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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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미드나잇 - 판타지에서 현실로 온 로맨스 영화

※ 본 포스팅은 ‘비포 미드나잇’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딸 쌍둥이와 함께 프랑스 파리에 사는 제시(에단 호크 분)와 셀린느(줄리 델피 분) 부부는 그리스 남부에서 6주간의 휴가를 즐깁니다. 휴가가 마무리되기 전 제시는 아들 행크(시무스 데이비 패트릭 분)를 전처에게 돌려보내고 상심합니다. 제시는 행크를 자주 만날 수 있는 미국 시카고로 이사하고 싶어 하지만 셀린느는 파리에 남아 새로운 직장에 다니고 싶어 합니다.

1995년 작 ‘비포 선라이즈’, 2004년 작 ‘비포 선셋’에 이어 시리즈 세 번째 작품 ‘비포 미드나잇’이 9년 만에 개봉되었습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배낭여행 중이던 미국인 청년 제시와 프랑스인 여성 셀린느는 오스트라이 비엔나에서 우연히 만나 1박 2일의 짧은 사랑에 빠집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나 ‘비포 선셋’에서 제시와 셀린느는 프랑스 파리에서 재회합니다. 프랑스를 떠나는 비행기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제시가 셀린느의 아파트에 들른 상황에서 ‘비포 선셋’은 명확한 결말을 제시하지 않은 채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 바 있습니다. ‘비포 미드나잇’은 그대로 두 사람이 결혼해 가정을 이뤄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부부 생활에 초점을 맞춥니다.

시리즈 세 편 모두 여행을 공통적인 소재로 설정하지만 ‘비포 미드나잇’은 러브 판타지였던 전작 두 편과는 차별화됩니다.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의미하는 여행의 기본적 성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과 달리 ‘비포 미드나잇’은 여행을 소재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두 발을 붙입니다.

그리스 남부 지중해의 아름다운 휴양지를 배경으로 하지만 제시와 셀린느는 모든 부부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현실적인 문제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시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과의 관계 설정에 고민하며 셀린느는 육아와 사회 활동을 통한 자아실현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따라서 ‘비포 미드나잇’은 중년 부부가 되어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주인공들로 인해 시리즈 사상 가장 현실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셀린느와의 체험담을 소설로 집필해 세계적인 작가가 된 제시는 혼외정사와 같은 약점을 공격당하고 아들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셀린느는 자신의 히스테리를 견디지 못해 발산하고 후회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결코 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사리 멈추지 못합니다.

전작과 구별되는 ‘비포 미드나잇’의 또 다른 차이점은 섹스를 정면으로 응시한다는 것입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는 두 사람의 로맨틱한 하룻밤 섹스를 암시했고 ‘비포 선셋’에서는 두 사람이 각자의 섹스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제는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적지 않은 세월을 보낸 만큼 섹스 또한 생활이 되었습니다. 모처럼 두 딸을 두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로맨틱한 섹스를 꿈꾸던 두 사람은 서로를 애무하다 제시의 아들 행크의 전화로 인해 현실로 돌아와 격렬하게 다툽니다. 통통해진 줄리 델피의 긴 상반신 노출 장면처럼 두 사람의 섹스는 이제는 아슬아슬함을 잃은 채 스스럼없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 더 이상 로맨틱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포 미드나잇’은 전작 두 편의 매력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두 주인공 제시와 셀린느의 끊임없는 대화에서 비롯되는 지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입니다. 제시와 셀린느가 단둘이 호텔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 중반부부터 시리즈 본연의 매력과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되살아납니다.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은 ‘걸으며 대화하기’가 전부였던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일 두 사람이 모두 과묵한 성격이었다면 영화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을 것이며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다변이고 다른 한 사람이 과묵하다면 영화가 성립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시와 셀린느는 국적이 다르고 끊임없이 다퉈도 천생연분이라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다양한 화제들을 꺼내며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눕니다. 문학, 늙음, 죽음 등은 물론 시대상을 반영한 디지털 섹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젯거리를 입에 올립니다.

캐치볼에 대한 제시와 셀린느의 대화는 사소한 것이지만 두 사람의 국적과 문화적 배경의 차이를 상징합니다. 제시는 아버지인 자신의 부재로 인해 행크가 캐치볼도 제대로 못한다며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 국적의 중년 남성다운 아쉬움을 드러내지만 야구가 낯선 프랑스인 여성 셀린느는 제시의 언급에 공감하지 못합니다. 캐치볼은 부성의 부재에 대한 제시의 죄책감을 반영합니다.

격렬한 언쟁 끝에 셀린느는 제시에게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폭탄 선언하지만 이내 두 사람은 평온을 되찾습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툭탁거리며 부부로서 잘 살 것임을 암시하는 결말입니다. 결말에서 타임머신은 옷을 벗어야만 활용할 수 있다는 대사는 두 사람이 결국 로맨틱한 섹스를 할 것임을 암시하지만 동시에 ‘터미네이터’를 의식한 대사로 보입니다.

‘비포 미드나잇’의 각본에는 ‘비포 선셋’에서 그랬듯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와 함께 두 주연 배우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참여했습니다. 두 주연 배우는 자신들이 참여한 각본의 압도적 분량의 대사와 롱 테이크를 매우 자연스럽게 소화합니다. 초반 프랑스어 대사에 대한 한글자막이 없는 것은 아쉽습니다.

다시 9년 뒤에 제시와 셀린느가 함께 늙어가는 부부로 등장하는 속편이 제작된다면 흥미로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편의 제목은 주다스 프리스트의 노래 제목처럼 ‘비포 더 던(Before the Dawn)’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비포 선라이즈 - 90년대 젊은이의 초상
비포 선셋 - Do you remembe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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