다. 경제산업성 공무원들은 퇴직 후 원전 관련 회사에 임원으로 ‘영전’하거나 자식들을 원전 관련 회사에 취직시키는 일이 잦았습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여론을 등에 업고 도쿄전력을 단죄하려 한 것이나 ‘원전 제로(0)’의 정책을 입안하려 할 때도 현실론을 방패로 조직적이면서도 교묘하게 저항했습니다. 전력 업계의 힘이 떨어질 경우 경제산업성에 돌아오는 ‘떡고물’이 적기 때문입니다.

수권 경험이 자민당에 비해 크게 부족한 민주당의 정치인들은 경제산업성의 다수를 장악한 친 원전 관료들을 견제하기 위해 소수의 소장파 공무원들을 등용하거나 대학교수 등 식자들을 동원하지만 승리하지 못합니다. 결국 민주당은 ‘원전 제로’를 관철시키지 못한 채 2012년 12월 총선거에서 참패해 자민당 아베에 정권을 내주고 맙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수습 과정에서 도쿄전력은 회장과 사장이 퇴임하고 경영권을 정부에 침식당하지만 진정한 ‘전범’ 경제산업성은 아무 것도 잃지 않은 채 승자로 남게 됩니다. 정치권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언론에 자신들에 유리한 정보나 혹은 왜곡된 정보를 흘려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도 경제산업성입니다. 경제산업성의 관료들의 급여는 일본 국민들의 세금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관료들은 국민이 안중에도 없습니다.

‘멜트다운’에 제시되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좌고우면과 뻔뻔스러움은 너무나 놀라워 실소를 유발할 정도입니다. 일국의 에너지 정책은 물론 국민의 안전을 좌우하는 정치인, 관료, 기업이 이렇게까지 무능하고 이기적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원전을 둘러싼 문제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은 여전히 오염 물질을 내뿜고 있습니다. 경기 부양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는 아베 정권은 원전 재가동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불법 자금 수수로 인해 불명예 사퇴한 이노세 전 지사의 후임인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출마한 호소카와 전 총리는 고이즈미와 손잡고 ‘원전 제로’를 주장하며 자민당의 독주에 제동을 걸려 하고 있습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준비를 위한 전력 확보 논란과 맞물려 원전은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만일 호소카와가 도쿄도지사에 당선될 경우 아베 정권에는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입니다.

여러모로 한국과 일본이 닮았음을 감안하면 ‘멜트다운’은 결코 강 건너 불구경일 수만은 없습니다. 한국의 원전 또한 노후화와 비리로 인한 문제가 최근 불거지고 있습니다. 확률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일본과 같은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국내 원전은 일본의 원전보다 안전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유사시 정치권, 관료, 언론 등이 일본에 비해 원활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일본보다 더한 아비규환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멜트다운’은 국내에 작년 9월 ‘멜트다운 :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어떻게 일본을 침몰시켰는가’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멜트다운’의 아쉬운 점을 굳이 지적하면 책 말미에 연표가 부재한 것입니다. 시간 순으로 본문이 기술되기는 했지만 말미에 일목요연한 사건 연표가 포함되었다면 본문의 이해를 도왔을 것입니다. 아울러 후리가나와 경력 등을 정리한 인명사전이 포함되는 배려가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