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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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 매력 되찾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

※ 본 포스팅은 ‘위대한 개츠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알코올에 의존하는 닉(토비 맥과이어 분)은 정신과 치료를 받습니다. 닉은 거부(巨富)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유부녀 데이지(캐리 멀리건 분)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해 회상합니다. 의사는 닉에게 집필을 권유합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의 원작 소설로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된 바 있는 ‘위대한 개츠비’가 과작인 바즈 루어만 감독에 의해 다시 영화화되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타이틀 롤 개츠비를 맡은 만큼 바즈 루어만 연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1996년 작 ‘로미오와 줄리엣’과 상당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문학사에 손꼽히는 비극적 사랑을 소재로 한 걸작을 스크린으로 옮겨 원작의 서사의 얼개와 주요 대사를 존중했다는 점에서 ‘로미오와 줄리엣’과 ‘위대한 개츠비’는 동일합니다. 두 작품 모두 프라다가 참여하는 등 화려한 의상을 비롯한 원색으로 가득한 영상과 현란한 카메라워킹을 앞세우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선남선녀로 가득한 흥청망청하는 파티 장면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삽입해 눈뿐만 아니라 귀도 즐겁습니다.

무엇보다 ‘위대한 개츠비’가 인상적인 것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외모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개봉 당시였던 1990년대만 해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희대의 외모로 인해 오히려 발군의 연기력이 가리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외모가 오히려 부담이 되었는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살이 쪘고 꽃미남의 이미지가 사라진 대신 연기파 배우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데뷔 당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랑했던 희대의 외모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바즈 루어만과 17년 만에 재회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원작의 개츠비가 지닌 매력 넘치는 미소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과거의 외모를 되찾았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미국의 제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를 연상시키며 원작 소설에서도 언급되는 클라이맥스의 옅은 핑크색 정장이 매우 잘 어울립니다. 집요한 성격의 젊은 거부라는 측면에서는 ‘에비에이터’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사랑에 목숨을 거는 순수한 미남이라는 측면에서는 아무래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위대한 개츠비’ 모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사랑으로 인해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는 타이틀 롤을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외모를 보다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두 작품 모두 상대 여배우의 미모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중세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영화화하며 권총, 자동차, TV 등을 과감하게 활용해 현대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재해석한 ‘로미오와 줄리엣’과 달리 ‘위대한 개츠비’는 시공간적 배경의 재현에 충실합니다. 타임스퀘어를 비롯한 당시의 뉴욕 시내와 외곽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오프닝의 워너 브라더스의 로고와 엔드 크레딧 또한 20세기 초반을 연상시키는 흑백영화 풍으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즈에 친숙하지 않은 21세기 관객을 배려하기 위해서인지 ‘재즈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며 재즈가 연주되어야 마땅한 장면에서도 배경 음악으로 선택된 것은 힙합이나 테크노 음악 등이며 재즈는 맛보기 정도로만 가미된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닉의 내레이션에 활자를 삽입해 원작의 구절까지 스크린으로 그대로 옮기는 고전적인 연출 기법까지 활용하며 원작 소설을 존중하는 만큼 캐스팅 또한 원작의 이미지를 충실히 재현하고 있습니다. 전술한 개츠비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물론이고 화자이자 조연인 닉 역의 토비 맥과이어는 원작자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생전 이미지에 가깝게 분장했습니다. 닉은 개츠비의 사랑을 활자화하는 것은 물론 그에 앞서 개츠비와 데이지의 사랑을 무비 카메라에 담기도 합니다. 대표작 ‘스파이더맨’ 삼부작에서 토비 맥과이어가 외형적인 본업은 사진 기자였음을 감안하면 유사한 역할을 맡은 것입니다.

귀엽고 매력적이지만 무책임한 데이지 역의 캐리 멀리건, 근육질의 사나이이지만 비열한 바람둥이인 톰 역의 조엘 에저튼, 그리고 속임수에 능한 골프 선수 조던 역의 엘리자베스 데비키 등의 캐스팅도 원작의 이미지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장르가 다르기에 ‘위대한 개츠비’의 원작 소설과 바즈 루어만의 영화는 차이점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닉이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어 정신 병원을 찾고 정신과 의사의 조언이 개츠비와 데이지의 사랑 이야기의 진상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설정은 영화만의 것입니다. 아무래도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술에 탐닉했으며 아내 젤더가 신경쇠약으로 입원한 것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데이지 앞에서 톰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어두운 면을 들추자 개츠비가 격분하는 장면에서 원작 소설에서는 단지 험악한 표정만이 제시될 뿐이지만 영화에서는 구체적인 대사와 행동이 추가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뺑소니 교통사고로 인해 아내 머틀(아일러 피셔 분)을 잃은 조지(제이슨 클라크 분)를 톰이 충동질하는 것도 원작 소설에서는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몇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지만 영화에서는 압축을 위해 교통사고 직후로 각색했습니다.

개츠비가 살해되는 장면은 원작 소설에서는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시체가 발견되는 장면으로 대신하며 여운을 남기고 독자의 상상에 맡깁니다. 하지만 영화는 구체적이며 시각적인 장르만큼 개츠비가 닉의 전화를 받으려다 살해당한 것으로 직접 제시합니다. 암시적이며 은유적인 원작 소설에 비해 영화는 보다 명쾌한 전개를 선택합니다. 반면 원작 소설에서 개츠비의 불우한 과거와 비참한 몰락을 강조하기 위해 에필로그 형식으로 자세하게 묘사된 개츠비의 장례식과 친아버지의 등장은 영화에서는 생략했습니다. 러닝 타임의 제한 때문입니다.

‘위대한 개츠비’의 한글 자막은 닉과 개츠비가 파티에서 처음 만난 이후 다음 날부터는 곧바로 서로 반말을 사용하는 것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발랄한 분위기로 재해석된 21세기의 오락 영화이며 닉과 개츠비가 30대 전후의 사내들이고 두 사람이 유일한 우정을 쌓는 것을 감안하면 반말로 번역한 시도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위대한 개츠비(원작 소설) - 괴리로 가득해 매력적인 사내, 개츠비

오스트레일리아 - 기시감으로 가득한 잡탕 오락 영화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에이론 2013/05/18 12:06 #

    세세한 분석과 소견에 감탄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이글루스에 이런 블로거가 있었다는 점에 놀랐을 정도였어요.

    링크 추가하고 갑니다. 앞으로도 멋진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 에밀리 2013/05/18 12:45 #

    저두... 글 읽으면서 어제 본 영화가 그대로 살아났네요
    저두 링크 츄가하고 갑니다!
  • 2013/05/19 18:33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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