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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더 자이언트 킬러 - 재능 바닥난 브라이언 싱어 영화

※ 본 포스팅은 ‘잭 더 자이언트 킬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홀아버지가 들려주는 거인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잭(니콜라스 홀트 분)은 우연히 만난 공주 이사벨(엘리너 톰린슨 분)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왕국을 손에 넣으려는 음모를 꾸미는 로더릭(스탠리 투치 분)의 소유물 바법의 콩을 손에 넣은 잭은 실수로 거대한 콩나무를 자라게 합니다.

영국의 대표적 민화 ‘잭과 콩나무’를 재해석해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긴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거인의 침략에 맞서는 농민 출신 소년 잭과 이사벨 공주의 모험을 묘사하는 판타지 영화입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과 ‘호빗’의 제작사 뉴 라인 시네마가 제작에 참여한 판타지 영화라는 점에서 ‘반지의 제왕’ 삼부작 및 ‘호빗’과 세계관과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두 개의 머리를 지닌 거인의 우두머리 팔론의 작은 머리는 ‘반지의 제왕’ 삼부작과 ‘호빗’의 골룸과 닮았습니다.

하늘 위의 도시라는 점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라퓨타’나 영화 ‘아바타’를 연상시킵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나 ‘나니아 연대기’와 같은 판타지 영화도 떠올리게 해 ‘잭 더 자이언트 킬러’의 세계관과 분위기는 그다지 새롭지 않습니다. 콩, 왕관 등 극중에서 사용될 아이템과 시공간적 배경을 설명하는 애니메이션의 작화는 3D 애니메이션 ‘베오울프’와 유사합니다.

출연진 중 가장 유명한 배우인 이완 맥그리거는 충성스런 기사 엘몬트로 등장하는데 그가 로더릭과 맞서 낭떠러지에서 추락 직전의 위기에 몰리다 반격하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결투 장면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협’에서 이완 맥그리거가 분한 오비완 캐노비가 다스 몰과 최후의 대결을 펼치는 장면의 오마주로 보입니다. 온갖 서브 컬처에 열광적인 브라이언 싱어의 성향을 감안하면 애당초 이완 맥그리거를 기사로 캐스팅한 것부터 ‘스타워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는 했습니다.

국내에서 12세 관람가 판정이 말해주듯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좋게 말하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말랑말랑한 오락 영화입니다. 멜러와 액션을 앞세우지만 갑작스레 부쩍 자라 하늘 길을 여는 콩나무의 인상적인 비주얼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평범합니다. 진정한 주인공은 잭도, 거인도 아닌 콩나무로 보일 정도입니다. 후반부 공성전 장면에 잠시 등장해 화살을 연사하는 기계는 인상적인데 양산되었다면 거인을 물리치는 것은 물론 전 세계를 정복하는 것도 가능했을 듯합니다.

콩나무를 만드는 콩과 함께 가장 중요한 소품인 거인을 통제하는 전설 속 왕관은 당연히 잭의 것이 됩니다. 그에 앞서 이사벨의 아버지인 브람웰 국왕(이안 맥쉐인 분)이 거인들로부터 도주 도중 왕관을 잃는 것은 왕관, 즉 왕이 두 개일 수 없으며 새로운 국왕이 탄생할 것이라는 암시합니다. 시간적 배경을 현재로 옮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은 유심히 전시된 왕관을 관찰하며 미소 짓는데 소년이 지닌 숄더백은 로더릭이 전설 속 왕관을 보관했던 숄더백과 유사합니다.

딸을 찬탈자에 맡기려한 과오를 저질렀지만 백성을 지키기 위해 외동딸을 포기하는 선택은 인상적입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서 기존의 국왕을 어리석고 무기력한 인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그 같은 진부한 설정에 함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귀족과 평민의 계급 차, 인육 섭취를 즐기는 거인의 지저분함과 기괴함, 서사에 수반될 수밖에 없는 고어 등의 요소들을 가볍게 묘사하거나 생략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술한 요소들은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라 깊숙이 파고들어 보다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블랙 유머를 강조하는 성인용 판타지가 되었다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모험담을 즐겨 모험을 동경했으며 사랑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각각 잃었다는 점에서 잭과 이사벨은 동질적인 인물로 묘사되지만 두 사람의 로맨스가 아무런 경쟁자도 쉽게 성사되는 것은 맥 빠집니다. 이사벨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정혼자로 내정된 로더릭조차 무관심합니다. 차라리 잭과 이사벨, 그리고 엘몬트의 삼각관계를 앞세웠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1995년 ‘유주얼 서스펙트’를 앞세워 만 30세의 나이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브라이언 싱어의 감독으로서의 능력은 이제 바닥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 편의 ‘엑스맨’ 이후 ‘슈퍼맨 리턴즈’와 ‘작전명 발키리’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작전명 발키리’ 이후 5년 만에 직접 연출한 ‘잭 더 자이언트 킬러’는 잭이 습득하는 타원형 구슬을 맥거핀으로 활용해 예민한 관객을 농락한 것 외에는 참신함이 없었습니다. 재기 넘치던 젊은 감독이 제작에 재능을 낭비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평범한 오락 영화 감독으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슈퍼맨 리턴즈 - 슈퍼 히어로의 귀환
슈퍼맨 리턴즈 - IMAX DMR 3D
작전명 발키리 - 긴박하지만 임팩트 없는 스릴러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2013/03/06 19:58 # 삭제

    맥거핀이아니라 동화에서 잭이 훔쳐오는 황금알과 황금하프를 표현한거죠
    나중에 구전으로 잭의 모험담이 변형되는 과정도 나오잖아요
    콩이 딱 세개가 된다든가 잭을 혼낸게 삼촌이아니라 엄마가 된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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