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에반게리온 Q’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일본에서의 두 차례 관람에 이어 이번 국내 개봉을 통해 한 차례 관람해 ‘에반게리온 Q’를 도합 세 차례 관람했습니다. ‘에반게리온 Q’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역시 앞뒤 맥락 없이 14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관객으로 하여금 극도의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서사와 설정의 극도의 비약일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은 복잡한 설정과 결코 친절하지 않은 설명으로 인해 무수한 궁금증과 다양한 해석, 그리고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그러나 ‘에반게리온 Q’의 불친절함만큼은 TV판과 구극장판, 그리고 두 편의 신극장판에 비교해도 정도가 더욱 심한 것이 사실입니다. 2009년 ‘에반게리온 파’의 개봉 당시 공개했던 예고편조차 부정하는 등 ‘에반게리온 Q’의 개연성 부족을 결코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에반게리온 Q’가 당혹스러운 것은 과연 신지가 초호기 내부에 봉인되어 있었던 14년 동안 과연 무슨 일들이 일어났느냐는 것입니다. 카오루가 약간의 단서와 함께 서드 임팩트의 참상을 알리지만 겐스케, 토우지, 그리고 카지 등 ‘에반게리온 Q’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의 행방을 비롯해 14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났는지 구체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하는 캐릭터는 없습니다.
게다가 신지는 극중에서 서드 임팩트를 일으켜 지구를 파괴하고 무수한 인명을 대량 학살한 전범(戰犯) 취급을 받습니다. 아마도 신지는 주변 인물들의 자신을 향한 냉대보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더욱 갈등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선을 다한 결과 최악을 초래했다는 사실 또한 신지의 자괴감을 배가시킵니다. 레이를 구하겠다는 단순하고도 선한 의도가 최악의 결과를 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신지는 카오루의 설득에 따라 서드 임팩트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리기 위해 에바 13호기에 탑승합니다. 하지만 빌레 소속의 아스카와 창을 바꿔치기한 겐도의 음모를 알아차린 카오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로 두 개의 창을 리리스로부터 뽑다 포스 임팩트까지 발동시킵니다.
신지에 대해 헌신적이며 대가없는 사랑을 표현하며 가장 믿을 만한 친구인 카오루의 만류조차 거부하고 성급하게 두 개의 창을 뽑아든 신지에게는 분명 잘못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춘기 중학생에 불과한 신지의 나이를 감안하면 실수나 시행착오는 성장 과정에서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책임은 중학생에 불과한 신지가 아니라 신지에게 세상을 맡기는 현재의 네르프와 겐도, 그리고 서드 임팩트 이전의 미사토와 리츠코를 비롯한 네르프의 성인들에게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반게리온 Q’에서 겐도의 의중에 따라 후유츠키는 신지와 일본식 장기를 둘 것을 청하며 어머니 유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장면에서 장기 말이 소품으로 두드러지는 것은 겐도가 아들 신지를 인류보완계획의 완성을 위한 장기 말 정도로밖에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에반게리온’을 중학생 신지의 정신적 성장 드라마로 규정한다면 무수한 실수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신지는 성인으로 성장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의 멸망이나 인류 대학살은 은유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에반게리온 Q’를 통해 관객이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철두철미하리만치 신지의 1인칭에 국한되어 전개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에반게리온 Q’는 신지의 1인칭 관점에서 볼 때는 적어도 타당한 작품으로 성립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후속편이자 신극장판 4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는 ‘에반게리온 Q’의 의문들을 어느 정도 해소할 것입니다. 왼쪽 눈이 애꾸가 되어 전투 시 푸르게 빛나는 것이 과연 아스카가 사도에 의해 침식되었기 때문인지 여부 등을 밝히게 될 것입니다. 신지와 아스카가 언급했던 과거의 레이를 계속 의식하는 새로운 레이가 두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인간적으로 변화할 것임을 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총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최종편인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를 통해 신지의 소망대로 14년 전의 세계로 온전하게 되돌리는 평범하고도 행복한 결말을 제시할지 여부는 의문입니다. 안노 히데아키가 지극히 매니악한 ‘에반게리온’을 통해 지속적으로 설파하고자 했던 주제의식은 (오타쿠들에게) ‘현실로 돌아가라’는 교훈적인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변덕스럽기 짝이 없으며 주위의 예상을 배반하는 것을 즐겼던 안노 히데아키는 아마도 과거로의 온전한 회귀도, 세계의 파멸도 아닌 새로운 결말을 제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교훈이 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가 안노 히데아키의 ‘에반게리온’의 마지막 영상 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에반게리온 Q’의 한글 자막은 전반적으로 직역 위주였으며 무난했습니다. 하지만 클라이맥스의 전투 장면에서 아스카가 신지를 ‘がきシンジ’로 부른 것을 다른 자막들과 마찬가지로 ‘꼬마 신지’가 아닌 ‘바보 신지’로 번역한 오류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에 앞서 카오루와의 대화에서 서드 임팩트의 결과 행방불명된 인물들을 신지가 나열할 때 ‘위원장님’으로 번역된 한글 자막은 호라키 히카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일본어 ‘(学級)委員長’을 직역한 오역입니다. ‘회장’ 혹은 ‘히카리’ 정도로 의역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입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Q’ 총력 리뷰
‘에반게리온 Q’ 개연성 부족, 부정 못해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Q’ 공식 팸플릿
[사진] ‘에바 Q’ 상영 중인 TOHO씨네마즈 우메다
[사진] 롯데리아 에반게리온 텀블러 아스카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 총력 리뷰
에반게리온 서 - 신극장판의 영화적 정합성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파’ 총력 리뷰
‘에반게리온 파’ 프리미엄 시사회 관람기
‘에반게리온 파’, ‘엔드 오브 에바’의 흔적
http://twitter.com/tominodijeh
작년 12월 일본에서의 두 차례 관람에 이어 이번 국내 개봉을 통해 한 차례 관람해 ‘에반게리온 Q’를 도합 세 차례 관람했습니다. ‘에반게리온 Q’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역시 앞뒤 맥락 없이 14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관객으로 하여금 극도의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서사와 설정의 극도의 비약일 것입니다.기본적으로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은 복잡한 설정과 결코 친절하지 않은 설명으로 인해 무수한 궁금증과 다양한 해석, 그리고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그러나 ‘에반게리온 Q’의 불친절함만큼은 TV판과 구극장판, 그리고 두 편의 신극장판에 비교해도 정도가 더욱 심한 것이 사실입니다. 2009년 ‘에반게리온 파’의 개봉 당시 공개했던 예고편조차 부정하는 등 ‘에반게리온 Q’의 개연성 부족을 결코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에반게리온 Q’가 당혹스러운 것은 과연 신지가 초호기 내부에 봉인되어 있었던 14년 동안 과연 무슨 일들이 일어났느냐는 것입니다. 카오루가 약간의 단서와 함께 서드 임팩트의 참상을 알리지만 겐스케, 토우지, 그리고 카지 등 ‘에반게리온 Q’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들의 행방을 비롯해 14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났는지 구체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하는 캐릭터는 없습니다.
게다가 신지는 극중에서 서드 임팩트를 일으켜 지구를 파괴하고 무수한 인명을 대량 학살한 전범(戰犯) 취급을 받습니다. 아마도 신지는 주변 인물들의 자신을 향한 냉대보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더욱 갈등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선을 다한 결과 최악을 초래했다는 사실 또한 신지의 자괴감을 배가시킵니다. 레이를 구하겠다는 단순하고도 선한 의도가 최악의 결과를 야기했기 때문입니다.
신지는 카오루의 설득에 따라 서드 임팩트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리기 위해 에바 13호기에 탑승합니다. 하지만 빌레 소속의 아스카와 창을 바꿔치기한 겐도의 음모를 알아차린 카오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로 두 개의 창을 리리스로부터 뽑다 포스 임팩트까지 발동시킵니다.
신지에 대해 헌신적이며 대가없는 사랑을 표현하며 가장 믿을 만한 친구인 카오루의 만류조차 거부하고 성급하게 두 개의 창을 뽑아든 신지에게는 분명 잘못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춘기 중학생에 불과한 신지의 나이를 감안하면 실수나 시행착오는 성장 과정에서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책임은 중학생에 불과한 신지가 아니라 신지에게 세상을 맡기는 현재의 네르프와 겐도, 그리고 서드 임팩트 이전의 미사토와 리츠코를 비롯한 네르프의 성인들에게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반게리온 Q’에서 겐도의 의중에 따라 후유츠키는 신지와 일본식 장기를 둘 것을 청하며 어머니 유이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장면에서 장기 말이 소품으로 두드러지는 것은 겐도가 아들 신지를 인류보완계획의 완성을 위한 장기 말 정도로밖에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에반게리온’을 중학생 신지의 정신적 성장 드라마로 규정한다면 무수한 실수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신지는 성인으로 성장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의 멸망이나 인류 대학살은 은유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에반게리온 Q’를 통해 관객이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는 철두철미하리만치 신지의 1인칭에 국한되어 전개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에반게리온 Q’는 신지의 1인칭 관점에서 볼 때는 적어도 타당한 작품으로 성립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후속편이자 신극장판 4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는 ‘에반게리온 Q’의 의문들을 어느 정도 해소할 것입니다. 왼쪽 눈이 애꾸가 되어 전투 시 푸르게 빛나는 것이 과연 아스카가 사도에 의해 침식되었기 때문인지 여부 등을 밝히게 될 것입니다. 신지와 아스카가 언급했던 과거의 레이를 계속 의식하는 새로운 레이가 두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인간적으로 변화할 것임을 예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총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최종편인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를 통해 신지의 소망대로 14년 전의 세계로 온전하게 되돌리는 평범하고도 행복한 결말을 제시할지 여부는 의문입니다. 안노 히데아키가 지극히 매니악한 ‘에반게리온’을 통해 지속적으로 설파하고자 했던 주제의식은 (오타쿠들에게) ‘현실로 돌아가라’는 교훈적인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변덕스럽기 짝이 없으며 주위의 예상을 배반하는 것을 즐겼던 안노 히데아키는 아마도 과거로의 온전한 회귀도, 세계의 파멸도 아닌 새로운 결말을 제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교훈이 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가 안노 히데아키의 ‘에반게리온’의 마지막 영상 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에반게리온 Q’의 한글 자막은 전반적으로 직역 위주였으며 무난했습니다. 하지만 클라이맥스의 전투 장면에서 아스카가 신지를 ‘がきシンジ’로 부른 것을 다른 자막들과 마찬가지로 ‘꼬마 신지’가 아닌 ‘바보 신지’로 번역한 오류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에 앞서 카오루와의 대화에서 서드 임팩트의 결과 행방불명된 인물들을 신지가 나열할 때 ‘위원장님’으로 번역된 한글 자막은 호라키 히카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일본어 ‘(学級)委員長’을 직역한 오역입니다. ‘회장’ 혹은 ‘히카리’ 정도로 의역하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입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Q’ 총력 리뷰
‘에반게리온 Q’ 개연성 부족, 부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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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서 - 신극장판의 영화적 정합성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파’ 총력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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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witter.com/tominodij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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