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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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우스 - 왜 하늘은 이 살리에르를 낳고 모차르트를 낳으셨나이까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고도로 정치적인 영화

‘아마데우스’를 극장에서 본 것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중학교 1학년 때였을 겁니다. 가족끼리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는 일은 흔치 않았지만 어머니께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셨고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에 관한 영화이니 보러 가게 된 것이었죠. 이후에 TV에서 몇 번이고 해주었지만 볼 기회가 닿지 않더군요. 딱히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할인으로 풀린 dvd로 십수년만에 다시 보면서 생각보다 많은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제 자신에게 놀라긴 했습니다만 그것은 그저 단순한 장면들의 나열일 뿐 영화의 메시지나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의 동선까지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중학생이라면 스스로는 어른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였군요.

최근의 사가들에 의해서는 거의 부정되고 있습니다만 ‘아마데우스’는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을 전제로 묘사됩니다. 천재적인 작곡가였지만 아내와 장모에게 시달리고 아버지에게 컴플렉스를 가졌으며 방탕하고 경박했던 모차르트와 궁정 음악장으로 인정받았지만 모차르트에게 강렬한 흠모와 질투의 미묘한 감정을 동시에 품게 되는 살리에르의 관계는 중학생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에 와서 ‘아마데우스’를 감상하니, 불행했던 모차르트의 인생에 대한 동정심보다는 살리에르의 질투심에 대한 이해가 앞서는 군요. 아무래도 저는 천재 모차르트보다는 범인인 살리에르에 가까운 인간일테니까요. 제 주변에는 다행히 천재가 없었습니다만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저 같은 인간 앞에 모차르트와 같은 천재가 나타난다면 저 역시 흠모와 질투를 동시에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하긴 살리에르도 형편없는 작곡가는 아니었더군요. 자료를 찾아보니 그는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스승이기도 했답니다. 영화 속의 둘의 관계는 마치 삼국지에서 주유가 한탄하던 ‘왜 하늘은 이 주유를 낳고 공명을 낳으셨나이까?’였지만 사실은 달랐나 봅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복잡미묘한 관계는 두 주연 배우인 톰 헐스와 F 머레이 에이브라함에 의해 멋지게 재현됩니다. 클래식을 다룬 영화라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두 주연배우의 호연에 의해 깨끗이 사라지더군요. 어떤 장면이 추가되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20분이 추가되어 3시간여에 달하는 러닝 타임이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두 배우의 호연 이외에도 끊임없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비주얼과 음악의 역할도 큽니다. 18세기 비엔나의 분위기와 당시 사람들의 복장, 오페라 장면의 재구성 등의 비주얼은 눈을 즐겁게 하고 화려하고 웅장했던 모차르트의 곡들이 선곡된 OST는 귀를 즐겁게 합니다. 특히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인 레퀴엠(진혼곡)의 작곡 과정에서 모차르트가 흥얼거리고 살리에르가 악보에 받아 적는 과정에서 음악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도록 편집된 장면은 ‘아마데우스’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요소들의 조화는 드문드문 영화를 만들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작품만을 내놓은 밀로스 포먼('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능력덕분입니다. '아마데우스’에 등장한 수많은 클래식들의 향연으로 빨리 카 오디오를 CD로 교체해 모차르트를 비롯한 클래식이나 오페라를 듣고 싶어졌습니다.

덧글

  • 질풍17주 2004/10/30 14:17 #

    아마데우스...전 영화를 잘 보지 않습니다만 어째 이래저래 한 대여섯 번은 보게 된 영화였습니다. 그래도 볼 때마다 전혀 안 지루하더군요.
    역시 주인공은 살리에르입니다 -.-b
  • Sion 2004/10/30 14:22 #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게하는 멋진 영화였죠-_-)b 그래서인지 살리에르의 '너희들의 죄를 사하노라'란 대사와 함께 휠체어 행진을 하는 라스트 씬은 뭔가 굉장히 감동적이더군요.
  • 위스테리아 2004/10/30 15:27 #

    아아, 이것. 꽤나 어렸을 때 본 것이군요.
    어린 마음에도 살리에르를 보는 게 무척 괴로웠는데 말이지요. 너무 오래 전에 봐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영화를 보며 느끼고 봤던 그 강렬한 느낌만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니 다시 한 번 보고 싶군요.
  • 디제 2004/10/30 16:07 #

    질풍17주님/ 주인공 살리에르 맞습니다. 그래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도 살리에르 역의 F 머레이 에이브라함에게 주어졌죠. 영화의 초점도 모차르트의 일생이 아니라 살리에르와의 관계에 맞춰졌구요.
    Sion님/ 그 라스트 휠체어 행진 장면에 모차르트의 경박한 웃음소리가 덧붙여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위스테리아님/ 어릴 적에 보았을 때와 분명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꼭 다시 한번 보시길.
  • LINK 2004/10/30 16:56 #

    매일 와서 잘 읽고 있습니다만 댓글은 정말 오랜만에 답니다.^^

    살리에르에 대해서는 저도 꽤나 안타까웠죠. 그래도 살리에르는 (모차르트보다는 떨어졌을지도(?) 모르지만)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나) 있었지요.
    재능도 없는데, '알아보는 재능(심미안이랄까... 뭐 그런.)'만 가진 사람이었다면 정말 우울했었을 것 같았습니다.....
  • 레이 2004/10/30 23:09 #

    열정이 재능을 능가하는 것만큼 괴로운 게 없는 것 같아요.
    '천재'에 대한 저의 인식은, 나도 천재일지도 몰라. -> 나도 천재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 천재를 만나보기라도 했으면 -> 천재를 만나는 건 역시 자기비하감으로 괴롭지 -> 될대로 돼라. 수준까지 왔습니다.
  • 디제 2004/10/31 00:42 #

    LINK님/ 다행히 현대에는 심미안만 가진 사람을 위한 직업이 있습니다. 평론가죠.
    레이님/ 저는 천재에 대해 아무 생각 없는 나이까지 온 것 같습니다.
  • dony 2004/10/31 09:37 #

    요즘 모짜르트에 대한 DNA감정을 하려한다죠..영화 마지막 부분을 보며..모짜르트의 시신을 그렇게 처리하는것을 보며 안타까웠는데..결국 DNA감정을 하더군요..음...
  • Ritsuko 2005/09/01 17:21 #

    이 영화 대략 60번정도 봤습니다... 명화이죠... KBS에서 성우 버젼으로 보다가... 원본으로 봤을 때 모짜르트의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느겼지요... 제 인생의 최고의 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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