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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 다시 봐도 지루하다 영화

※ 본 포스팅은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부제 ‘스마우그의 폐허’란 용 스마우그에 의해 패망한 너른골을 의미합니다. 극중에서 너른골이 스마우그의 습격을 당하는 장면은 짧은 회상 장면으로 처리되며 폐허가 된 현재의 너른골은 자세히 제시하지 않습니다. 소린(리차드 아미티지 분)과 빌보(마틴 프리먼 분) 일행이 멀리서 바라본 뒤 지나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른골은 부제의 유래가 된 만큼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왜냐하면 바르드(루크 에반스 분)의 조상이자 너른골의 마지막 왕 기리온이 스마우그에게 검은 화살을 발사해 날개 밑에 작은 상처를 남겼기 때문입니다. 스마우그의 상처가 전설이 아니라 사실임을 빌보가 확인하는 것은 ‘호빗’ 삼부작의 최종장 ‘호빗 다섯 군개 전투’’의 결말을 위한 중요한 암시입니다. 스마우그를 물리치기 위한 포석이기 때문입니다. 바르드 가문과 스마우그의 악연, 그리고 검은 화살을 손에 쥔 바르드의 아들 배인(존 벨 분)까지 감안하면 너른골의 패망 과정이 짧게 제시된 것은 아쉬움이 큽니다.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의 161분이나 되는 러닝 타임이 지루하다는 평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빌보와 스마우그의 긴 대화를 줄이고 너른골이 스마우그의 습격을 받는 장면을 보다 길게 삽입했다면 지루함도 덜 하며 부제의 의미도 살리는 것은 물론 후속편인 ‘호빗 다섯 군개 전투’을 위한 복선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서양의 관객들에게는 스마우그, 즉 용이 신기한 대상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들이 접한 동화에 자주 등장했던 말하는 사악한 용이 어색함 없이 시각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피터 잭슨 감독은 ‘호빗 뜻밖의 여정’에서 스마우그의 전신을 꼭꼭 숨기며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를 기약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서양의 용과는 달리 용에 대한 별개의 관점을 지닌 동양의 관객들에게 스마우그는 신기한 대상이 아닌 몬스터의 일종일 뿐입니다. 몬스터는 서브 컬처에 익숙한 소수의 관객을 제외하면 쓰러뜨려야 하는 영화 속 악역일 뿐, 오랫동안 수다를 떨며 길게 보여준다고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습니다. 스마우그가 최후를 맞는 것조차 보여주지 않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의 결말이 아무리 원작에 충실하며 ‘호빗 다섯 군개 전투’을 위한 도움닫기라 해도 한국을 비롯한 동양 관객에게 미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나마 흥미로운 것은 소린 일행이 스마우그를 물리치기 위해 동원하는 작전입니다. 소린은 자신이 미끼가 되어 스마우그에게 금을 녹인 뜨거운 물을 쏟아 붓습니다. 작전을 위해 활용되는 것은 거대한 드워프의 거푸집입니다. 크기로는 용과 비교가 되지 않는 드워프가 일시적으로라도 동등한 크기로 맞서 스마우그를 위기에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과의 소소한 연결고리도 흥미롭습니다. 강령술사의 정체가 사우론임을 간달프(이안 맥켈렌 분)가 알아차리는 순간의 배경 음악은 ‘반지의 제왕’ 삼부작에서 사우론의 거대한 눈이 등장할 때마다 삽입된 불길하면서도 웅장한 배경 음악입니다.

스마우그로부터 아르켄스톤을 되찾기 위해 빌보가 궁전 안으로 들어가기 전 발린(켄 스토트 분)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위험을 경고합니다. 하지만 빌보는 용기를 내 궁전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하는데 이 장면에서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에서 호비튼을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이 삽입되었습니다. 호빗의 용기를 상징하는 배경 음악입니다.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에서 프로도는 브리에서 나즈굴의 추격으로부터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언더힐(Underhill)’이라는 가명을 사용합니다.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출신지를 묻는 스마우그의 질문에 빌보는 가장 먼저 ‘언덕 밑(Under Hill)’에서 왔다고 답합니다. 고향 호비튼과 중간에 들른 호수 마을을 숨기는 것은 물론 드워프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기 위해 대충 주워섬긴 것이지만 정체를 숨기기 위해 삼촌 빌보와 조카 프로도가 동일한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의도적인 설정으로 보입니다.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의 서두에 제시되는 12개월 전 장면의 공간적 배경은 프로도가 ‘언더힐’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던 브리의 여관 ‘달리는 조랑말’입니다. 간달프와 소린이 첫 대면하며 ‘좀도둑’이 필요하다고 언급된 뒤 현재의 빌보로 시점이 이동합니다. 브리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엑스트라가 피터 잭슨 감독임을 감안하면 공간적 배경 브리의 ‘달리는 조랑말’과 가명 언더힐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호빗 스마우그의 페허’는 국내에서 J. R. R 톨킨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4편의 전작에 비해 흥행이 가장 처지고 있습니다. 특히 ‘반지의 제왕’ 삼부작 개봉 당시의 뜨거운 반응에 비하면 실로 엄청난 차이입니다. 멀티플렉스와 직배사의 부율 줄다리기로 인해 서울에서 개봉관이 현저히 줄어든 탓도 있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면 뒤늦게라도 정상 상영되었을 것입니다. 대작 콤플렉스로 인해 짧은 분량의 원작을 억지로 삼부작으로 늘린 태생적 한계는 물론이고 전투 장면에서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올리는 부감 숏을 비롯해 매너리즘에 빠져든 피터 잭슨의 연출력 부재가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를 지루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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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ㅇㅇ 2013/12/29 01:15 # 삭제

    어케보면 심형래의 꿈을 이룬 작품이죠 ㅎㅎ
  • 2014/06/13 18:53 # 삭제

    괜찮습니다. 이미 글쓴이님은 다음3편을 보면서 팝콘과콜라를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영화평은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아무래도 글쓴이께서 우리나라 영화비평쟁이들한테 너무 세뇌된게 아닌가 싶군요. 영화를 학문으로 보시면 재미없습니다.
    비판하시려면 3편은 보지마세요. 하지만 보겠지요.
    본인의 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몸은 따라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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