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변태가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고교생 쿄스케(스즈키 료헤이 분)는 전학생 아이코(시미즈 후미카 분)에게 한눈에 반합니다. 하굣길 도중 인질극에 휘말린 아이코를 구하기 위해 나선 쿄스케는 우연히 여성의 팬티를 얼굴에 쓴 후 미지의 힘이 솟아 변태가면이 되어 인질범을 격퇴합니다.
‘변태가면(원제 ‘HK 변태가면’)’은 안도 케이슈의 원작 만화 ‘궁극!! 변태가면’을 후쿠다 유이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영화화했습니다. 원작 만화의 컷이 좌르르 넘어가는 연출에 이어 신비스러우면서도 긴박감 넘치는 배경 음악이 깔리며 여성의 팬티 끈이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오프닝부터 2002년 작 ‘스파이더맨’을 패러디했습니다. 여성의 팬티 뒤에 기본적으로 착용하는 큰 눈 가면, 그리고 극중에서 빌딩숲을 날아다니는 변태가면의 모습까지 ‘스파이더맨’을 패러디한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아이코와 쿄스케/변태가면의 삼각관계가 형성되지만 자신의 정체를 사랑하는 여성 앞에 드러내지 못하며 평소에는 마음이 여린 서민적인 소년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도 ‘스파이더맨’과 닮았습니다.
변태가면의 격투 시 기본적인 무술 스타일과 괴조음은 생전의 이소룡을 떠올리게 하며 독특한 비기(秘技)들은 프로레슬링의 기술에서 따왔습니다.
무엇보다 ‘변태가면’이 강렬한 것은 주인공 변태가면의 독특한 코스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굴에는 여성의 팬티를 쓰고 몸에는 T팬티를 마치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마냥 어깨까지 올려 입습니다. 엉덩이까지 몽땅 드러나는 민망한 옷차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변태가면의 원래 이름 쿄스케[狂介]부터 그가 제 정신이 아님[狂]을 드러냅니다. 쿄스케가 짝사랑하는 소녀 히메노 아야코[姫野愛子]도 공주[姫]와 같이 사랑스러운 여자[愛子]라는 의미의 작명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쿄스케와 아야코가 재학 중인 코유고교를 습격하는 오오가네[大金]는 글자그대로 큰돈을 밝히기 때문에 비롯된 작명입니다.
원작 만화의 설정을 과연 실사로 옮겨오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었지만 영화 ‘변태가면’은 나름의 개연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정의감과 어머니의 변태성을 물려받은 주인공 설정에 스즈키 료헤이의 근육질 몸과 독특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동작, 그리고 절도 있는 무술 액션과 기괴한 비기 연출은 인상적입니다. 여성이 한 번이라도 착용했던 팬티를 사용해야 힘이 솟는다는 설정이기에 변태가면은 다양한 디자인의 여성 팬티를 얼굴에 씁니다.
원작 만화를 접하지 않아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국내에는 정식 번역본이 출간되지 않았기에 서울 지역 3개 극장 개봉만으로도 신기한 것이 사실입니다. 비슷한 소재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에 비해서는 완성도나 재미 면에서 상대적으로 낫습니다. 하지만 일본 만화식 유머 코드에 익숙한지 여부에 따라 관객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코드가 맞으면 폭소를 터뜨릴 수 있지만 코드가 맞지 않으면 유치하게 수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국내에서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만큼 실제 섹스 묘사는 없으며 남성 배우의 엉덩이 노출은 있지만 여배우의 노출은 없습니다.
절대적인 관점에서도 ‘변태가면’의 완성도는 그다지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초반에는 내레이션과 독백이 남발되고 중반에 도와타리 선생/가짜 변태가면(야스다 켄 분)의 등장 이후에는 전개도 느려집니다. ‘가면 라이더’의 작품 로고를 연상시키는 복고적인 붉은 자막과 함께 오오가네가 보낸 자객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와중에 호모가면과의 대결이 어정쩡하게 마무리된 것이나 클라이맥스의 로봇 장면을 비롯한 CG의 어색함도 아쉽습니다. CG는 어차피 자연스럽게 제시하지 못할 바에는 특촬물을 연상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이지만 유치함을 부채질합니다. 거대 로봇과의 대결 장면에서도 아이코의 팬티를 뒤집어 쓴 후 울트라맨처럼 거대화되어 크기부터 동등하게 맞섰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오오가네가 코유고교를 습격한 이유는 학교 부지 지하에 금이 묻혀 있기 때문인데 다분히 만화적인 설정입니다. 이를테면 재개발 부동산 이득과 같은 것을 취하기 위해 학교를 밀어 버리려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였다면 보다 설득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결말입니다. 결말에서 쿄스케는 꿈에서 깨어나며 마치 모든 것은 꿈이었다는 식으로 마무리됩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가 꿈이며 어디에서부터가 현실인지 밑도 끝도 없는 진부한 결말입니다. 잔뜩 벌려놓고 손쉽게 대충 수습한 결말입니다. 개연성 확보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만큼 보다 뻔뻔스러운 결말을 제시했다면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극장을 나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변태가면(원제 ‘HK 변태가면’)’은 안도 케이슈의 원작 만화 ‘궁극!! 변태가면’을 후쿠다 유이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영화화했습니다. 원작 만화의 컷이 좌르르 넘어가는 연출에 이어 신비스러우면서도 긴박감 넘치는 배경 음악이 깔리며 여성의 팬티 끈이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오프닝부터 2002년 작 ‘스파이더맨’을 패러디했습니다. 여성의 팬티 뒤에 기본적으로 착용하는 큰 눈 가면, 그리고 극중에서 빌딩숲을 날아다니는 변태가면의 모습까지 ‘스파이더맨’을 패러디한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아이코와 쿄스케/변태가면의 삼각관계가 형성되지만 자신의 정체를 사랑하는 여성 앞에 드러내지 못하며 평소에는 마음이 여린 서민적인 소년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도 ‘스파이더맨’과 닮았습니다.
변태가면의 격투 시 기본적인 무술 스타일과 괴조음은 생전의 이소룡을 떠올리게 하며 독특한 비기(秘技)들은 프로레슬링의 기술에서 따왔습니다.
무엇보다 ‘변태가면’이 강렬한 것은 주인공 변태가면의 독특한 코스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굴에는 여성의 팬티를 쓰고 몸에는 T팬티를 마치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마냥 어깨까지 올려 입습니다. 엉덩이까지 몽땅 드러나는 민망한 옷차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변태가면의 원래 이름 쿄스케[狂介]부터 그가 제 정신이 아님[狂]을 드러냅니다. 쿄스케가 짝사랑하는 소녀 히메노 아야코[姫野愛子]도 공주[姫]와 같이 사랑스러운 여자[愛子]라는 의미의 작명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쿄스케와 아야코가 재학 중인 코유고교를 습격하는 오오가네[大金]는 글자그대로 큰돈을 밝히기 때문에 비롯된 작명입니다.
원작 만화의 설정을 과연 실사로 옮겨오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었지만 영화 ‘변태가면’은 나름의 개연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정의감과 어머니의 변태성을 물려받은 주인공 설정에 스즈키 료헤이의 근육질 몸과 독특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동작, 그리고 절도 있는 무술 액션과 기괴한 비기 연출은 인상적입니다. 여성이 한 번이라도 착용했던 팬티를 사용해야 힘이 솟는다는 설정이기에 변태가면은 다양한 디자인의 여성 팬티를 얼굴에 씁니다.
원작 만화를 접하지 않아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국내에는 정식 번역본이 출간되지 않았기에 서울 지역 3개 극장 개봉만으로도 신기한 것이 사실입니다. 비슷한 소재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에 비해서는 완성도나 재미 면에서 상대적으로 낫습니다. 하지만 일본 만화식 유머 코드에 익숙한지 여부에 따라 관객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코드가 맞으면 폭소를 터뜨릴 수 있지만 코드가 맞지 않으면 유치하게 수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국내에서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만큼 실제 섹스 묘사는 없으며 남성 배우의 엉덩이 노출은 있지만 여배우의 노출은 없습니다.
절대적인 관점에서도 ‘변태가면’의 완성도는 그다지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초반에는 내레이션과 독백이 남발되고 중반에 도와타리 선생/가짜 변태가면(야스다 켄 분)의 등장 이후에는 전개도 느려집니다. ‘가면 라이더’의 작품 로고를 연상시키는 복고적인 붉은 자막과 함께 오오가네가 보낸 자객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와중에 호모가면과의 대결이 어정쩡하게 마무리된 것이나 클라이맥스의 로봇 장면을 비롯한 CG의 어색함도 아쉽습니다. CG는 어차피 자연스럽게 제시하지 못할 바에는 특촬물을 연상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이지만 유치함을 부채질합니다. 거대 로봇과의 대결 장면에서도 아이코의 팬티를 뒤집어 쓴 후 울트라맨처럼 거대화되어 크기부터 동등하게 맞섰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오오가네가 코유고교를 습격한 이유는 학교 부지 지하에 금이 묻혀 있기 때문인데 다분히 만화적인 설정입니다. 이를테면 재개발 부동산 이득과 같은 것을 취하기 위해 학교를 밀어 버리려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였다면 보다 설득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결말입니다. 결말에서 쿄스케는 꿈에서 깨어나며 마치 모든 것은 꿈이었다는 식으로 마무리됩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가 꿈이며 어디에서부터가 현실인지 밑도 끝도 없는 진부한 결말입니다. 잔뜩 벌려놓고 손쉽게 대충 수습한 결말입니다. 개연성 확보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만큼 보다 뻔뻔스러운 결말을 제시했다면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극장을 나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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