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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틀러 - 초호화 캐스팅으로 엿보는 미국 현대사의 이면 영화

※ 본 포스팅은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백인 농장주에 살해당한 흑인 소년 세실(포레스트 휘태커 분)은 인생유전 끝에 백악관의 집사로 발탁됩니다. 직장인 백악관에서는 인정받는 세실이지만 장남 루이스(데이빗 오옐로워 분)가 흑인 인권 운동에 나서며 가정의 평화는 깨집니다.

리 다니엘스 감독의 ‘버틀러’는 윌 헤이굿의 ‘A Butler Well Served by This Election’을 바탕으로 백악관의 흑인 집사 유진 앨런의 실화를 각색한 영화입니다. 어린 시절 비극적 사건에 휘말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이별한 주인공 세실은 생계를 위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버틀러(butler), 즉 집사가 됩니다. 카메라가 반복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흑인 집사들의 하얀 장갑은 그들의 검정색 피부를 가려 인종적 정체성을 지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실은 음지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며 그 어떤 정치적 견해도 입 밖으로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루이스는 다릅니다. 소년 시절부터 흑인 인권에 관심을 쏟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직접 운동에 나서 모진 박해에 시달립니다. 세실은 루이스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결국 긴 세월을 거쳐 루이스가 옳았음을 인정하고 백악관에서 사직해 현실 정치에 나름의 방식으로 참여합니다.

면접을 위해 백악관에 처음 들어갔을 때 선임 버틀러 프레디(콜맨 도밍고 분)와 나란히 걸었던 복도를 결말에서 백악관 수석 의전관 스티븐 로콘(스티븐 라이더 분)의 안내를 거절하고 홀로 걸어가는 장면은 세실이 타인의 서빙을 하는 집사가 아닌 독립적인 인간으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합니다. 미국의 격동의 현대사의 정점에 의도치 않게 위치했던 세실의 정치적 입장 변화는 곧 미국의 흑인 인권의 변천 과정이기도 합니다.

버틀러에 대한 영화의 관점은 마틴 루터 킹(넬산 엘리스 분)의 입을 통해 규정됩니다. 즉 노동자로 모범적 존재였으며 백인 사회에 비굴하게 협조한 것이 아니라 부지불식중에 저항했다는 것입니다. 배우들이 연기한 과거의 대통령들과 달리 실제 HD 뉴스 화면이 제시되는 오바마에 대한 분명한 지지와 더불어 감독 리 다니엘스 또한 흑인임을 감안하면 ‘버틀러’의 주제의식과 정치적 태도는 매우 분명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 또한 오바마의 육성 ‘Yes, We Can’입니다.

‘버틀러’를 보는 가장 큰 재미는 초호화 캐스팅으로 미국 현대사와 백악관의 이면을 엿보는 것입니다. 포레스트 휘태커는 안으로 삭이는 인물을 맡은 만큼 정중동의 연기를 선보입니다. 토크쇼 호스트로 널리 알려진 오프라 윈프리는 비중이 큰 세실의 아내 글로리아를 맡아 만만치 않은 연기력을 과시합니다. 테렌스 하워드, 쿠바 구딩 주니어, 레니 크래비츠, 머라이어 캐리 등 익숙한 흑인 배우 및 연예인들도 세실의 주변 인물로 등장합니다. 영화의 분명한 주제의식이 캐스팅과도 연관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1958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여전히 생존 중인 대배우 시드니 포이티어에 대해 극중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대화도 이채롭습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실존 인물들도 유명 배우들이 연기했습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34대 아이젠하워 대통령, 제임스 마스던이 35대 케네디 대통령, 리브 슈라이버가 36대 존슨 대통령, 존 쿠삭이 37대 닉슨 대통령, 알란 릭맨이 40대 레이건 대통령으로 등장합니다. ‘500일의 썸머’의 결말에 오텀으로 등장했던 민카 켈리가 재클린 케네디로, 제인 폰다는 낸시 레이건으로 등장합니다.

실존 인물과 가장 닮은 것은 의외로 알란 릭맨이 연기한 레이건이며 엑스맨 시리즈의 사이클롭로스로 유명한 제임스 마스던이 분한 케네디도 상당히 닮았습니다. 가장 닮지 않은 것은 36대 부통령으로 먼저 등장하는 닉슨으로 분한 존 쿠삭입니다. 비열했던 닉슨을 연기하기에는 존 쿠삭은 너무나 잘 생긴 배우입니다. 극중에서 존슨은 경박한 사나이로 제시되며 레이건은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인간적으로는 배려가 깊은 인물로 등장합니다.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묘사하며 많은 인물을 다뤄서인지 캐스팅에 아쉬움도 없지 않습니다. 세실의 청년 시절을 연기한 아멜 아민의 이미지는 미남과는 거리가 먼 포레스트 휘태커보다는 반듯한 외모의 덴젤 워싱턴에 가깝습니다. 데이빗 오옐로워가 별도의 아역 없이 장남 루이스의 평생을 연기하는데 30대 중반인 그가 14세로 처음 등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합니다.

12월 5일 사망한 넬슨 만델라에 대한 지지 시위가 극중에서 묘사되며 미국의 현대사를 관통해 현재로 귀결되는 만큼 ‘버틀러’를 통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극중에서 20세기 중반에 등장하는 물대포는 엄동설한 대한민국에서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미국의 역사는 진통을 겪으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했지만 오늘날 한국의 역사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을 자아냅니다.

GG이진영의 한글 자막에서 케네디의 장녀 캐롤라인(Caroline)을 ‘캐롤린’으로 번역한 것은 어색합니다. 극중에서 발음이 ‘캐롤라인’에 가까우며 국내 언론도 대부분 캐롤라인으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월 캐롤라인은 주일 대사로 부임해 국내 언론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외화 자막 번역가라면 직업 상 외신 뉴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2013/12/12 09:4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2/12 13:2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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