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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 의무감에 짓눌린 스필버그 영화

미국 대통령에 재선된 링컨은 남북전쟁의 승기를 잡지만 전쟁 종결 이전에 노예 해방을 규정하는 헌법 수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링컨은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의 급진파까지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합니다.

도리스 컨스 굿윈의 ‘Team of Rivals: The Political Genius of Abraham Lincoln’를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한 ‘링컨’은 남북전쟁 막바지에 노예 해방을 법적으로 완성하려는 링컨의 노력을 묘사합니다. 백악관과 하원을 중심으로 대통령, 하원의원, 로비스트, 군, 언론 등 다양한 행위자들의 좌충우돌을 손에 잡힐 듯이 포착합니다. 1860년대의 시대상을 세트, 의상, 분장 등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합니다.

링컨의 출생이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생애 전반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헌법 수정안 가결을 둘러싸고 의회 정치를 바탕으로 한 삼권 분립의 막전막후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남북전쟁을 볼거리로 제시해 오락성을 추구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스필버그가 우직한 연출을 승부수로 띄운 흔적이 역력합니다.

여야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링컨은 로비스트를 활용해 야당 의원들에게 공직을 제안하며 그것으로 부족하자 직접 찾아다니며 읍소합니다. 정치란 근본적으로 평등사상에 기초해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라는 근본을 잊은 채 타협을 거부하며 힘으로만 밀어붙이려 해 ‘정치’를 실종시킨 21세기 한국의 정치인들은 비좁은 하원 의사당을 논쟁을 통해 난장판으로 만든 19세기 미국의 정치인들만도 못하다는 사실을 ‘링컨’은 새삼 일깨웁니다.

매관매직의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독재자라 비판받았으며 아내와의 사이도 원만하지 못했고 장남의 입대를 막기 위해 강압적인 아버지의 역할을 자임했던 링컨의 어두운 일면들 또한 담아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위인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에 마음을 움직이는 21세기 관객은 드물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링컨의 위대함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링컨의 어두운 일면은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해 위대함을 배가시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할리우드 최고의 감독인 자신이 미국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을 올바르게 묘사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짓눌린 듯 마치 ‘링컨’을 아카데미 시상식용 영화, 혹은 고교 역사 수업 부교재용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완성했습니다.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해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 의도를 분명히 전달하는 링컨의 긴 화법을 롱 테이크로 담아내는 연기는 분명 훌륭하지만 미국인이 아닌 영국인으로서 미국 대통령을 연기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부담감마저 스크린 너머로 전해지는 듯합니다.

어릴 적부터 링컨의 위대함을 교육받으며 자란 미국인 관객들에게는 스크린에 구체화된 링컨의 존재 자체가 감동적이겠지만 미국 역사와 정치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추지 않은 타국의 관객들에게는 난해하고 지루하게 수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로비스트 삼총사가 웃음을 자아내며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전등이 상용화되기 이전의 시대상을 충실하게 재현해 어두운 실내 장면 위주라 지루함을 부채질합니다. 관객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사실성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보다 밝은 조명을 활용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암살당한 링컨의 주위에 불타는 촛불에 생전에 연설하던 링컨의 모습이 오버 랩 되는 결말은 링컨은 죽었지만 그의 사상과 업적은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위인 영화 특유의 교과서적인 연출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작위적이며 진부한 연출입니다. 당시 치열한 내전이 진행 중이었음을 감안하면 대통령과 백악관에 대한 경호가 놀랄 만치 허술했음을 영화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링컨의 불행한 최후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의외로 조연들의 면면이 눈길을 잡아끕니다. 공화당 급진파의 리더 새디어스 스티븐스로 분한 토미 리 존스는 상당한 비중을 부여받으며 막판 반전을 통해 왜 그가 급진파가 되었는지 밝혀집니다. 조셉 고든 레빗, 제임스 스페이더, 존 호크스, 그리고 초반 북군 군인으로 한 장면에 등장하는 데인 드한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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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알퐁스4세 2013/03/19 18:51 #

    영화 속 링컨이 한 일은 매관매직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에 타협이라고 보이진 않습니다. 만일 박그네가 정부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 후보들을 매수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 잠본이 2013/03/19 20:23 #

    우왕 환상적인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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