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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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 - 초반 작위적, 결말 우연 의존 영화

※ 본 포스팅은 ‘시절인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부유한 사업가의 정부로 원정 출산을 위해 시애틀에 온 쟈쟈(탕웨이 분)는 아내와 소원해진 채 외동딸 줄리(송메이휘 분)와 함께 사는 프랭크(우슈보 분)와 가까워집니다. 정부가 어려움을 겪으며 경제적 지원이 끊어지자 쟈자는 스스로 돈을 벌며 한층 성숙해집니다.

설효로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시절인연’은 베이징에서 시애틀로 온 중국인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쟈쟈에게는 정부가 있으며 프랭크에게는 이혼한 아내가 있지만 각각 관계가 소원하기에 동병상련인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엽니다.

오프닝 크레딧의 애니메이션에서 제시되는 붉은 실 뭉치에서 붉은 색은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색상이자 사랑을 의미하며 실은 길게 이어지는 인연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붉은 색 실 뭉치는 쟈자와 프랭크의 긴 인연이 이루어질 것을 암시합니다.

여전히 아름답지만 20대 후반에 촬영한 ‘색, 계’와 달리 눈가에 서서히 30대 중반의 나이가 드러나는 탕웨이는 철없는 미혼모로 출연합니다.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여성을 연기한 이유로는 탕웨이가 여배우로서 미모만을 앞세우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돈 많은 정부에 의존해 돈을 펑펑 쓰는 안하무인 여주인공 쟈쟈로 분한 탕웨이는 과장된 연기를 선보입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를 통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 시선을 끌기 위함이지만 각본의 한계 탓인지 상당히 작위적입니다. 오히려 미성숙했던 쟈자가 어려움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중반부가 현실적이며 설득력이 있습니다.

‘베이징, 시애틀을 만나다’는 의미의 원제 ‘北京遇上西雅图’에 드러나듯 ‘시절인연’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오마주했습니다. 베이징을 상징하는 것은 쟈자이고 시애틀을 상징하는 것은 프랭크입니다. 쟈쟈가 미국에 입국하며 공항에서 입에 올리는 영화이자 줄리와 함께 외출해 극장에서 관람하는 영화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입니다. 심지어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재회하는 결말까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고스란히 차용했습니다.

문제는 독창성 여부를 떠나 쟈쟈와 프랭크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재회하는 결말이 지독한 우연에 의존했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이 그 시간에 동시에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있어야 하는 필연성을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놀라운 우연의 일치로 재회했기 때문입니다. 밑도 끝도 없는 우연에 대한 지나친 의존 또한 작위적입니다. 일부 한국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전반부 웃음, 후반부 감동’의 진부한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각본의 세세한 약점도 눈에 띕니다. 아내로 인해 중국에서 의사 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온 프랭크는 주변 인물들로부터 ‘낙오자(Deadbeat)’를 의미하는 ‘DB’로 불립니다. 하지만 아무리 친하다 하더라도 과연 ‘낙오자’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것인지 의문입니다.

음악의 남용도 약점입니다. 중반부까지는 시퀀스가 전환될 때마다 몽타주 기법과 함께 음악이 삽입되는데 진부하며 전형적입니다. 적절한 선에서 활용하면 영화의 분위기를 세련되게 만들며 장면 전환에 도움이 되는 것이 음악이지만 본격적인 장면이 시작되기도 전에 관객의 감정 선보다 음악이 훨씬 앞서가 스포일러와 다를 바 없습니다. 결말에 삽입된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를 비롯해 배경 음악들 또한 클리셰에 가깝습니다.

후반부 쟈쟈가 정부와 결합하기 위해 미국을 떠나며 ‘프랭크의 수염 없는 모습이 궁금하다’고 언급한 대사는 결국 프랭크가 수염 없는 모습으로 등장할 것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두 주인공의 재회에 대한 복선입니다. 하지만 여명과 닮은 우슈보의 그윽한 눈빛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염이 없는 편보다 있는 편이 훨씬 더 나아보입니다.

그나마 인상적인 것은 중국의 젊은 세대의 현실이 반영된 것입니다. 고가품 선호, 원정 출산, 레즈비언 커플, 중국 교육 부적응으로 인한 교육 이민, 이민 부부의 이혼 등 한국과 유사한 사회 현상들이 묘사됩니다. 중국인과 대만인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설정도 인상적입니다.

한글 자막의 오류도 보입니다. ‘애 달린 남자’는 ‘애 딸린 남자’가 되어야 옳습니다. ‘셜득’은 ‘설득’의 오타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