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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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 - 아버지들, 그리고 아들들 영화

※ 본 포스팅은 ‘머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불화가 불만인 14세 소년 엘리스(타이 셰리던 분)는 친구 넥본(제이콥 로프랜드 분)과 함께 무인도에 들렀다 도피 중인 살인자 머드(매튜 매커너히 분)와 조우합니다. 엘리스는 머드와 가까워지며 그의 연인 주니퍼(리즈 위더스푼 분)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물론 경찰과 갱단의 추격으로부터 탈출하도록 돕습니다.

제프 니콜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2012년 작 ‘머드’는 범죄자와 사춘기 소년의 우정을 묘사합니다. 매튜 매커너히가 맡은 타이틀 롤은 머드이지만 진정한 주인공은 엘리스입니다. 엘리스의 시선으로 거의 모든 사건들이 제시되기 때문입니다.

정보량이 한정된 미성년자의 시선으로 전개되기에 ‘머드’는 애매모호함이 두드러집니다. 우선 머드가 선인인지 악인인지 쉽게 규정하지 않습니다. 영화 전반의 선과 악의 구분은 흐릿합니다. 머드는 소년들과 우정을 지키려는 듯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거짓말을 일삼으며 소년들을 이용합니다. 모두가 엘리스에게 머드를 돕지 말라고 조언해 엘리스의 혼란은 가중됩니다.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경찰은 머드에게 사적으로 복수하려는 갱단에게 정보를 넘겨줍니다.

경계가 불분명한 것은 선과 악 뿐만이 아닙니다. 사랑과 무관심, 그리고 증오의 경계도 불분명합니다. 엘리스는 이혼하려는 부모가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지 의심하며 연상의 소녀 메이(보니 스터디번트 분)가 자신의 여자 친구가 되었다고 믿었다 배신당합니다. 엘리스는 머드와 주니퍼의 관계를 지켜보며 둘 중 누가 잘못한 것인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선과 악, 사랑과 무관심 및 증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곧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분법적 관점으로는 세상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며 엘리스는 성장합니다. 세상과 어른의 사랑은 복잡 미묘한 것임을 절감합니다.

‘머드’는 아버지들과 아들들의 이야기입니다. 엘리스와 아버지 시니어(레이 맥킨넌 분)의 관계는 서먹합니다. 시니어가 무능력하고 무뚝뚝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엘리스의 부성의 공백을 메우며 세상을 알려주는 것은 머드입니다. 복잡한 사랑에 빠지고 뱀에 물리는 등 아들이 아버지를 닮아가듯 엘리스는 머드의 어린 시절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아 갑니다. 머드가 뱀에 물린 엘리스를 병원으로 황급히 데려가 생명을 구하는 전개는 코엔 형제의 리메이크 ‘더 브레이브’를 연상시킵니다.

머드와 톰(샘 셰퍼드 분)의 관계는 부자처럼 보이지만 톰은 부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은 머드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며 결말에서 머드에게 ‘아들(Son)'이라 부릅니다. 실제 혈연 여부와 무관하게 머드와 톰은 피를 나눈 부자처럼 끈끈한 관계입니다.

넥본에게는 부모가 사망해 부재하지만 아버지처럼 든든한 삼촌 갤런(마이클 섀넌 분)이 있습니다. 머드에게 동생을 살해당한 카버(폴 스파크스 분)와 그의 아버지 킹(조 돈 베이커 분)은 머드를 살해하기 위해 살인청부업자들을 고용합니다. 하지만 결국 밀러는 또 다른 아들을 잃을 뿐입니다.

‘머드’는 미국 남부 강가 마을이라는 지역성에 충실한 미국적인 영화입니다. 범죄자와 얽힌 소년이 모험을 겪으며 성장한다는 서사의 줄거리는 미국 문학사에 획을 그은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과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을 떠올리게 합니다. 쫓기는 남자를 소년이 도와 고장 난 기계를 함께 고치고 우정을 쌓으며 정신적으로 성장한다는 서사의 얼개는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 속의 전쟁’과 놀랄 만치 매우 흡사합니다.

살벌한 마을을 배경으로 세상의 잔혹함을 경험하는 10대 주인공을 담담하게 묘사한다는 측면에서는 제니퍼 로렌스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2010년 작 ‘윈터스 본’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각색한 ‘윈터스 본’에 비해 ‘머드’는 제프 니콜스 감독의 오리지널 각본이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입니다. 중편 소설을 연상시키는 촘촘한 각본은 130분의 러닝 타임 동안 결코 긴장감을 잃지 않습니다. 비수기에 조용히 개봉되었다 묻히기에는 아까운 수작입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오락성을 갖춘 한바탕 거친 총격전이 휘몰아치며 결말에서 가족의 재결합으로 쉽게 봉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남성적인 하드보일드의 요소를 지녔습니다.

극도로 차가워 불길하기까지 한 ‘윈터스 본’과 달리 ‘머드’는 머드의 생존을 제시하는 결말에서 드러나듯 분명한 해피엔딩입니다. ‘윈터스 본’이 묘사하는 미국 중서부 미주리의 싸늘한 겨울과 ‘머드’가 묘사하는 미국 남부 아칸소의 온화한 기후의 시공간적 배경의 차이만큼이나 다릅니다. 극중에 잠시 제시되며 엔딩 크레딧과 함께 삽입되는 비치 보이스의 경쾌한 ‘Help Me, Rhonda’는 머드가 생명의 위협과 질긴 사랑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얻는 해피엔딩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캐스팅도 화려합니다. 때로는 지적인 철학자로, 때로는 닳고 닳은 변호사로 연기의 폭이 넓은 매튜 매커너히는 ‘진흙’을 의미하는 ‘머드(Mud)’라는 이름처럼 난맥처럼 뒤얽힌 밑바닥 인생의 거짓말쟁이를 매력적으로 연기합니다. 리즈 위더스푼, 샘 셰퍼드, 마이클 섀넌 등 조연들도 인상적이지만 진정한 주연인 엘리스 역의 타이 셰리던의 뻣뻣한 사춘기 소년 연기는 사실적이어서 강한 잔상을 남깁니다. 타이 셰리던과 콤비를 이루는 넥본 역의 제이콥 로프랜드의 연기도 앙증맞습니다.

프레인무비의 한글 자막에서 ‘Arkansas’를 번역한 ‘알칸사스’는 어색합니다. 마지막 글자 ‘s’는 묵음이며 국내에는 빌 클린턴의 고향으로 널리 알려져 ‘아칸소’로 표기되는 것이 통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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