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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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너스 - 보기 드문 수작 스릴러 영화

※ 본 포스팅은 ‘프리즈너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을 가족들과 함께 친구 프랭클린(테렌스 하워드 분)의 집에서 보내던 켈러(휴 잭맨 분)는 딸 애나(에린 제라시모비치 분)가 프랭클린의 딸 조이(카일라 드루 분)와 함께 실종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형사 로키(제이크 질렌할 분)가 유괴 용의자 알렉스(폴 다노 분)를 검거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됩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스릴러 ‘프리즈너스’는 한적한 소읍에서 발생한 어린이 유괴 사건을 둘러싸고 광기에 빠져드는 피해자 아버지와 수사 중 난관에 봉착하는 형사의 좌충우돌을 묘사합니다. 제목 ‘Prisoners’는 널리 알려진 ‘죄수’라는 의미보다는 ‘감금 피해자’ 정도로 해석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제목이 단수형 ‘Prisoner’가 아닌 복수형 ‘Prisoners’라는 사실에도 유의가 필요합니다. 감금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암시입니다.

‘프리즈너스’는 여러모로 다양한 영화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주인공 켈러 역의 휴 잭맨은 어린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부성애로 무장한 아버지라는 점에서는 평소의 사생활은 물론 ‘레 미제라블’에서 그가 분했던 장 발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꼼꼼해 강박적이며 자식을 위해서는 폭력도 불사하는 잔혹한 아버지라는 점에서는 코맥 맥카시의 소설을 영화화한 ‘더 로드’에서 주인공 비고 모르텐센이 분한 아버지와 닮았습니다. 엄격한 가정교육으로 일관한 교도관 출신 아버지의 자살도 켈러의 강박증 형성에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암시됩니다. 야수로부터 자식을 지키기 위해 평범한 가장이 야수가 되며, 피해자가 가해자로 돌변하고, 하나의 범죄가 또 다른 범죄를 낳는 셈입니다.

형사 로키로 분한 제이크 질렌할은 집요하게 연쇄 살인마를 뒤쫓았던 ‘조디악’을 연상시킵니다. ‘조디악’에서 제이크 질렌할이 분한 그레이스미스는 시사만화가의 신분이었으며 결과적으로 범인 색출에 실패했지만 ‘프리즈너스’의 로키는 범인 추적을 법적으로 보장받는 형사이며 결과적으로 범인을 색출해 응징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미궁 속으로 빠진 연쇄 범죄를 진지하며 사실적인 분위기로 포착한 스릴러라는 점에서 ‘프리즈너스’는 ‘조디악’과 전반적으로 닮았습니다.

범인의 범행 동기가 종교적이라는 측면에서는 ‘조디악’을 연출한 데이빗 핀처의 또 다른 걸작 스릴러 ‘세븐’과 동일합니다. 어린이들의 연쇄 유괴 사건이라는 소재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체인질링’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국 스릴러 영화를 연상시키는 요소도 눈에 띕니다. 켈러가 사적으로 감금해 복수를 하고 망치를 휘두르는 것은 ‘올드보이’를, 범인이 자신의 집 마당에 범행을 숨기기 위해 매장한 ‘증거물’을 경찰이 파내는 비주얼은 ‘추격자’를 연상시킵니다.

다양한 영화들을 짜깁기해 독창성이 부족한 듯하지만 ‘프리즈너스’는 충실한 매력을 갖춘 보기 드문 정통 스릴러입니다. 고어와 호러 요소를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지만 어린이 유괴를 소재로 해서인지 나름 자제합니다. 액션도 거의 없습니다. 평범한 마을에서 벌어진 유괴 사건을 과장 없이 사실적으로 묘사하기에 개연성이 충분하며 자극적인 장면을 자제하고도 오히려 상당한 공포를 유발합니다. 153분으로 러닝 타임은 긴 편이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갖춘 묵직한 서사로 승부해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습니다.

화려한 캐스팅도 돋보입니다. 주연을 맡은 휴 잭맨과 제이크 질렌홀은 당초 범인 검거라는 동일한 목적에서 출발하지만 부성애라는 사적인 이유와 수사라는 공적인 이유로 인해 입장이 갈리게 되는 배역을 나눠 맡았습니다. 따라서 두 배우는 결코 흔한 버디 무비의 주인공들처럼 타협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적대하는 라이벌도 아닌 독특한 관계로 등장해 긴장감을 배가시킵니다. 사건 해결은 두 배우가 각자의 길을 걷는 가운데 완성됩니다.

관객조차 한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진눈깨비가 내리는 가운데 두 배우가 차 안에서 격렬한 논쟁을 벌어지는 장면은 연기 대결의 백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에서는 둘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주인공을 구출하는 것으로 암시됩니다. 확실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해피엔드에 가까운 결말을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점도 독특합니다.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폴 다노는 ‘프리즈너스’에서도 대사는 많지 않지만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용의자 알렉스로 등장합니다. 알렉스는 범죄 가담자이지만 그전에 범죄 피해자이며 범죄 가담 이후에는 또 다른 범죄 피해자가 된다는 점에서 가장 극적인 인생 유전을 겪는 동정적인 등장인물입니다. 평생에 걸친 감금 생활도 모자라 또 다른 감금을 당하게 됩니다. 이밖에 테렌스 하워드, 비올라 데이비스, 멜리사 레오, 마리아 벨로 등 조연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캐나다 출신의 드니 빌뇌브는 ‘그을린 사랑’을 통해 스릴러의 요소를 다룰 줄 아는 감독임을 알린 바 있습니다. 수작 스릴러 ‘프리즈너스’를 통해 차후 필모그래피가 기대됩니다. 스릴러의 팬이라면 ‘프리즈너스’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을린 사랑 - 전쟁 참화 극복한 신화적 모성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사발대사 2013/10/05 13:05 #

    덕분에 어제 실로 오랜만에 영화 보면서 스트레스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리뷰해 주신 디제님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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