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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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 2대 걸친 악연 뛰어넘어 영화

※ 본 포스팅은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의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경찰과 범죄자, 그리고 그들의 아들들의 2대에 걸친 악연을 묘사하는 남성적인 범죄 드라마입니다. 서사는 크게 세 개의 이야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오토바이 곡예사였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태어난 아들을 위해 은행 강도에 나서는 루크(라이언 고슬링 분)의 이야기이며, 둘째는 루크를 검거하는 와중에 그를 살해하고 가책에 시달리는 경찰 에이버리(브래들리 쿠퍼 분)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셋째는 15년 뒤 에이버리의 아들 AJ(에머리 코헨 분)와 루크의 아들 제이슨(데인 드한 분)이 고교에서 만나 뒤얽히는 이야기입니다.

원작이 존재하지 않는 오리지널 각본이지만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장편 소설을 연상시키는 이야기의 힘이 돋보입니다. 웅장하지만 영화적으로 과장된 감이 없지 않은 ‘대부’ 및 ‘무간도’ 시리즈의 현실적인 버전이라고 할만한 범죄 서사시입니다.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은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2010년 작 ‘블루 발렌타인’을 통해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선보인 바 있는데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를 통해 다시 한 번 라이언 고슬링과 호흡을 맞춰 담담하면서도 흡인력이 강한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기교를 부리기보다 우직하게 서사로 승부합니다.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의 라이언 고슬링은 성당의 눈물 연기가 상징하듯 부성애가 강하며 내면은 다정다감해 ‘블루 발렌타인’에서와 비슷하지만 동시에 거칠고 고독한 ‘드라이브’에서와 같은 양면적인 캐릭터 루크로 등장합니다. 단지 그가 탑승해 자아를 이입하며 속도를 내는 대상물이 자동차에서 오토바이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서두의 첫 등장에서 대기실을 나와 서커스단의 형형색색의 천막들을 거쳐 ‘일터’로 향하는 라이언 고슬링의 뒷모습 롱 테이크에서는 외로움이 뚝뚝 묻어나 ‘드라이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의 슬리브리스 셔츠에 선명한 락 그룹 메탈리카의 로고는 루크의 반항아적 성향을 물론 시대적 배경을 상징합니다. 눈가의 문신은 마치 눈물처럼 보여 루크가 맞이할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에이버리도 못지않게 강렬한 방식으로 등장합니다. 에이버리는 은행을 턴 루크를 뒤쫓는 경찰로 오프닝 이후 약 45분 만에 처음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아니라 마치 엑스트라처럼 긴박한 상황에서 제복을 입고 등장합니다. 일반적으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은 첫 등장 시 클로즈업을 할애해 관객이 배우의 얼굴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지만 에이버리 역의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얼굴을 느긋하게 확인할 수 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주인공 등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이버리는 자신이 살해한 루크에 대한 동정심과 루크의 유가족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경찰의 비리에 대해서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행동에 나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출세지향적인 약삭빠른 인물이기도 합니다. ‘LA 컨피덴셜’에서 가이 피어스가 분했던 정의감을 지녔으면서도 교활하며 출세 지향적인 젊은 경찰 에드와 유사한 인물입니다. 에이버리는 결과적으로 경찰을 떠나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거물 검사로 성장합니다. 루크가 범죄자이지만 선한 면을 지녔다면 에이버리는 경찰이지만 비열한 면을 지녔습니다.

극중에는 동양적인 단어인 ‘인연’이 대사 속에 언급되지 않지만 인연에 대한 깊은 통찰이 돋보입니다. 일면식도 없었던 루크와 에이버리는 경찰과 범죄자, 가해자와 피해자로 인연을 맺습니다. 루크의 죽음은 에이버리의 삶에도 엄청난 변화를 야기합니다.

두 주인공의 인연은 아버지에서 아들에게로 대물림됩니다. 에이버리는 아버지가 권했으나 완강히 거부하던 검사의 길로 갑니다. 루크는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자신이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며 자신의 정체를 아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유언을 남기지만 제이슨은 결과적으로 아빠를 빼닮은 아들로 성장합니다. 약물을 훔치는 범죄를 저지르던 제이슨이 애용하던 자전거는 결말에서 오토바이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시대와 사람은 달라지지만 인간은 본질적으로 똑같은 잘못의 반복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단순한 악연의 반복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에이버리는 루크를 살해한 것을 속죄하며 제이슨을 보호합니다. 제이슨도 에이버리 부자를 살해해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이성을 잃지 않습니다. 제이슨이 악연을 넘어 용서한 것입니다.

원제 ‘The Place Beyond the Pines’에서 ‘the Pines’는 에이버리가 비리 경찰 델루카(레이 리오타 분)에게 유인되어 살해될 뻔한 숲이자 15년 뒤 제이슨에 의해 살해될 뻔한 소나무 숲을 의미하지만 ‘Beyond’를 통해 악연을 초월한 용서를 암시합니다. 루크, 에이버리, 그리고 제이슨이 집을 방문해 문 ‘너머’로 바라보는 장면을 제시하는 것도 ‘Beyond’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고독한 삶 너머의 암중모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소나무 숲을 넘어 악연을 초월한 용서’ 정도로 의역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루크와 에이버리, 두 명의 아버지 못지않게 인상적인 아버지는 제이슨의 양부 코피(마허샬라 알리 분)입니다. 제이슨을 낳은 로미나(에바 멘데스 분)와 결혼해 자신의 핏줄이 아닌 제이슨까지 맡아 키우지만 친부에 뒤지지 않는 듬직한 부정을 과시합니다. 제이슨이 친부의 정체가 궁금해 코피에게 자신의 친부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I am your father’라며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의 명대사를 인용하는 익살스러운 장면도 제시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제이슨과 코피가 대화를 나누는 장소가 루크가 일했던 유원지 앞이며 두 사람이 함께 먹는 것은 루크가 제이슨에게 처음으로 먹였던 아이스크림이라는 점입니다. 친아버지의 이름을 알아내는 순간, 친아버지와 다른 방식으로 인연을 맺는 제이슨입니다.

제이슨이 세례를 받는 장면은 교회가 아닌 성당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한글자막 ‘하나님’은 ‘하느님’이 되어야 옳습니다.

블루 발렌타인 - 교차 편집 돋보이는 사실적 사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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