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tomino.egloos.com

포토로그


메모장

KBReport 프로야구 필자/다음카카오 콘텐츠뷰/KBO 야매카툰

LG 트윈스 야구 전 경기 아프리카 생중계 http://afreecatv.com/tomino

사진, 글, 동영상 펌 금지합니다. 영화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서 있습니다.

반말, 욕설, 비아냥, 협박 등의 악성 댓글은 삭제합니다. 비로그인 IP로 댓글 작성은 가능하지만 동일 IP로 닉네임을 여러 개 사용하는 '멀티 행위' 시 역시 삭제합니다.


테르마이 로마이 - 제국에 대한 향수와 동일시 영화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이치무라 마사치카 분) 치세인 서기 130년대의 대중목욕탕 설계자 루시우스(아베 히로시 분)는 설계 방식이 낡았다는 이유로 일거리를 잃습니다. 절치부심하던 루시우스는 시공간을 넘어 우연히 들르게 된 현대 일본의 대중목욕탕을 모방해 하드리아누스의 신임을 얻게 됩니다. 만화가 지망생 마나미(우에토 아야 분)는 루시우스와의 조우를 통해 신작 만화를 착상합니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2세기 로마 제국의 목욕탕 설계자가 시간여행을 통해 현대 일본의 목욕 문화의 우수성을 체감하고 로마에 적극 반영한다는 내용의 야마자키 마리의 원작 만화를 타케우치 히데키 감독이 영화화한 2012년 작 역사 코미디입니다.

잘 생긴 외모, 늘씬한 체형과 달리 의외로 코미디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베 히로시를 고대 로마인으로 캐스팅한 것은 결코 어색하지 않습니다. 성기 노출만 없을 뿐 엉덩이를 비롯해 알몸을 노출하다시피 하는 장면으로 가득하지만 아베 히로시의 실없는 개그는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덜렁대며 꿈만 좇는 철없는 젊은 여성 마나미이자 아베 히로시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된 우에토 아야도 적절합니다. 마나미가 출판사에 처음 만화 원고를 제출할 때의 화풍은 ‘북두의 권’과 유사하며 고향집의 방에도 ‘북두의 권’의 만화책으로 가득합니다. 일반적인 젊은 일본인 여성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북두의 권’을 통해 마나미의 개성을 드러냅니다.

루시우스의 아내를 비롯해 이탈리아인 배우들이 캐스팅되었으며 일부 장면에서는 라틴어 대사가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연 배우들은 일본인이 로마인으로 분장했고 일본어 대사로 채워졌습니다.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할 때는 라틴어를 말하고 있는 연기에 일본어 대사를 더빙한 것처럼 일본인 배우들의 입 모양과 대사를 의도적으로 맞추지 않습니다. 현대 일본인 마나미가 시공간을 초월해 고대 로마를 처음 방문했을 때는 스크린 오른쪽 상단에 ‘음성다중’이라는 자막을 삽입하는 재치를 부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반부 웃음, 후반부 감동이라는 한국 영화의 공식을 답습한 듯 웃음을 유발하는 초반을 제외하면 중반 이후에는 힘이 떨어지며 억지스러워집니다. 연재만화가 원작인 탓인지 서사의 흐름이 분절적이어서 툭툭 끊어집니다.

루시우스와 차기 황제후보 케이오니우스(키타무라 카즈키 분)의 대립 구도가 서사의 근간인데 아베 히로시와 키타무라 카즈키가 2009년 작 NHK 대하드라마 ‘천지인’에서 우에스기 켄신과 우에스기 카게카츠의 부자 관계로 출연했음을 감안하면 이채롭습니다. 하지만 마나미가 얽히기 이전부터 루시우스가 케이오니우스를 혐오하게 되는 이유가 케이오니우스가 여자를 좋아하고 매너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다소 부족합니다. 케이오니우스가 하드리아누스를 암살하려한다든가, 반역이나 찬탈을 꾀한다든가 하는 보다 강한 정치적 이유가 제시되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일본 문화의 우수성을 근간으로 합니다. 대중목욕탕과 온천 등 목욕 문화와 그에 수반되는 청결과 위생,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일본인의 정서가 고대 로마인을 감동시킬 정도로 우월하다는 것입니다. 한 시대의 패권 국가인 로마조차 현대 일본을 배운다는 자부심까지 엿보입니다.

일본 대중목욕탕의 상징인 후지산 그림이 폼페이의 베수비우스 화산으로 동일시되는 것은 단순한 유머로 봐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전반적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같은 고대 로마에 대한 현대 일본인의 선망은 물론 동일시까지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거대 제국 로마에 대한 일본인의 선망과 동일시의 이면에서는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하려다 실패한 대일본제국에 대한 향수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극중에서 루시우스의 최대 성과가 로마 군인들을 치료해 이민족과의 전쟁에 승리해 로마 제국과 황제를 위기에서 구원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제2차 세계대전의 일본의 패전에 대한 보상심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대중목욕탕에서 차가운 우유를 사마시는 풍습은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소품으로 등장하는 때밀이 수건은 한국이 원산지이고 전쟁 승리에 이바지하는 온돌은 극중에서도 ‘온돌[オンドル]’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의 것임을 일본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문화 고유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테르마이 로마이’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2012년 4월에 일본에서 개봉된 ‘테르마이 로마이’는 한국에 매우 늦게 공개되었습니다. 서울에 개봉관이 2개에 그칠 정도로 소규모 개봉입니다. 아마도 VOD로 풀기 위해 조용히 개봉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Roachstar 2013/07/22 21:21 #

    우에도 아야가 주인공을 보고 켄시로를 떠올리는 장면은 아베 히로시가 북두의 권 애니 성우를 했다는 사실을 떠오르게 하더군요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