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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분노의 추적자 - 압권의 총격전, 전복적 서부극 영화

※ 본 포스팅은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팔려가는 신세였던 흑인 노예 장고(제이미 폭스 분)는 현상금 사냥꾼 슐츠(크리스토프 왈츠 분)에 의해 구출됩니다. 장고와 함께 현상수배자들을 처단하며 실적을 올리던 슐츠는 장고가 헤어진 아내 브룸힐다(케리 워싱턴 분)를 잊지 못하자 구출을 위해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의 농장으로 향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는 과거 30여 편의 서부극의 주인공이었던 장고를 백인이 아닌 흑인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1993년 작 ‘파시’가 흑인 총잡이를 등장시켜 서부극의 전형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타란티노가 서부극의 아이콘과 같은 주인공 장고를 흑인으로 설정한 것은 보다 대담하며 전복적인 시도입니다.

원제 ‘Django Unchained’에서 ‘Unchained’가 의미하듯 장고는 슐츠에 의해 자유인 신분을 얻습니다. 극중에서 장고는 여러 차례 자유인(Freeman)임이 강조되며 흑인 노예들과 달리 말을 타고 다닙니다. 흑인이 말을 탄다는 것이 영화 속 시간적 배경인 남북전쟁 발발 직전의 시기에 얼마나 강력한 의미를 지닌 것인지는 극중의 중요한 상황 반전의 장치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장고’는 흑인이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던 미국의 과거를 생생하게 고발합니다. 주인공 장고의 활약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지만 최근 국내에 개봉 중인 ‘링컨’에 비해 더욱 노예 해방이 얼마나 절실한 결정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장고가 자유인인 것을 알면서도 살해하려는 백인들은 KKK단의 시초로 보이도록 하얀 두건을 집단적으로 착용하고 등장하는데 타란티노는 이들이 얼마나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집단인지 공들여 묘사한 뒤 응징합니다.

영화 시작 1시간여가 지난 뒤 등장하는 악역 캔디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흑인 노예의 두개골과 톱을 꺼내들며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카리스마를 뽐내지만 최종 보스는 캔디가 아니라 캔디의 흑인 집사 스티븐 역의 사무엘 L. 잭슨입니다. 이미 ‘펄프 픽션’과 ‘재키 브라운’ 등 타란티노의 전작에서 엄청난 아우라를 뿜어내던 사무엘 L. 잭슨은 캔디에 비해 훨씬 예리하며 캔디를 조종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캔디와 스티븐의 관계는 마치 아들과 아버지, 즉 부자 관계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두 인물이 맞이하는 최후 또한 캔디는 맥없는 것인 반면 스티븐은 훨씬 강렬하며 결말을 장식합니다. 주인공 장고의 대척점에 스티븐을 둔 것은 흑인의 적은 백인보다 더 사악한 흑인이라는 의미에서 인종적 균형을 맞춘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캔디의 누나인 라라(로라 카요우엣 분)입니다. 미혼 상태인 캔디와 남편을 잃은 라라가 지나치게 친밀해 근친상간 관계처럼 암시됩니다. 식탁에서 브룸힐다의 옷을 벗기며 장고를 떠보려는 캔디와 스티븐의 야만적 행위를 저지하는 인물이 라라로 극중에서 딱히 흑인을 학대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고는 일말의 주저 없이 라라를 살해한다는 점에서 놀랍습니다. 흑인 총잡이가 비무장 상태의 백인 여성을 살해하는 것은 과거 서부극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장면입니다.

라라와 스티븐을 살해하며 복수를 마무리 지은 장고는 대폭발하는 캔디의 저택을 등지고 유유히 브룸힐다에게 돌아옵니다. 브룸힐다가 장고의 뒤에 매달려 한 필의 말에 함께 탑승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말을 타고 갑니다. 게다가 브룸힐다도 라이플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브룸힐다가 자유인의 신분으로 장고의 파트너가 되어 현상금 사냥꾼이 된다는 암시입니다. 인종은 물론 성의 측면에서도 최약자였던 흑인 여성의 진정한 해방을 상징하는 결말입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나치 독일을 희화화했던 타란티노가 ‘장고’에서는 독일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메인 악역이었던 크리스토프 왈츠를 동정심을 지닌 현상금 사냥꾼이자 장고의 스승에 해당하는 독일인 슐츠로 캐스팅했기 때문입니다. 브룸힐다의 이름의 근원이 된 게르만 민족의 지크프리트 신화가 장고의 영웅담에 동기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독일어가 서사 전개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슐츠가 맥주를 즐겨 마시는 것은 독일인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장고와 슐츠는 스승과 제자, 혹은 동료로서 버디 무비의 공식에 충실하지만 타이틀 롤은 장고인 만큼 슐츠는 적당한 선에서 퇴장합니다. 사실 슐츠는 장고의 총잡이로서의 타고난 천재성을 발굴한 것에 불과하며 진정 가르친 것은 사격술이 아니라 사기술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광산으로 팔려가게 될 위기에 빠진 장고가 탈출하는 것은 슐츠가 자신에게 써먹은 일종의 사기술을 답습한 것입니다. 슐츠는 현상금 사냥꾼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치과의사임을 밝히는 치아 모형을 마차 위에 용수철로 장식하고 있는데 기괴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치아 모형은 특수한 용도로 활용됩니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컬럼비아의 로고가 낡은 필름처럼 선명도가 떨어지는 것은 과거의 영화에 바치는 타란티노의 오마주입니다. 여신이 들고 있는 횃불에서 이글거리는 효과음이 나는 것은 극중에서 끊임없이 제시되는 담뱃불과 총구의 화염, 그리고 후반의 다이너마이트 대폭발을 암시합니다. 다이너마이트의 위력을 몸소 입증하는 것은 직접 출연한 감독 타란티노입니다.

그에 앞선 캔디 저택 내부의 클라이맥스 총격전은 압권입니다. 사소한 수다에서 비롯된 자존심 대결이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다 파국을 맞아 정신없는 난사로 이어지는 타란티노 영화 특유의 총격전은 ‘장고’에서 더욱 진보했습니다. 2층 저택 내부의 유혈이 낭자한 총격전이라는 점에서 1983년 작 ‘스카페이스’를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습니다.

사실 과거의 서부극에서 유혈은 비현실적으로 자제되어 왔지만 ‘장고’에서 총탄에 맞은 이들의 육체가 풍선처럼 터지는 연출은 서부극의 전형과는 거리가 매우 먼 대신 타란티노가 사랑하는 또 하나의 장르인 좀비 영화에 가깝습니다. 총격전 장면 중에는 장고의 이름의 머리글자인 ‘D’가 묵음임을 활용하는 우스운 장면도 있습니다. 대신 총격 장면을 제외한 고어 장면은 암시적으로만 제시되어 최소화되었습니다. ‘장고’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재미있어지는 영화입니다.

슐츠와 장고가 비밀무기로 활용하는 소매에서 튀어나오는 권총의 장치는 ‘택시 드라이버’의 오마주로 보입니다. 캔디의 흑인 노예 중에는 짧은 메이드복을 입은 여성도 있는데 일본 만화 및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장고는 그에 앞서 영국의 화가 토마스 게인즈버러의 1770년 작 ‘푸른 옷의 소년’의 파란색 하인 옷을 입고 등장해 웃음을 유발합니다. 엔드 크레딧 이후에는 주인공의 이름을 확인하는 짤막한 장면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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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mic71 2013/03/23 15:23 #

    사실 독일은 노예매매도 식민지 착취도 별로 하지 않았으니까요, 뭐 하고싶은 데 못 한 것 뿐이겠지만.
  • bgimian 2013/03/24 01:39 #

    택시 드라이버 말고도 다른 오마쥬도 더 있는거 같은데 말이죠..음..서부극은 잘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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