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카운슬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카운슬러’의 두 대척점은 카운슬러(마이클 패스벤더 분)와 말키나(카메론 디아즈 분)입니다. 카운슬러는 마약 거래에 뛰어들었다 파멸로 내몰립니다. 동업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카운슬러는 자신만만합니다. 하지만 일이 틀어지기 시작하자 눈물을 감추지 못합니다. 소위 ‘센 척’을 하고 있었지만 위기에 몰리자 숨겨둔 나약함이 노출된 것입니다.
카운슬러를 파멸로 몰아넣는 것은 말키나입니다. 말키나는 동거 중인 라이너(하비에르 바르뎀 분)와 손잡고 카운슬러와 웨스트레이(브래드 피트 분)를 배신합니다. 하지만 라이너와의 동업에 만족하지 않고 그를 살해하며 아울러 자신이 고용했던 와이어맨/제이미(샘 스프루엘 분)조차 경찰 복장을 입은 사내들을 고용해 살해합니다.
팜므 파탈이자 동시에 최종 보스인 말키나는 이름부터 불길합니다. ‘Malkina’의 ‘Mal’은 영어에서 주로 부정적인 단어에 붙이는 접두어입니다. 각본을 맡은 코맥 맥카시의 의도적인 작명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초반부 사막에서 치타가 토끼를 사냥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라이너와 나누는 대화와 결말에서 자금 담당자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말키나는 주변 인물들을 무자비하게 말살하며 부를 축적하는 과정을 이어온 것은 물론 앞으로도 반복할 것으로 암시됩니다.
말키나는 결말에서 ‘겁쟁이’를 비웃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겁쟁이’란 상대가 자신을 노리기 전에 선수를 쳐 무자비하게 말살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가깝게는 주인공 카운슬러가 ‘겁쟁이’이며 자신을 사랑하고 믿었지만 배신당하는 라이너와 여자를 밝히는 약점으로 인해 죽는 웨스트레이 또한 말키나가 정의한 ‘겁쟁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약 거래의 와중에 희생자는 속출합니다. 카운슬러, 라이너와 같이 거래에 뛰어들었다 대가를 치르는 인물들도 있지만 도로에서 총격전과 조우해 차를 돌려 도망치려한 무고한 이도 죽음을 피하지 못합니다. ‘푸아레스에서만 3,000명이 죽었다’, ‘길바닥에 시체가 넘친다’는 대사 그대로입니다.
총격전의 와중에 허벅지에 총상을 입고 다리를 절룩이면서도 무고한 이까지 살해하며 무표정하게 임무를 완수하는 경찰 복장의 마약 조직원은 ‘터미네이터’의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킵니다. 탄환을 빼내는 과정도 익숙하다는 듯 고통을 호소하지 않습니다. 마약 조직원의 무표정은 ‘카운슬러’의 하드보일드의 장르적 특성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유난히 목이 잘려 죽는 인물들이 많다는 점도 공포를 배가시킵니다. 오토바이를 초고속으로 모는 ‘그린 호넷’(리차드 카브랄 분), 웨스트레이, 그리고 카운슬러의 연인 로라(페넬로페 크루즈 분)까지 3명의 캐릭터가 목이 잘려 희생됩니다. 독살이나 총살보다 훨씬 잔혹한 방식의 살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죽여도 곱게 죽이지 않고 살아남은 이들의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공권력에 도움을 청하지 않습니다. 카운슬러는 자신과 연인 로라(페넬로페 크루즈 분)가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지만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지 않습니다. 힘 대 힘으로 맞붙어 약자는 잡아먹히고 강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구도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남으려면 강력한 사적 폭력을 소유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공권력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625kg의 마약을 실은 트럭이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 경찰이 검문하지만 운전자의 면허를 확인하는 요식적인 과정이 전부입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며 마약 조직을 규탄하는 집회에도 장갑차에 올라탄 경찰이 보입니다. 하지만 경찰 장갑차가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대상은 추모 집회를 하는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아니라 마약 조직이어야 합니다. 도둑은 잡지 않고 도둑 잡으라고 외치는 이를 경찰이 잡는 격입니다. 심지어 마약 트럭을 급습해 탈취하고 무고한 이를 살해하는 이들이 경찰 복장을 하고 있을 정도로 ‘카운슬러’에서 공권력은 존재 자체가 희미합니다.
살인이 횡행하는 이유는 ‘원한이 있어서가 아니며 단지 두렵게 만들기 위해’라고 언급됩니다. 후반부에서 카운슬러와 대화를 나누는 멕시코인 술집 주인은 가족을 모두 잃었다며 ‘죽음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언급합니다. ‘겁쟁이는 모두 죽는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보안관 에드(토미 리 존스 분)는 살인이 횡행하는 험난한 세상에 대해 작품의 제목이 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며 개탄한 바 있는데 ‘카운슬러’로 따지면 ‘겁쟁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살인이 횡행하는 보다 정확한 이유는 마약과 부를 소유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이들을 제거하고 독점하기 위해서입니다. 쉽게 말해 돈 때문에 살인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물신을 숭배하는 자본주의는 인간의 탐욕스런 욕망에 충실한 것은 물론 부채질합니다. ‘카운슬러’는 인간의 어둡고 잔혹한 본성을 고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반적인 서사의 흐름과는 무관하지만 배우들의 인연을 감안하면 웃음을 자아내는 대사가 보입니다. 라이너는 카운슬러와의 대화에서 로라를 ‘죽여주는 여자’로 규정하는데 라이너가 로라를 카운슬러에게 소개시켜 준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너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과 로라 역의 페넬로페 크루즈가 실제 부부임을 감안하면 야릇한 대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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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 파탈이자 동시에 최종 보스인 말키나는 이름부터 불길합니다. ‘Malkina’의 ‘Mal’은 영어에서 주로 부정적인 단어에 붙이는 접두어입니다. 각본을 맡은 코맥 맥카시의 의도적인 작명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초반부 사막에서 치타가 토끼를 사냥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라이너와 나누는 대화와 결말에서 자금 담당자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 말키나는 주변 인물들을 무자비하게 말살하며 부를 축적하는 과정을 이어온 것은 물론 앞으로도 반복할 것으로 암시됩니다.
말키나는 결말에서 ‘겁쟁이’를 비웃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겁쟁이’란 상대가 자신을 노리기 전에 선수를 쳐 무자비하게 말살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가깝게는 주인공 카운슬러가 ‘겁쟁이’이며 자신을 사랑하고 믿었지만 배신당하는 라이너와 여자를 밝히는 약점으로 인해 죽는 웨스트레이 또한 말키나가 정의한 ‘겁쟁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약 거래의 와중에 희생자는 속출합니다. 카운슬러, 라이너와 같이 거래에 뛰어들었다 대가를 치르는 인물들도 있지만 도로에서 총격전과 조우해 차를 돌려 도망치려한 무고한 이도 죽음을 피하지 못합니다. ‘푸아레스에서만 3,000명이 죽었다’, ‘길바닥에 시체가 넘친다’는 대사 그대로입니다.
총격전의 와중에 허벅지에 총상을 입고 다리를 절룩이면서도 무고한 이까지 살해하며 무표정하게 임무를 완수하는 경찰 복장의 마약 조직원은 ‘터미네이터’의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킵니다. 탄환을 빼내는 과정도 익숙하다는 듯 고통을 호소하지 않습니다. 마약 조직원의 무표정은 ‘카운슬러’의 하드보일드의 장르적 특성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유난히 목이 잘려 죽는 인물들이 많다는 점도 공포를 배가시킵니다. 오토바이를 초고속으로 모는 ‘그린 호넷’(리차드 카브랄 분), 웨스트레이, 그리고 카운슬러의 연인 로라(페넬로페 크루즈 분)까지 3명의 캐릭터가 목이 잘려 희생됩니다. 독살이나 총살보다 훨씬 잔혹한 방식의 살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죽여도 곱게 죽이지 않고 살아남은 이들의 공포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공권력에 도움을 청하지 않습니다. 카운슬러는 자신과 연인 로라(페넬로페 크루즈 분)가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지만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지 않습니다. 힘 대 힘으로 맞붙어 약자는 잡아먹히고 강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구도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남으려면 강력한 사적 폭력을 소유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공권력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625kg의 마약을 실은 트럭이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 경찰이 검문하지만 운전자의 면허를 확인하는 요식적인 과정이 전부입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며 마약 조직을 규탄하는 집회에도 장갑차에 올라탄 경찰이 보입니다. 하지만 경찰 장갑차가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대상은 추모 집회를 하는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아니라 마약 조직이어야 합니다. 도둑은 잡지 않고 도둑 잡으라고 외치는 이를 경찰이 잡는 격입니다. 심지어 마약 트럭을 급습해 탈취하고 무고한 이를 살해하는 이들이 경찰 복장을 하고 있을 정도로 ‘카운슬러’에서 공권력은 존재 자체가 희미합니다.
살인이 횡행하는 이유는 ‘원한이 있어서가 아니며 단지 두렵게 만들기 위해’라고 언급됩니다. 후반부에서 카운슬러와 대화를 나누는 멕시코인 술집 주인은 가족을 모두 잃었다며 ‘죽음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언급합니다. ‘겁쟁이는 모두 죽는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보안관 에드(토미 리 존스 분)는 살인이 횡행하는 험난한 세상에 대해 작품의 제목이 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며 개탄한 바 있는데 ‘카운슬러’로 따지면 ‘겁쟁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살인이 횡행하는 보다 정확한 이유는 마약과 부를 소유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이들을 제거하고 독점하기 위해서입니다. 쉽게 말해 돈 때문에 살인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물신을 숭배하는 자본주의는 인간의 탐욕스런 욕망에 충실한 것은 물론 부채질합니다. ‘카운슬러’는 인간의 어둡고 잔혹한 본성을 고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반적인 서사의 흐름과는 무관하지만 배우들의 인연을 감안하면 웃음을 자아내는 대사가 보입니다. 라이너는 카운슬러와의 대화에서 로라를 ‘죽여주는 여자’로 규정하는데 라이너가 로라를 카운슬러에게 소개시켜 준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너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과 로라 역의 페넬로페 크루즈가 실제 부부임을 감안하면 야릇한 대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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