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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IMAX 3D - 아름답고 현실적인 우주 악몽 영화

※ 본 포스팅은 ‘그래비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주왕복선 익스플로러의 승무원으로 허블망원경을 수리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던 라이언(산드라 블록 분)은 러시아 위성의 파편과 조우하는 재난을 맞이합니다. 익스플로러가 파괴되고 승무원들이 사망하자 라이언은 생존자 맷(조지 클루니 분)과 함께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합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는 우주에서 임무 수행 도중 재난과 조우한 여성 전문가의 생사를 건 모험을 묘사하는 SF 스릴러입니다. 주인공 라이언은 영화 중반 이후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져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통신마저 두절된 상황에서 ISS에서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을 거쳐 지구로 귀환합니다.

극중에 등장하는 익스플로러는 실존하지 않는 허구의 우주왕복선이며 톈궁 또한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배우들이 실제로 우주에 나가 촬영할 수 없는 만큼 대부분의 장면들은 CG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개봉용 카피 문구가 규정하듯 ‘외계인도, 우주전쟁도 없’으니 ‘그래비티’의 태생적 한계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비티’는 압도적인 영상과 힘이 넘치는 서사로 승부하는 강렬한 영화입니다. 오프닝부터 첫 번째 충돌을 전후한 약 20여분의 롱 테이크는 맷의 수다와 올드 팝이 곁들여진 가운데 끊임없이 카메라가 움직여 무중력 공간의 진정한 공포를 맛보기 전 약간의 짜증을 곁들인 팽팽한 긴장을 유발합니다.

익스플로러가 박살나 승무원들이 사망하며 라이언이 우주 공간으로 내던져지는 첫 번째 충돌 장면과 극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장면인 ISS의 파괴를 비롯해 블록버스터라면 상당한 굉음과 폭발음이 관습적으로 수반될 만한 순간, 우주의 침묵 속에서 주인공의 헉헉거리는 숨소리와 두근거리는 심장 고동 소리만이 삽입됩니다. 이 같은 연출 방식은 영상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상당한 공포를 유발합니다. ‘스타워즈’와 같은 SF 영화를 통해 우주 공간에서도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웅장한 폭발음이 수반되는 것에 길들여진 관객들로서는 영화적으로 과장되지 않은 사실적인 연출이 오히려 신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형적인 듯하지만 그 역할에 충실한 음악 또한 긴장을 더합니다.

시점 또한 긴장감을 배가시킵니다. 입김이 서려 시야가 더욱 제한된 라이언의 헬멧 안에서 우주 공간을 바라보는 시점은 폐소 공포증을 유발합니다. 푸른색의 물의 별 지구를 내려다볼 수 있으며 무수한 별들과 마주할 수 있는 우주는 아름답지만 동시에 사소한 실수가 죽음과 직결되는 두 얼굴의 공간임을 확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으로 잔혹한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그래비티’는 매우 아름다우며 현실적인 우주 악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공간적 측면에서는 블록버스터이지만 서사의 측면에서는 단순한 미니멀리즘 영화입니다. 반나절의 영화 속 시간을 90분의 러닝 타임에 실시간에 가깝게 압축했습니다. 시간 순으로 진행되며 회상 장면이 삽입되거나 하는 일도 없습니다. 라이언은 죽은 어린 딸을 추억하지만 그녀의 사진이 삽입되거나 하지 않습니다. 라이언이 소유즈에서 죽음에 이끌리는 장면에서 약간의 숨 돌릴 틈을 제시하지만 그 외에는 매우 빠른 전개로 일관해 직선적이며 우직합니다. 체감 러닝 타임은 개인 별로 편차는 있을 수 있지만 약 30분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몰입도가 뛰어납니다.

서사가 단순한 만큼 출연 배우도 매우 적습니다. 산드라 블록과 조니 클루니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주인공을 맡은 산드라 블록은 50대가 코앞에 닥친 여배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군살 하나 없는 몸매를 과시합니다. 흑과 백이 지배하는 영상에서 산드라 블록의 쭉 뻗은 다리를 비롯해 섹시한 육체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여성이 홀로 우주에서 살아남는 SF 스릴러라는 점에서는 ‘에이리언’을 연상시키는 측면도 있습니다. 산드라 블록의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그래비티’의 드라마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베테랑 우주비행사 맷 역의 조지 클루니는 실없고 짜증스런 인물처럼 등장하지만 산드라 블록의 살길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그녀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속 깊은 인물로서 퇴장합니다. 우주복 차림의 조지 클루니는 2002년에 리메이크된 ‘솔라리스’의 출연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예감이 좋지 않아’는 ‘그래비티’의 대척점에 있는 SF 영화 ‘스타워즈’의 명대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에드 해리스가 영화 초반 휴스턴의 기지의 목소리로만 등장합니다.

결말에서 라이언의 무사 귀환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는 점에서 훌륭하지만 사실 라이언이 탑승한 캡슐이 호수에 낙하한 것은 영화적인 결말입니다. 지상에 낙하했으면 충격으로 인해 사망했을 것이며 망망대해에 낙하했다면 익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입니다. 라이언은 끝까지 운이 억세게 좋았던 셈입니다.

영화적인 측면에서도 라이언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두 발로 땅을 딛는 결말이 필요했기에 육지와 면한 호수를 결말의 공간적 배경으로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비티’는 무중력 우주 공간의 공포를 일깨우며 제목 그대로 두 발을 중력(Gravity)의 지상에 딛고 사는 행복을 일깨웁니다. 아울러 라이언이 탑승했던 캡슐은 어머니의 자궁, 호수의 물은 양수, 그리고 호수에서 지상으로 나오는 행위는 출생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래비티’는 라이언이 고난을 딛고 재탄생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래비티’와 같은 영화가 왜 이제야 나온 것인지 의문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할리우드가 아니었다면 제대로 뽑아내기 힘든 영화가 바로 ‘그래비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IMAX 3D의 효과는 실로 대단합니다. 무중력 공간의 다양한 파편과 소품이 눈앞에 거슬릴 정도로 마치 실제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제공합니다. 과연 ‘그래비티’의 4DX는 어떨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 사춘기의 마법사
칠드런 오브 맨 - 국내 미개봉된 SF 수작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bullgorm 2013/10/21 14:02 #

    사실 인생이 운칠기삼이지만 분기점은 삼에서 이루어지죠..
  • 실피리트 2013/10/21 14:45 #

    IMAX 3D로 봤는데, 정말 이런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정말 내용 자체는 단순하기 이를데 없죠. 사건의 규모 역시 스타워즈나 스타트렉 같은 기존의 우주 배경 영화에 비하면 턱없이 작습니다만, 그런 걸 잊게 만들 정도로 연출이 굉장하더군요. 눈앞에서 벌어지는 대파괴 속에서도 들리는 건 BGM과 배우들의 목소리 뿐이라는 점에서 느껴진 괴리감이 더더욱 공포를 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영화관 가면 음료수를 초반에 다 마시는 편인데 2/3 이상 남길 정도로 몰입감도 뛰어났고요.

    마지막에 라이언이 스스로의 다리로 일어서고, 비틀거리면서도 한걸음 한걸음 걷는 장면 뒤에 GRAVITY 라는 글자가 뜨는 것이 참 여운이 남더군요.
  • 소혼 2013/10/24 19:22 #

    오늘 다시 보고 알았는데 수면에 닿기 전 센조가 분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상에 착륙했다고 하면 낙하산도 있어 충격이 크지 않았으리라 여길 때, 일종의 은유나 드라마틱한 과정을 위해 호수에 빠진게 아닐까 싶네요.
  • 4D 2013/10/29 16:04 # 삭제

    정말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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