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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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 바위에 맞선 계란, 노무현 영화

※ 본 포스팅은 ‘변호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상고 출신의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은 세무 관련 업무로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여유 있는 생활을 즐깁니다. 하지만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 분)가 좌익사범으로 몰려 장기간 감금되어 고문당하자 변호인으로 나섭니다. 우석은 자신이 외면했던 군사정권의 인권 유린의 현실에 눈을 뜹니다.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발돋움하게 된 부림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부림 사건은 1981년 전두환 정권 당시 부산 지역 대학생을 비롯한 22명이 반국가단체를 설립해 국가전복음모를 꾸몄다며 구속한 사건입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자막을 통해 ‘실존 인물과 실화에 기초했으나 허구’라며 한 발짝 물러납니다. 주인공의 이름 송우석도 주연 송강호의 성(姓)에 각본까지 맡은 양우석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합쳐 작명한 것입니다. 하지만 부산상고 출신으로 막노동을 하며 고시에 합격해 대전에서 판사 생활을 잠시 한 뒤 고향 부산으로 돌아와 세무 변호사로 성공한 이력은 노무현을 판에 박았습니다. 한때 논란이 되었던 ‘호화 요트’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영화는 다룹니다. 심지어 송우석의 자녀로 첫째인 아들 건우, 둘째인 딸 연우는 노무현의 자녀로 첫째인 아들 노건호, 둘째인 딸 노정연과 가족 구성 및 이름마저 흡사합니다.

‘변호인’은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 치하의 한국의 현실을 조명합니다. ‘땡전 뉴스’라는 당시의 속어처럼 뉴스가 전두환으로 도배됩니다.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시위에는 최루탄을 사용해 진압하기에 급급합니다. 영화가 시작된 지 30분이 지난 뒤 송우석의 사무실 건물 안으로 최루탄 연기와 함께 시위 대학생이 피신하고 진압복을 착용한 고압적 이미지의 전경이 뒤쫓아 들어오면서 송우석의 삶이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은 물론 본격적인 정치 영화 및 법정 영화의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서민적 코미디의 성격도 지니고 있는 만큼 적정한 선에서 타협하지만 구타, 물고문, 허공에 사람을 매다는 ‘전기통닭’과 같은 참혹한 고문도 분명히 제시합니다. 뻔뻔스러운 고문 형사 차동영 경감(곽도원 분)은 ‘고문기술자’ 이근안 경감을, 법정에서 양심적으로 증언하는 군의관 윤 중위(심희섭 분)는 1990년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하며 양심 선언했던 이등병 윤석양을 떠올리게 합니다.

클라이맥스인 법정 장면은 5번에 걸쳐 제시되지만 가급적 짤막하게 끊어가며 복잡한 법리 논쟁보다 이해하기 쉬운 전개를 선택합니다. 전반적으로 스케일이 크지 않으며 카메라도 역동적이지 않지만 법정 장면만큼은 활발한 카메라 워킹을 선보이는 것도 관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입니다.

송우석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싸움에서 결과적으로 패배합니다. 실제 부림 사건 재판에서 그러했듯 피고들은 유죄 판결과 징역형을 면하지 못합니다. 만일 피고들이 무죄를 선고받는 결말이었다면 영화적으로는 카타르시르를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에필로그의 형식으로 1987년 물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의 추모제에 참석하다 송우석이 연행되어 재판을 받는 마지막 장면은 한편으로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결말을 연상시키지만 진정한 주제의식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노무현이 하나의 계란으로서 바위와도 같은 거대 기득권 세력의 폭압과 부조리에 본격적으로 맞서기 시작했음을 상징하는 결말이기 때문입니다.

작금의 현실은 ‘변호인’의 영화 속 3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안 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고 언론은 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육체적 고문은 사라졌지만 신자유주의와 결합한 정권 하에서 사회적 약자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으며 국민의 입에는 재갈을 물리고 있습니다. ‘변호인’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영화적 완성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힘겨운 현실로 인해 위로받고자 하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경남 김해 출신인 송강호는 표준어가 아닌 고향 사투리를 모처럼 마음껏 사용하며 서민적 이미지를 발산합니다. 오달수가 조연으로 가세했는데 주연 송강호, 조연 오달수는 흥행에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이기도 합니다. 최근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는 곽도원과 함께 진우의 어머니로 김영애까지 가세해 스크린을 채우는 배우들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박카스를 비롯해 아날로그 택시미터기, 큼지막한 비누, 늘어지는 흰색 남성 팬티, 양배추 인형 등 1980년대를 재현하는 소품도 볼거리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아놔진짜 2013/12/20 18:26 # 삭제

    같은 엘지팬으로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조선일보 (객원)기자분이 이런 글을 올리시는건 걱정이 조금 되네요. 말도 안되는 걱정이라기엔 요즘 시국이랑 조선일보 방향성이... 모쪼록 조선일보 스포츠 직원이나 편집인들이 객원기자의 정치적 견해에 너무 신경쓰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 IEATTA 2013/12/20 18:38 #

    이런걸 걱정해야 하는 세상 ㅠㅠ
  • 장군찡 2013/12/20 18:50 #

    이런걸 걱정하는 세상이 정말 왔네요 ㅠㅠ
  • 설마 2013/12/21 00:37 # 삭제

    ...설마 진짜 그러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
    가 진짜인 세상인가 ;
  • 로보 2013/12/21 02:01 #

    별걸 다 걱정하는 군요. 스포츠 조선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도 문화면에 쿨합니다. 깨시민 놀이하나...
  • ㅇㅅㅇ 2013/12/21 07:03 # 삭제

    이런걸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왔다니.. 그런 분위기는 오히려 여러분이 더 만들고 있는것 같은데요? 걱정 안하셔도됩니다 지레 겁먹는 제스쳐도 보다보니 눈쌀 찌푸려지네요
  • jklin 2013/12/21 07:39 #

    무슨 코스프레합니까? 좃선일보가 진짜 조까튼 짓만 하는 줄 아나봐요? 오히려 한걸레 객원 기자분이 이딴짓 하다가는 업계의 배신자로 낙인찍히기 딱 좋은게 요즘 세상 현실 아닌가요?
  • 나참 2014/03/27 10:11 # 삭제

    아주 쌍으로 난리들이십니다. 조선일보 깟다고 바로 한걸래, 깨시민 튀어나오는 분들 머리속이야 뻔하지만.

    반대로 조선일보가 뭔 짓을 하지도 않았는데 지레 조선일보가 어쩐다느니, 하는 댓글 달 필요도 없어보이네요.

    한마디로, 필요없는 댓글에 달린 필요없는 댓글의 연속.
  • 좋아요 2013/12/21 00:33 # 삭제

    잘읽었습니다 ^^
  • jklin 2013/12/21 07:40 #

    다 좋은데 "노무현이 하나의 계란으로서 바위와도 같은 거대 기득권 세력의 폭압과 부조리에 본격적으로 맞서기 시작했음을 상징하는 결말"은 아닙니다. 영화의 인권 변호사 관련 스토리는 모두 가공의 허구입니다. 노무현과는 아무 상관없는 얘기에요.

    초반에 상고출신 신임 변호사가 벌이는 코메디는 나름 재밌는 블랙 코메디인데 이것 역시 실제 노무현이 받았던 대접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말로 허구로 그 당시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싶었다면 왜 노무현이 판검사쪽 트랙을 못탔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차별을 받았는지 구체적 조명을 했다면 상당한 주제의식이 들어가는 영화가 될 수 있었겠죠.
  • 1 2013/12/23 11:57 # 삭제

    영화의 인권 변호사 관련 스토리는 모두 가공의 허구입니다. 노무현과는 아무 상관없는 얘기에요.
    는 무슨 말입니까? 부림사건이 모티브아닌가요?
    노무현이 실제로 변론을 맡은사건이고 그게 개기가 되어서 그길로 들어선것도 맞는데
  • 에리얼 2013/12/23 17:44 # 삭제

    http://ko.wikipedia.org/wiki/%EB%B6%80%EB%A6%BC_%EC%82%AC%EA%B1%B4

    위키피디아라도 찾아보고 얘기하세요; 실존사건이고 당시 잘나가던 노무현이 이일을 계기로 인권변호사로 길을 틀었습니다.
  • jklin 2013/12/24 07:26 #

    1/ 모티프와 허구는 좀 구분합시다. 2차대전을 모티프로 한 소설 역시 넘치지 않아요?

    에리얼/ 위키피디아나 찾아보고 얘기해라구요? 잘나가던 노무현을 깨시민으로 만드셨다는 그 부림사건의 실체라는 것부터 알아보고 얘기합시다.
    http://robotom.egloos.com/4004170
  • 물감 2013/12/25 21:42 # 삭제

    일단, 놀랍다. 80년대 공안검사들의 논리를
    2013년에 고개 끄덕이며 수긍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백번 양보해서, 소위 공산주의 운동(?)이라는 걸 하면 잡아가서 고문하고 처단하는 게 당연한가?
    그게 국가를 위한 거라고? 사상이 잘된건지 못된건지 국민이 판단할 수도 없게 만드는 국가.
    국가를 위한다지만 결국 망치는 짓거리를 비판하는 영화인데...

    결국, 불쌍하다.
    갈곳없는 증오심 때문에 이 영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 jay 2014/01/04 00:56 # 삭제

    노무현이 아니고 노무현 '대통령'님 이십니다.
    허구가 되었던 바탕으로 했던 기본적인 호칭입니다.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고 잘 봤습니다.

  • 나참 2014/03/27 10:12 # 삭제

    애초에 조선일보 깟다고 바로 한걸래 튀어나오는 jklin 분 머릿속은 뻔하지 않나요. 굳이 설명할 필요없을듯해요. 그런다고 대화가 되겠어요?
  • jklin 2014/03/27 12:27 #

    푸학. 한걸레가 조선일보 반작용인가봐요? 일단 꿈부터 깨시길. ㅋㅋㅋ 누가 보면 나는 조선일보 열혈팬인줄 알겠네. ㅋㅋㅋ
  • 29세 2013/12/25 10:55 # 삭제

    이 글을 조선일보기자분이썼다면 놀랍지요 ㅡㅡ조,중,동 네이버 심지어 예능프로그램까지 탄압하고 있어서 바른소리 할 수 있는건 무한도전정도뿐이니까요 이 글 소중히 잘 읽었습니다ㅋ영화는 어제보고왔고요 저도 좀 더 나은 세상에 욕심이 나더군요 아무튼 기자님 용기내주셔서 감사하고 아이디 계속 볼 수있나 확인하겠습니다 못보게 된다면 역시나 이 세상은 썩어있는 것이겠지요 스크린샷 해갑니다
    당신의 인권을 염려하며...
  • 29세 2013/12/25 11:04 # 삭제

    jklin씨께 말합니다
    링크 걸어놓으신거 잘읽었습니다
    근데 그 링크에 적힌글에는 사실적인 증거를밑바침하는 자료가 없으며
    링크되어있는것도 조선일보의 자료이고
    왜 조선일보를 안믿는지는 잘 아실겁니다 정작 우리가 알고싶어하는 내용은 다루질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무슨사건마다 중립을 지키지도 못하고요...
    그리고 그 싸이트 가입을하지않으면 댓글도 못다는곳인데 댓글이 40개가 넘네요
    보통 그런곳에 있는 글에는 댓글 6개가 고작인데 말이지요 조작의 냄새가 풀풀납니다
  • zzzzz 2014/01/21 18:14 # 삭제

    잘 봤습니다. 저도 엇그제 영화를 봤는데 현 시대와는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인다 느껴지더라구요..
    정직하고 정의로운 마음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 해주시는 나랏님들을 원해 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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