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1boon/KBO 야매카툰 작가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아날로그에 대한 역설적 향수 영화

※ 본 포스팅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잡지 ‘라이프’의 네거티브 필름 관리자 월터(벤 스틸러 분)는 폐간호의 표지에 사용될 사진작가 숀(숀 펜 분)의 필름 1장을 찾지 못해 애태웁니다. 태어나서 해외여행을 한 번 해본 적 없는 몽상가 월터는 필름을 찾기 위해 숀을 만나러 그린란드로 출국합니다.

현재를 즐겨라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원제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는 제임스 서버의 1939년 작 단편 소설을 각색한 각본을 벤 스틸러가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 주인공 월터 미티(Walter Mitty)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즐기는 몽상가를 의미하는 대명사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제임스 서버의 단편 소설은 1947년에 이미 한 차례 영화화된 바 있습니다.

10대 시절 유럽 여행을 앞둔 월터는 아버지의 사망으로 여행이 취소된 것은 물론 생업 전선에 일찌감치 내몰리면서 짜릿한 모험은커녕 해외여행조차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42세이지만 연인조차 없는 독신입니다. 월터는 라이프의 폐간 및 구조조정 전까지 한동안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영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홀어머니와 여동생의 부양을 위해 경제적 여유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극중에 제시되는 ‘인생 속으로 파고들라’는 요지의 진취적인 라이프의 모토와 몽상만을 탐닉하는 소극적인 월터의 삶은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라이프의 모토를 실현하는 인물은 월터가 아닌 숀입니다. 숀은 제대로 된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전 세계 구석구석 극지까지 찾아가는 터프 가이의 스테레오 타입입니다.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은 단벌신사 월터는 그린란드에서 아이슬란드로 향하다 바닷물에 빠진 이후 캐주얼로 갈아입습니다. 의상의 변화는 그가 답답한 회사와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숀과 같이 새로운 인생과 진정한 모험을 시작했다는 상징입니다.

코미디 배우가 정극 연기에 도전했으며 현실과 환상이 중첩되는 판타지가 가미된 로맨스 영화라는 점에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미셸 공드리 감독, 짐 캐리 주연의 2004년 작 ‘이터널 선샤인’을 연상시킵니다. 초반부 월터가 등반가가 되어 짝사랑하는 셰릴(크리스틴 위그 분)의 마음을 얻는 초현실적인 몽상 장면은 중반 이후 히말라야를 등반하고 셰릴과 가까워지는 전개를 암시합니다. ‘현재를 충실히 즐겨라’라는 메시지 또한 ‘이터널 선샤인’과 유사합니다.

오프닝 크레딧을 영상 속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한 것은 ‘패닉 룸’을 연상시킵니다. 부감 숏과 수평 이동을 즐기는 카메라 워킹, 독특한 색채 감각, 기묘한 인물들, 김빠지는 듯한 코미디 요소는 벤 스틸러가 출연했던 ‘로열 테넌바움’을 비롯한 웨스 앤더슨의 스타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함께 슈퍼 히어로 영화에 대한 오마주도 엿보이며 ‘해리 포터’ 시리즈의 덤블도어를 대사에서 언급하기도 합니다. 현재의 사랑을 즐기라는 주제의식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동일합니다. 옳다고 믿는 것을 관철하는 용기를 역설한다는 점에서는 슈퍼 히어로 영화나 ‘해리 포터’ 시리즈와 통합니다.

월터가 미국 뉴욕을 출발해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거치며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미국 LA로 돌아오기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로드 무비입니다. 숀이 보낸 라이프 폐간호 표지 사진용 필름이 실은 월터에게 선물한 지갑 안에 있으며 사진의 주인공이 월터라는 결말은 쉽게 눈치 챌 수 있습니다. 파랑새는 가까이에 있다는 주제의식, 즉 주인공이 먼 길을 떠나 찾은 소중한 물건이 주인공의 가까이에 있었음을 깨닫는 전개는 자아를 찾는 전형적인 로드 무비의 것입니다. 필름 롤의 주변의 필름들을 통해 1장의 사라진 필름을 찾아가는 전개는 스릴러의 요소를 활용한 것입니다.

중반 이후가 아쉽다

월터의 몽상을 영상으로 옮긴 중반까지의 재기 넘치는 빠른 전개와 코미디에 비해 월터가 모험을 실천에 옮기며 몽상을 줄이고 현실 감각을 찾아가는 후반부는 속도감이 떨어지며 다소 진부한 대화로 점철됩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사진의 행방과 정체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점도 아쉽습니다.

넥타이로 돌을 손에 묶고 빠른 속도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손바닥으로 도로를 짚으면 넥타이가 마찰로 인해 끊어지는 것은 아닌지, 2명의 도우미를 고용했다고는 하지만 훈련 없이 즉흥적으로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남습니다.

큼지막한 스케이트보드를 월터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오래된 인형과 바꾸는 아이슬란드의 소년들의 교환 행위도 설득력이 다소 떨어집니다. 여동생을 괴롭히기 위해 인형을 받는다고 하지만 어린이들이 인형을 가치가 있는 골동품으로 인식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린이들은 자신이 보유한 큰 물건을 상대가 보유한 작은 물건으로는 교환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손해를 본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첫째, 월터가 셰릴의 아들 리치(마커스 안투리 분)에게 스케이트보드를 선물하려 하며 둘째, 월터가 촉박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필요하며 셋째, 인형과 결별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계속된 몽상가로서의 삶에서 탈출하는 상징적 전개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과연 동일한 상황에서 실제로 어린이들이 교환에 응할지는 의문입니다.

아날로그, 또 다른 주인공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매력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우선 여행이 한 번에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두 번에 걸쳐 이루어진다는 점, 여행을 성공리에 완수했지만 월터가 정리해고를 피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결말을 갖추고 있습니다. 싱글맘 셰릴 또한 해고를 피하지 못합니다. 라이프의 폐간도 아무도 막지 못합니다. 아무리 상상이 즐겁고 모험이 즐겁다 해도 현실의 무게는 무거운 법입니다.

모험에 나서기 전까지 매칭 사이트에서 인기가 없던 월터가 모험으로 인해 갑자기 인기를 얻는 전개는 수험, 구직, 결혼 등을 위한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월터는 필름을 찾기 위한 모험 덕분에 독특한 스펙을 쌓아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일이 용이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날로그입니다. 숀이 월터에게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하려 했던 라이프 폐간호용 사진의 소스는 디지털 파일이 아닌 아날로그 필름입니다.

사진으로 유명했던 라이프는 2007년을 끝으로 오프라인 잡지로서는 폐간된 바 있습니다. 라이프가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2010년대까지 존속하다 폐간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근간을 이룹니다.

마릴린 먼로가 장식한 라이프의 표지는 실존했던 것이 아니라 영화 제작을 위해 제작된 가상의 것입니다. 무자비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비열한 상사 테드(아담 스콧 분)는 라이프의 표지를 통해 부정을 자행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비열한 대통령 닉슨에 비유됩니다. 엔드 크레딧 또한 아름다우면서도 인상적인 라이프의 스타일의 사진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테드가 월터를 ‘우주비행사 톰’이라며 가사를 활용해 놀리는 것은 물론 그린란드에서 소형 헬기에 월터가 탑승하는 동기가 되는 초현실적 장면에 삽입된 곡은 데이빗 보위가 1969년에 발표한 ‘Space oddity’입니다. 월터가 그린란드로 무작정 출발하는 장면에서는 우주비행사가 된 월터가 표지를 장식한 라이프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Space oddity’ 외에도 다양한 록들이 배경 음악으로 삽입되었습니다.

셰릴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월터는 아직 폴더폰을 사용하는 것도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상대적으로 디지털의 세례를 덜 받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네거티브 필름의 전문가라는 직업과 더불어 월터가 아날로그적인 인물임을 의미합니다.

역설적인 것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로 가득하지만 영상은 CG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는 사실입니다. 슈퍼 히어로로 돌변해 테드와 혈투를 벌이는 월터의 몽상에 충실한 장면 등은 CG의 힘을 빌리지 않았다면 결코 성립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블루레이가 출시되면 부가 영상의 제작 과정과 더불어 벤 스틸러의 코멘터리가 궁금해집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Uglycat 2014/01/05 14:17 #

    오늘 보고 왔는데, 볼만하긴 했습니다만 지적하신 부분들은 확실히 작위적인 티가 나더군요...
    전체적인 느낌은 인간극장으로 시작해서 내셔널지오그래피로 흘러갔다가 다시 인간극장으로 마무리했다는 느낌...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