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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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움 - 타협과 재탕의 닐 블롬캠프 영화

※ 본 포스팅은 ‘엘리시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기 2154년 환경오염과 인구 폭발, 질병으로 인해 지구는 가난한 다수의 버림받은 공간으로 전락합니다. 선택받은 소수는 지구 인근에 거주지역 엘리시움을 건설해 윤택한 삶을 즐깁니다. 근무 도중 방사능에 오염되어 생명이 5일 밖에 남지 않은 LA의 공장 노동자 맥스(맷 데이먼 분)는 엘리시움으로 찾아가 의료 포드로 목숨을 구하려 합니다.

소수의 백인과 다수의 흑인이 뒤엉킨 남아공의 현실을 고발한 SF 영화 ‘디스트릭트9’의 닐 블롬캠프가 각본, 제작, 그리고 연출을 맡은 ‘엘리시움’으로 돌아왔습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낙원에서 이름을 따온 엘리시움은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윤택한 삶의 공간입니다. 다수는 지구에 방치된 채 인간 이하의 삶에 내몰립니다.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의 갈등, 선진국과 제3세계의 격차, 신자유주의 체제 하의 양극화. 불법 이민 문제를 은유해 SF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엘리시움’은 ‘디스트릭트9’의 주제 의식을 계승했습니다.

‘엘리시움’의 2154년의 LA는 ‘디스트릭트9’에서 외계인이 눌러앉은 남아공의 난민촌을 빼닮았습니다. 지배자의 CCTV 감시가 상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불법을 자행하는 폭력 집단이 힘을 발휘한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영상, 인간과 기계의 융합, 그리고 샬토 코플리가 남아공 억양을 앞세운 광기어린 인물로 분했다는 점에서 ‘엘리시움’은 ‘디스트릭트9’의 요소들을 재탕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요소들은 기존 SF 영화 및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킵니다. 초반에 등장하는 로봇 공무원은 폴 버호벤의 ‘토탈 리콜’의 로봇 택시기사와 닮았습니다. ‘토탈 리콜’의 로봇 택시기사가 기계화를 풍자하기 위한 것이라면 ‘엘리시움’의 로봇 공무원은 행정 편의주의와 관료제를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등장 의도는 다소 다릅니다. 기계와 결합해 인간이 보다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된다는 점에서는 ‘공각기동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날씬한 체형의 로봇은 1997년 작 ‘스페이스 트러커’를, 샬토 코플리가 분한 크루거가 활용하는 빔 실드는 ‘기동전사 건담 F91’과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협’을, 원형의 거주구 엘리시움은 건담 시리즈의 스페이스 콜로니를, 엘리시움의 모든 가정에 설치된 만병통치 의료 포드는 ‘프로메테우스’를 연상시킵니다.

B급 정서의 기괴함이 약동했던 ‘디스트릭트9’과 달리 ‘엘리시움’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SF에 수렴합니다. 다수의 피지배 계급을 해방시키며 소녀의 목숨을 구하고 주인공 맥스가 스스로 희생을 선택하는 영웅적 결말은 숭고함을 강조하며 감동을 제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신파에 그칩니다. ‘디스트릭트9’의 독특한 결말에 비하면 너무나 진부합니다. ‘디스트릭트9’에 비해 블랙 유머의 수위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맥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개성이 부족한 것도 약점입니다. 주인공 맥스는 물론이고 맥스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백혈병 말기의 딸을 걱정하는 자상한 프레이(앨리스 브라가 분), 권력욕에 불타는 강성 여장관 델라코트(조디 포스터 분) 등 캐릭터 또한 판에 박은 듯 전형적입니다. 폭력 집단을 이끌며 생명을 경시하고 이윤 추구에 골몰하던 스파이더(바그너 모라 분)가 인류의 해방자로 변신한 것이나 평소 여자에 관심 없던 크루거가 프레이가 아내감이라며 한눈에 반한 것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로봇과 셔틀, 엘리시움의 존재 등 기술 문명은 지금으로부터 약 150여년 뒤인 22세기 중반에 어울리지만 인간의 생활과 의상 등은 엘리시움의 상류층조차 21세기 초반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어색합니다. 현재와 접점을 유지하며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기술 문명의 발달 정도와 엇박자를 이룹니다.

로봇이 범람하는 기계화된 첨단의 시대에 왜 인간의 노동력에 의존해 로봇을 생산하는 지도 의문입니다. 기계를 운영하는 비용보다 인간의 노동비가 저렴하기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영화에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고어 장면도 삽입되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수위는 높지 않습니다. 일본 시장을 의식한 것인지 일본도를 애용하는 크루거가 맥스와 엘리시움에서 1:1 대결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지극히 인공적인 공간에 벚꽃까지 등장해 생뚱맞은 조화를 이룹니다.

‘엘리시움’은 외형적으로는 매끈한 할리우드 오락 영화가 되었지만 닐 블롬캠프의 전작 ‘디스트릭트9’과 비교하면 타협과 재탕에 머물고 맙니다.

디스트릭트9 - 설정보다 이야기로 승부하는 SF
디스트릭트9 - SF, 현실에 두 발을 내딛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2013/08/31 13:39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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