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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 ‘이상한 놈’ 송강호, 진정한 혁명가 영화

※ 본 포스팅은 ‘설국열차’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설국열차’는 철두철미한 혁명 영화입니다. 폐쇄된 열차 속에 공간적 배경을 국한시키는 SF 영화이지만 지배 계급의 압제에 저항하는 피지배 계급의 피로 얼룩진 혁명을 묘사합니다.

주인공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피지배 계급의 힘으로 지배 계급을 축출하고 무한동력과 아동노동으로 달리는 열차를 장악하려는 혁명을 주도합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전복입니다.

하지만 민수(송강호 분)야말로 진정한 혁명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체제 전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체제 해체입니다. 애초에 자신이 주도한 혁명은 아니지만 민수는 혁명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입니다. 커티스가 지배 계급의 공간으로 향한 닫힌 문을 열고 싶어 한다면 민수는 바깥세상을 향해 닫힌 문을 열고 싶어 합니다. 결과적으로 혁명은 커티스가 아닌 민수가 원하는 바대로 완수됩니다.

‘설국열차’는 여러모로 봉준호 감독의 2006년 작 ‘괴물’을 연상시킵니다. 특히 송강호와 고아성이 민수와 요나의 부녀 관계로 분한 것에서 ‘괴물’을 떠올리지 않는 이가 드물 것입니다.

‘일어나’라며 민수가 요나를 처음 깨우는 장면은 ‘괴물’의 결말에서 송강호가 분한 강두가 고아성이 분한 현서를 대신한 소년 세주(이동호 분)를 ‘밥 먹자’라며 깨우는 장면과 유사합니다. 감옥에 갇혀 있다던 민수와 요나는 일반적인 감옥과는 다른 영안실의 냉동고와 같은 공간에서 깨어납니다. 마치 ‘괴물’의 부녀가 시공간을 넘어 차원 이동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괴물’의 강두에 비해 ‘설국열차’의 민수는 육체적, 지적 능력이 뛰어난 인물입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혁명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물론이고 인화물질 크로놀에 중독된 것처럼 연기하며 본 모습을 숨기다 자신의 본래 목적을 이루기도 합니다. 타냐(옥타비아 스펜서 분)는 물론, 데자키 오사무의 애니메이션 1979년 작 ‘보물섬’의 멋들어진 캐릭터 그레이에서 착안한 것이 아닌가 싶은 단검의 명인 그레이(루크 파스콸리노 분)를 살해한 좀비 같은 프랑코(블라드 이바노프 분)와의 1:1 격투에서 승리하는 것 또한 민수입니다. 고아성과의 부녀관계라는 점을 제외하면 송강호가 분한 민수는 ‘괴물’의 강두보다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이상한 놈’ 태구에 가까운 육체적, 지적 능력이 우수한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송강호와 고아성 부녀가 맞이하는 결말은 ‘괴물’과는 다릅니다. ‘괴물’에서 죽음으로 인해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소원을 풀지 못한 고아성이 ‘설국열차’에서는 17세의 설정에도 불구하고 와인을 마시며 음주 욕구를 해소합니다. ‘괴물’에서 평생의 한으로 남았을 듯한 딸의 죽음을 한풀이하듯 ‘설국열차’에서 송강호는 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립니다. 아버지의 희생 덕분에 고아성은 생존합니다. 고아성이 분한 요나는 흑인 소년 티미와 함께 인류의 새로운 아담과 이브가 될 수도 있다는 암시입니다. 유색 인종의 아담과 이브라는 점에서 봉준호 감독이 서구의 백인 감독이 아님을 재확인합니다. 크로놀의 폭발에 의한 열차의 탈선에도 불구하고 꼬리칸은 터널에서 멈춰 섰으므로 에그 헤드(토마스 르마르퀴 분)의 흉탄에 의해 희생되지 않은 꼬리칸 사람들은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열차 안에서 태어난 요나의 어머니와 티미의 아버지는 누구인지도 궁금합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혁명의 횃불의 시발점이 되는 소년 찬(박성택)이 ‘설국열차’의 제작자 박찬욱 감독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 아닌지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맨 앞 칸 입구에서 민수와 격투를 벌이다 열차의 톱니바퀴로 빨려 들어가 죽는 사내가 등에 ‘올드보이’를 연상시키는 날개 장식을 착용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띕니다. 김지운 감독의 2010년 작 ‘악마를 보았다’에서 학원통학차량을 운전하는 경철(최민식 분)의 차량 후사경의 날개 장식이 ‘올드보이’를 연상시켜 화제가 된 바 있는데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의 친분을 감안하면 흥미롭습니다.

극중의 상당한 비중에도 불구하고 민수는 커티스를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접점이 많지 않습니다. 커티스에게 민수에 관한 정보를 극중 첫 번째 탄환편지를 통해 처음 알려주는 윌포드(에드 해리스 분)는 민수에 대해 커티스의 길잡이 역할 외에는 관심이 없는 듯 자신의 방으로 들이지 않습니다. 메이슨(틸다 스윈튼 분)도 민수의 존재에 무관심합니다. 민수가 열차의 보안설계자였음을 감안하면 윌포드와 메이슨의 무관심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길리엄(존 허트 분)의 배경으로 제시되는 윌포드 인더스트리의 로고는 윌포드와의 직통 전화임이 밝혀지는데 윌포드와 내통하는 길리엄도 민수에 대한 사전 지식은 별로 없는 듯합니다. 민수 또한 일면식이 있었을 듯한 윌포드와 메이슨에 대해 별 관심이 없습니다. 민수가 다른 등장인물과 접점이 적고 동떨어진 것처럼 행동하기에 영어 대사를 사용하지 않는 송강호는 겉도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존 허트는 1979년 작 ‘에이리언’에서 에이리언에 의한 시리즈 첫 번째 희생자였는데 앤드류 역의 이완 브렘너가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에서 에이리언의 희생자였던 것도 흥미롭습니다. 극중에서 틸다 스윈튼까지 일본어를 사용하며 일본어 대사가 곳곳에 엿보이는데 일본 시장을 노린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

너무나도 선명한 계급의식으로 무장한 ‘설국열차’가 ‘레 미제라블’과 함께 작년 12월 대통령 선거 전에 개봉되었다면 보다 격렬한 논란의 주인공이 되며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를 가져왔을 것입니다. 최근 호된 시련을 맞고 있는 CJ를 보면 그처럼 담대한 개봉 전략을 세우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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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동사서독 2013/08/06 17:54 #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요나 엄마는 탈출하다 얼어죽은 7인 중 맨 앞에 있던 에스키모 여인이라고 해요. 요나는 한국인 남자 송강호와 에스키모 여자 사이에서 나온 아이라는 설정이라고 하네요. 송강호와 요나가 시체안치실 같은 감옥에 갇힌 것도 어쩌면 7인의 탈출, 그 반란의 연좌제로 가중처벌을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해보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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