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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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아들을 잃은 뒤에야 아버지가 된다 영화

※ 본 포스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분)는 아내 미도리(오노 마치코 분), 6세의 외동아들 케이타(니노미야 케이타 분)와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료타 부부는 케이타가 산부인과에서 뒤바뀐 아이로 혈통 상의 아들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아이가 출생 직후 병원에서 뒤바뀐 두 가족을 소재로 한 갈등을 묘사합니다. 료타는 자신의 아들 케이타가 실은 유다이(릴리 프랭키 분)와 유카리(마키 요코 분) 부부의 장남 류세이(황 쇼겐 분)와 바뀌었음을 알게 됩니다. 료타는 아내와도 갈등을 빚는 것은 물론 내적 갈등에 시달립니다. 11월부터 시작되는 서사는 이듬해 여름까지 이어지며 계절 감각이 뚜렷합니다.

아이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병원의 관계자는 ‘이런 일을 겪는 이들은 100% 교환한다’며 혈통을 따라 아이들을 다시 맞바꿔야 한다고 단언합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료타와 미도리는 낳은 정과 기른 정, 즉 혈통과 6년의 세월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입니다.

료타의 유다이의 가족은 각각 뚜렷하게 대조됩니다. 두 가족이 첫 대면한 뒤 헤어지는 부감 장면에서 료타의 차량은 토요타의 고급 중형차인 반면 유다이의 차량은 업무용을 겸한 소형 승합차로 경제 능력부터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료타는 건설회사에 근무하며 출세 가도를 달리는 유능한 중견 간부로 도쿄 시내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합니다. 반면 유다이는 한적한 교외 마을에서 작은 전파상을 운영하며 그곳에 면한 방을 3명의 아이들과 함께 사용합니다. 료타의 가족은 핵가족, 유다이의 가족은 3대가 함께 거주하는 대가족이라는 점도 다릅니다.

원칙주의자 료타는 워커홀릭으로 일을 가족보다 소중히 여기지만 느슨한 삶을 살아가는 유다이는 전파상 운영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깁니다. 료타는 ‘무엇이든 혼자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아이와 함께 목욕하는 일이 없으며 상대적으로 스킨십이 적지만 유다이는 아이들과 함께 목욕하며 장난치는 시간을 즐깁니다. 완벽주의자로 타인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으려는 냉정한 삶의 방식이 오히려 료타의 인간적인 약점인 반면 약속 시간에 늦으며 아내 탓을 하는 유다이의 약점은 인간적인 측면의 반영입니다.

두 아버지의 원칙과 개성은 아이들의 옷차림에도 반영됩니다. 케이타는 몸을 옥죄는 듯한 꼭 끼는 단정한 무채색 옷을 고집하지만 류세이는 헐렁한 캐주얼을 입습니다. 두 아이를 맞바꾼 이후 케이타가 원색의 헐렁한 러닝셔츠를 입은 것은 유다이의 가족 분위기에 젖어들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어린이의 인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유전인지, 아니면 환경인지도 묻습니다.

료타가 경직된 육아 방식을 견지하는 있는 이유는 어린 시절 이혼한 냉정한 아버지에게 강한 반감을 느껴 의붓어머니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밝혀집니다. 류세이가 료타의 집에서 가출해 유다이의 집으로 먼 길을 갔듯이 료타도 어린 시절 친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가출한 적이 있었습니다.

케이타와 류세이가 뒤바뀐 원인은 6년 전 가정생활이 원만하지 못했던 간호사(나카무라 유리 분)가 윤택하고 행복해 보인 료타의 가족을 질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이 지난 뒤 료타의 가족은 유다이의 가족보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만 정신적으로 행복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간호사조차 이제는 의붓아들과도 굳건한 사이처럼 보입니다. 료타의 아버지와 료타, 료타와 케이타 및 류세이, 유다이와 류세이 및 케이타, 그리고 간호사와 의붓아들까지 다양한 부모와 자식이 등장하지만 료타를 중심으로 한 부모자식지간이 가장 불행해 보입니다.

료타는 좌천된 우츠노미야의 연구소에서 ‘인공 숲에 매미가 정착하기까지 15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깨달음을 얻습니다. 혐오했던 냉정한 아버지를 자신이 닮아가고 있으며 케이타에게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다는 진실을 깨닫습니다. 케이타가 촬영한 디지털 카메라의 사진 속에서 료타는 피로에 절어 잠을 자고 있을 뿐입니다. 격무의 피로를 핑계로 아들과 놀아주지 못하고 잠만 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료타는 결코 집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거실에 텐트를 치고 테라스에서 낚시를 하며 케이타와 맞바꾼 류세이를 기쁘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합니다. 아들을 잃은 뒤에야 아버지가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료타에게 과제는 남습니다. 유다이의 집으로 보낸 케이타가 못내 걸리기 때문입니다. 료타는 류세이를 데리고 유다이의 집으로 향해 케이타에게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을 사과합니다. 그리고 결말에서 료타와 유다이의 가족은 함께 유다이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유다이의 집에 비치는 햇빛 속에서 언뜻 드러나는 무지개는 두 집안이 하나의 유사대가족을 이루는 이상적이며 타협적인 해피엔딩을 상징합니다. 혈통도 중요하지만 6년의 기른 정 역시 단칼에 자를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의미합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분한 료타의 두 명의 아들로 등장하는 아역 배우들의 이미지는 판이합니다. 료타가 6년 동안 기른 아들 노노미야 케이타 역의 니노미야 케이타는 그의 본명이 배역의 이름까지 영향을 준 것을 알 수 있는데 극중에서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진지하고 단정한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반면 료타의 핏줄을 이어받은 아들 류세이 역의 황 쇼겐은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NHK 대하드라마 ‘료마전’에서 타이틀 롤 료마를 연기했을 때의 활달하면서도 산만한 이미지와 흡사합니다.

출생 직후 뒤바뀐 두 아이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는 막장 드라마의 소재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변화하는 일상을 침착하게 관조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답게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킬 정도로 현실적입니다. 인공적인 조명도 자제합니다. 특별히 자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과연 다음 장면이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결말을 어떻게 제시할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걸어도 걸어도’, ‘아무도 모른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 이어 또 다시 어린이가 등장하는 가족 소재의 영화를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삽입되었지만 경쾌한 속주로 유명한 1955년에 녹음한 곡이 아닌 느릿느릿한 1981년에 녹음한 곡이 삽입되었습니다. 차분한 영화의 분위기에 맞춘 것입니다. 귀를 기울이면 피아노를 연주하며 흥얼거리는 글렌 굴드의 목소리도 작게 들립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한글 자막에서 미도리의 어머니(키키 키린 분)를 료타가 부를 때 ‘어머니’라고 번역한 자막은 ‘장모님’이 되어야 정확합니다. 유다이가 미도리의 어머니를 만났을 때도 ‘(케이타의)할머니’로 번역했는데 보다 정확하게 번역했다면 ‘외할머니’가 되어야 합니다.

환상의 빛 - 삶 속의 죽음, 죽음 속의 삶
아무도 모른다 - 사실적인 영상이 주는 서늘한 감동
하나 - 칼보다 붓, 복수보다 용서
공기인형 - 배두나의 파격적 노출이 안쓰럽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성장, 그것은 진정한 기적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2014/01/08 00:58 # 삭제

    원래 어머니로
    할머니로 불러야
    더 말 된다고 생각

  • 나루호도 2014/02/22 00:15 # 삭제

    잘 읽었습니다. 깔끔하게 잘 정리해주셨네요. 어젯밤에 보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영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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