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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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울버린 - 울버린의 좌충우돌 일본 유람기 영화

※ 본 포스팅은 ‘더 울버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불사의 존재 울버린(휴 잭맨 분)은 사랑했던 이들이 먼저 죽으며 자신의 곁을 떠나자 숲 속에 은둔합니다. 일본에서 온 소녀 유키오(후쿠시마 리라 분)에 이끌린 울버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생명을 구해줬던 야시다(야마노우치 하루히코 분)와 재회하기 위해 도쿄로 향합니다. 울버린은 야시다의 아들 신겐(사나다 히로유키 분), 손녀 마리코(오카모토 타오 분)와도 만나게 됩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한 ‘더 울버린’은 2006년 작 ‘엑스맨 최후의 전쟁’과 2009년 작 ‘엑스맨 탄생 울버린’을 모두 아우른 속편입니다. 울버린은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사랑했던 진(팜케 얀센 분)을 어쩔 수 없이 살해한 것을 끊임없이 자책합니다. 유키오가 보유한 울버린에 관한 파일에는 스톰(할리 베리 분)도 보입니다. ‘더 울버린’은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직접적인 후속편의 위치에 있습니다.

‘더 울버린’의 공간적 배경은 거의 전부 일본인데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엔딩 크레딧 이후 추가 장면에서 울버린이 일본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장면에서 이미 암시된 것입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여주인공이었던 카일라(린 콜린스 분)를 회상하는 장면과 함께 카일라와 산속에 동거했을 당시에 울버린이 임업에 종사했던 장면을 연상시키는 도끼질 장면이 삽입되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지금껏 6편이 제작되었으며 모두 울버린이 등장한 엑스맨 관련 실사 영화 중 ‘더 울버린’은 가장 실망스럽습니다. 우선 액션이 빈약합니다. 스케일이 큰 것도 아니며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주인공 울버린으로 분한 휴 잭맨이 40대 중반에 접어들어 액션 연기가 부담스러웠는지 전편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 비해서도 액션이 부족합니다. ‘레 미제라블’에서 휴 잭맨이 분했던 수염이 덥수룩한 늙고 지친 도망자 장 발장처럼 등장한 울버린이 러닝 타임의 대부분에서 불사의 능력을 상실한 것도 액션이 빈약한 원인입니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돌연변이 여성 바이퍼(스베틀라나 코드첸코바 분)와 최종 보스도 강력하지 않습니다. 악역이 강력해야 주인공도 강해지며 액션의 수위도 상승하는 법이지만 ‘더 울버린’은 주인공과 악역 모두 힘이 부족합니다. 공간적 배경이 일본으로 옮겨간 탓이겠지만 울버린의 필생의 라이벌 세이버투스를 활용하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멜러의 비중이 큰 것은 최대 약점입니다. 애당초 동료와 함께 행동하기보다 고독을 즐기는 울버린의 성격 상 동료와의 우정이 개입할 여지가 적기에 울버린 주변의 인간관계를 확장하기 위해 마리코와의 멜러를 삽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멜러가 단순히 삽입된 것에 그치지 않고 울버린의 행동 이유, 즉 서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울버린이 나이를 먹지 않으며 진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서 해방될 동기가 필요했다고 하지만 나이 차가 크게 나는 친구의 손녀딸과 사랑을 나누는 것은 뜬금없습니다. 마리코와의 사랑은 애절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않습니다. 서구 남성의 일본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킬 뿐입니다. 마치 007과 본드걸의 의례적인 사랑을 보는 듯합니다. 129분의 결코 짧지 않은 러닝 타임이 지루할 정도입니다. 멜러를 과감히 들어내고 러닝 타임을 줄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국 ‘더 울버린’은 폭력과 섹스의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으며 주인공의 성격 또한 성인 취향에 가깝지만 15세 관람가의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폭력과 섹스 묘사에 머뭅니다. 12세 관람가를 받았어도 무난했을 것입니다. 차라리 폭력과 섹스를 강화해 청소년 관람불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원폭이 투하되는 나가사키로 서두를 장식하며 21세기 도쿄의 신주쿠, 아키하바라, 우에노역, 도쿄 타워 등 러닝 타임 내내 공간적 배경으로 일본이 할애된 만큼 일본을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요소들이 활용됩니다. 사무라이, 닌자, 야쿠자는 물론입니다. 전국시대의 다케다 신겐의 이름에서 착안한 것이 아닌가 싶은 신겐과 울버린의 저택 야간 결투는 일본 찬바라 영화의 전형적인 연출 방식을 답습합니다. 신겐으로 분한 사나다 히로유키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의 이미지를 재활용합니다. 9월에 공개되는 일본에서 ‘더 울버린’의 개봉명은 ‘울버린 : 사무라이’입니다.

야시다의 일본도에는 울버린을 상징하며 야시다의 평생 소망이기도 한 ‘불로불사불멸(不老不死不滅)’이 새겨져 있습니다. 초고속으로 달리는 신칸센을 활용한 액션이나 일본 특유의 러브호텔 문화는 웃음을 자아냅니다. 일본의 전설 속 괴물과 비유되는 울버린도 ‘잘 먹겠습니다[いただきます]’와 ‘안녕[さよなら]’의 일본어 대사를 말합니다. ‘더 울버린’은 울버린의 좌충우돌 일본 유람기입니다.

당연히 대사 중 상당수는 일본어로 처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신겐과 그의 사위가 될 예정인 노부로(브라이언 티 분)의 대화는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처리되는 등 일본인 역할을 맡은 배우들 사이에서도 일본어 대사와 영어 대사가 혼재되어 일관성이 부족합니다. 미국 관객들이 전개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들어야만 하는 대사는 영어로, 그렇지 않은 사소한 대사들은 일본어로 처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 울버린’을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로 기대한 한국 관객들에게는 일본을 공간적 배경으로 내내 할애한 것에 대해 실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어 대사는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애비게일의 한글 자막은 일부만 번역했을 뿐 상당수를 방치했습니다. 자막 번역이 무성의합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다니엘 헤니에 이어 ‘더 울버린’에는 윌 윤 리가 일본인 캐릭터 하라다도 캐스팅되어 시리즈 두 작품 연속으로 한국계 배우가 출연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두 일본인 여배우입니다. 오카모토 타오와 후쿠시마 리라는 각각 귀족적인 재벌 상속녀 마리코와 붉은 머리의 검술소녀 유키오로 캐스팅되었는데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개성이 뚜렷합니다. 특히 자신의 생년월일을 밝히지 않으며 신비스러움을 추구하는 후쿠시마 리라는 유키오에 적역입니다. ‘퍼시픽 림’의 일본인 여배우 캐스팅 실패와는 대조적입니다.

마리코와의 멜러 구도가 지나치게 강화된 것은 배우의 잘못이 아닌 각본과 연출의 한계로 구분해야 할 것입니다. 마리코의 비중을 줄이고 유키오의 비중을 늘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죽음을 예언하는 유키오는 그리스 신화의 카산드라를 연상시키는 캐릭터인데 초반에 등장해 독화살로 사냥당하는 곰과 함께 울버린의 운명, 즉 전반적인 서사의 복선을 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결말에서는 두 여성 캐릭터와 울버린의 삼각관계가 암시됩니다.

엔딩 크레딧 도중에는 추가 영상이 삽입되었습니다. 일본 유람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울버린은 공항에서 매그니토(이안 맥켈렌 분), 재비어(패트릭 스튜어트 분)와 조우합니다. 매그니토는 인간들이 돌변변이의 멸종을 꾀한다며 함께 싸울 것을 주장합니다. 울버린은 재비어의 생존 사실에 놀라지만 과연 진짜 재비어인지는 후속편에서 밝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다리가 멀쩡했던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재비어와 달리 ‘더 울버린’의 재비어는 휠체어에 앉아 있습니다. 재비어가 불구가 된 설정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는 부합되지 않아 교통정리가 필요합니다. 실망스러운 ‘더 울버린’을 감안하면 추가 영상은 작은 위안거리입니다.

엑스맨 - 최후의 전쟁
엑스맨 탄생 울버린 - 오락성 충실한 히어로물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 삼부작에 충실한 매끈한 프리퀄

아이덴티티 - 미스테리와 호러가 결합된 퓨전 스릴러
3:10 투 유마 - 허를 찌르는 도덕적인 수작 웨스턴
나잇 & 데이 - 뻔뻔함이 매력인 오락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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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oachstar 2013/07/29 02:54 #

    갑자기 중간에 두 남녀 주인공이 우리 결혼했어요를 찍어서 황당했습니다.
    지하철 위에서의 격투신은 저도 심장이 쫄깃쫄깃 했는데...
    좀더 액션이 풍부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잠본이 2013/08/04 22:10 #

    원작을 알고 보면 마리코가 멜로를 찍긴 찍어야겠다 싶긴 한데 설정이 엄청 바뀌어서... 둘이 반하는 과정이 참으로 괴악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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