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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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스 게임 - 소박하지만 쏠쏠한 SF 영화

※ 본 포스팅은 ‘엔더스 게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50년 전 외계인 포믹의 침공으로부터 간신히 지구를 지킨 인류는 2차 침공에 대비해 소년소녀들을 병사로 육성합니다. 소년 엔더(아사 버터필드 분)는 형 피터(지미 핀책 분)와 누나 발렌타인(아비게일 브레슬린 분)이 실패한 전투학교 입학에 성공합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춘 엔더는 주위의 질시와 방해를 뚫고 빠른 속도로 월반합니다.

‘스타쉽 트루퍼스’ 연상시키는 요소들

오손 스콧 카드의 1985년 작 SF를 영화화한 ‘엔더스 게임’은 외계인의 침공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선발된 천재 소년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지구가 외계인으로부터 위협받는 가운데 엄혹한 군대에 입대한 소년이 군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걸작 SF를 폴 버호벤이 영화화한 ‘스타쉽 트루퍼스’를 연상시킵니다.

초반부 엔더가 하얀색 의상을 자주 입고 등장하는 것은 그가 순진무구한 존재임을 상징합니다. 햇병아리를 의미하는 노란색 등(燈)이 설치된 복도를 지나 성숙과 군대를 의미하는 초록색 등이 설치된 복도를 통과해 대장으로 승진하는 것도 역시 상징적인 색상 활용입니다.

‘샤워실이 남녀 구분되어 있으니 절대로 잘못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대사는 ‘스타쉽 트루퍼스’의 유명한 남녀 혼탕 샤워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규율을 강조하는 강압적인 하사관 교관이 승진한 주인공의 부하가 되는 전개도 유사합니다. 댑(논소 아노지 분)과 엔더는 거구의 흑인 부하와 천재적인 소년 지휘관의 관계라는 점에서 걸작 SF ‘은하영웅전설’의 율리안 민츠와 루이 매쉰고의 관계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주제의식에서도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외계인인 벌레를 호쾌하게 학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류의 참혹한 손실을 부각시킨다는 면에서 ‘스타쉽 트루퍼스’는 전쟁에 반대하며 전쟁으로 이득을 누리는 파시즘을 비판합니다. ‘엔더스 게임’은 정치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으나 소년소녀들을 전쟁으로 내모는 현실을 비판합니다.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 선제공격 한다’며 침공을 합리화하는 그라프 대령(해리슨 포드 분)은 부시 행정부 당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공격을 빗댄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서두에 삽입된 ‘적을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의 자막은 결말을 포함해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주제입니다. 적을 이해한다면 끔찍한 전쟁은 피할 수 있다는 반전론(反戰論)이자 이상론입니다.

주인공 자니가 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폭력과 섹스로 점철된 성인용 SF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에 비해 ‘엔더스 게임’은 주인공이 10대 중반에 머문다는 점은 다릅니다. 따라서 ‘엔더스 게임’은 결말에서 대량 학살을 제시하지만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그에 앞서 엔더는 자신을 괴롭히는 선배 본조(모이세스 아리아스 분)를 상대로 실수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게 한 것에 매우 괴로워합니다. ‘스타쉽 트루퍼스’였다면 본조는 우발적으로라도 생명을 잃었을 것입니다. ‘엔더스 게임’은 ‘스타쉽 트루퍼스’의 부드러운 소년 버전입니다.

정확히 구분하면 엔더는 외계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쉽 트루퍼스’의 보병인 자니가 아니라 TV 드라마 ‘천재 소년 두기’의 이미지를 재활용해 닐 패트릭 해리스가 분한 자니의 친구이자 대령으로 초고속 승진한 칼에 가까운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여성은 누나

전쟁을 게임과 동등하게 바라보는 관점을 ‘엔더스 게임’은 강하게 경계합니다. 따라서 ‘엔더스 게임’(Ender's Game)’은 매우 역설적인 제목입니다. 게임이라 믿고 임했던 모의 전투가 결과적으로 포믹의 행성을 파멸시키는 실제 전투였다는 사실에 크게 후회한 엔더가 포믹의 남은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 군을 이탈하는 영화의 결말은 상당히 인상적인 반전(反轉)입니다. ‘엔더(Ender)’는 ‘상대를 패배시키는 자’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쟁을 종결(End)시키는 자’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작명입니다. 그라프 대령이 엔더를 가리켜 시저와 나폴레옹에 비유하는 한편 ‘선택된 자’라고 규정했던 예언이 다른 방식으로 적중한 것입니다.

주인공이 ‘선택된 자’로 처음부터 예언되는 것은 ‘매트릭스’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전쟁을 통한 승리가 아니라 평화를 통한 공존을 도모한다는 점에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루크 스카이워커 부자를 연상시킵니다. 무중력 공간의 모의 전투의 비주얼은 ‘트론’을, 엔더의 목 뒤에 장착하는 모니터도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엔더가 전투에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으면서도 평화에 눈뜨는 결말이 제시되는 이유는 그가 호전적인 형 피터보다는 안식처와 같이 평화로운 누나 발렌타인의 영향을 보다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엔더와 함께 포믹의 잠재의식까지 포함된 게임에서 발렌타인이 포믹의 여왕으로 변신하는 전개는 결말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전쟁에 휩쓸리는 소년 주인공이 가장 사랑하는 여성이 어머니나 여성 동료가 아니라 친누나라는 사실은 매우 이채롭습니다. 따라서 소년의 성장을 다루면서도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그의 사랑은 섹스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발전합니다. 누나는 이성(異性)의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엔더의 사랑의 대상은 누나와 동일시되는 포믹 여왕의 새끼이자 장차 또 다른 여왕으로 낙착됩니다.

엔더를 전투 병기처럼 다루는 그라프 대령보다는 엔더의 심리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는 여성 장교 로빈슨 소령(비올라 데이비스 분)이 보다 바람직한 인물로 등장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입니다. 엔더의 부모의 그림자가 희박한 가운데 사실상 그라프 대령은 엔더의 엄부, 로빈슨 소령은 엔더의 자모라 할 수 있습니다. 그라프 대령이 백인, 로빈슨 소령이 흑인인 것도 인종적으로 배려한 캐스팅입니다. 엔더는 남성성보다는 여성성, 폭력보다는 대화를 중시하게 된 것입니다.

휴고’에서 주연을 맡았던 아사 버터필드는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했습니다. 얼굴은 어린 티가 여전하지만 팔다리가 길어져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보입니다. 소년의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긴 팔다리의 체형은 부조화를 일으켜 보호본능을 자극합니다. 후반부의 또 다른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옛 영웅 래컴으로 등장하는 벤 킹슬리는 독특한 얼굴 분장으로 출연합니다. 래컴의 활약을 반복해서 비추는 영상은 21세기 초반인 현 시점에 외계인이 침공한다면 어떤 방식의 전투가 이루어질지 상정한 것입니다. 개빈 후드 감독은 퀴즈를 제시하는 거인의 목소리로 출연했습니다.

스케일이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CG는 위화감이 없습니다. ‘엔더스 게임’은 의외로 쏠쏠한 재미를 갖춘 소박한 SF 영화입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 - 오락성 충실한 히어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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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qilin 2014/01/04 08:15 # 삭제

    저도 어제 엔더스게임을 보면서 스타쉽 트루퍼스를 떠올렸습니다. 물론 그건 너무 어렸을때봐서 가물가물하지만요 ㅎㅎ 엔더스게임은 딱 십오세 연령으로 맞춘 귀여운 SF아닌가 싶습니다. 현실의 잔혹함을 받아들이지도 밀어내지도 않는 조금 애매한 줄거리인 대신에 CG는 괜찮았습니다. 3D로 봤으면 어땠을지 조금 궁금하더라구요 ㅎㅎ
  •  CR 2014/01/04 17:56 #

    엔더스게임 원작이 30년 전에 나와서 스타쉽트루퍼즈나 매트릭스가 에너스게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네요
  • 냠냠 2014/02/04 21:01 # 삭제

    별 생각없이 봤다가 결말이 충격적 이어서 글 보러 왔습니다. 영화보고 남은 여운과 의문을 깨끗하게 해소했습니다. 고마워요. ^^
  • 2014/02/09 11:29 # 삭제

    너무 다른영화와 많이 접목하시는 것 같군요 그리고 주인공은 외계인의 생각을 읽을수 있는게 아니라 외계인이 앤더의 머릿속에 생각을 넣는거라고 저는 그렇게 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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