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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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 - 정교하고 아름다우며 매혹적 영화

※ 본 포스팅은 ‘스토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어머니 에블린(니콜 키드만 분)과 외동딸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 분) 단둘이 살게 된 스토커 가문의 집에 삼촌 찰리(매튜 구드 분)가 찾아와 머물게 됩니다. 찰리는 인디아에 접근하지만 인디아는 찰리를 거부합니다.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는 어머니와 딸, 그리고 삼촌이 미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연쇄살인극을 묘사하는 호러 스릴러입니다. 제목 ‘스토커’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 등장인물들의 성(姓) ‘스토커(Stoker)’를 뜻합니다. 인디아는 사냥을 즐겼던 아버지와 살인을 즐기는 삼촌 찰리의 영향으로 인해 라이플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살인마로 탄생합니다. 스토커 가문이 살인자를 대물림하게 된 것입니다. 둘째, 어린 시절부터 인디아에 과도하게 집착했던 찰리가 스토커(stalker)였음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스토커(Stoker)와 발음이 거의 유사한 제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블린과 인디아는 찰리를 중심으로 삼각관계를 이루지만 그에 앞서 가장 리차드(더못 멀로니 분)를 두고서도 아내 에블린과 딸 인디아가 반목했음을 암시하기에 에블린과 인디아의 대립 구도는 오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근친상간, 일렉트라 콤플렉스, 롤리타 콤플렉스, 그리고 가족이 뒤얽히는 고어를 수반한 스릴러라는 점에서는 ‘올드보이’를 연상시킵니다. 인디아는 침대 위에서 팔다리를 흔들며 날갯짓을 하는데 이는 찰리의 어린 시절과 연결되어 찰리와 인디아가 기질적으로 빼닮았음을 암시합니다. 어린 찰리와 인디아의 날갯짓은 천사를 연상시킴과 동시에 ‘올드보이’의 소품이었던 천사의 날개를 떠올리게 합니다. 오직 선만을 행하는 순진무구한 존재인 천사를 역설적으로 연쇄살인마의 상징으로 활용한 것도 이채롭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이며 소녀가 주인공인 만큼 ‘스토커’의 고어의 수위는 ‘올드보이’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인디아의 움직임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오프닝 크레딧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오프닝 크레딧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인디아의 18세 생일 케이크와 박찬욱 감독의 영문 이름인데 박찬욱 감독의 복수 삼부작의 대미를 장식했던 ‘친절한 금자씨’에 등장한 케이크를 연상시킵니다. 오프닝 크레딧에서 인디아가 흐트러뜨린 테니스공은 정원에 시체를 암매장한 뒤 세운 비석과 같은 커다란 둥근 돌과 연결됩니다.

찰리가 인디아를 위해 준비한 18세 생일 선물 하이힐은 이전까지 선물했던 옥스퍼드화와 대비됩니다. 옥스퍼드화는 미성년, 즉 소녀를 암시했다면 하이힐은 성인, 즉 여자가 되었음을 암시하는 소품입니다. 인디아는 성인이 된 후 본격적으로 연쇄살인 행각에 나섭니다.

찰리가 인디아의 발에 신발을 집어넣는 것은 ‘신데렐라’를 암시함과 동시에 섹스를 연상시킵니다. 인디아가 받은 또 다른 선물인 열쇠 또한 열쇠구멍에 집어넣어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는 점에서 섹스를 암시합니다. 찰리와 피아노를 합주하며 인디아는 성적 흥분을 느낍니다. 피아노 합주 또한 섹스를 암시합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호러 영화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1960년 작 ‘사이코’와 브라이언 드 팔마의 1978년 작 ‘캐리’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스토커’에서 인디아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인디아의 살인 멘토가 되는 찰리는 ‘사이코’의 살인마 노먼 베이츠와 외모 및 분위기가 흡사합니다. 늘씬한 체구와 잘 생긴 외모, 광기를 담은 큰 눈, 우아한 분위기, 차분함을 잃지 않는 조곤조곤한 말투, 살인을 통해 쾌감을 얻는 연쇄살인마라는 점에서 찰리는 ‘사이코’의 노먼을 그대로 가져온 듯합니다. 매튜 구드의 분장과 의상 또한 ‘사이코’에서 노먼을 열연한 안소니 퍼킨스와 흡사합니다.

‘사이코’의 명장면일 뿐만 아니라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장면이기도 한 샤워 장면도 오마주합니다. 인디아는 찰리와 함께 첫 번째 살인을 경험한 이후 흥분을 참지 못해 샤워를 하며 자위행위를 합니다. ‘사이코’의 초반 등장하는 선글라스를 착용한 고압적 인상의 경찰의 얼굴 클로즈업은 ‘스토커’에서는 서두와 연결되는 결말의 수미상관 장면에서 오마주되었습니다. 공간적 배경이 한적한 도로라는 점에서도 동일합니다. 박찬욱 감독의 히치콕에 대한 무한한 경의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왕따 소녀가 살인마로 돌변하는 서사 구조는 ‘캐리’를 연상시킵니다. 인디아가 비에 흠뻑 젖어 물이 뚝뚝 듣는 모습은 ‘캐리’의 가장 유명한 장면인 돼지피를 뒤집어 쓴 캐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두 장면 모두 소녀가 살인마로 돌변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다소 뿌연 영상의 톤 또한 1970년대 호러 영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스토커’의 가장 큰 매력은 단 한 장면도 대충 연출하지 않은 박찬욱 감독의 장인정신을 완벽하게 체감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테면 고모를 살해하는 찰리의 살인 행각이 처음으로 묘사되는 공중전화박스 장면에서 TV에서는 독수리가 가족을 살해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는 등 힘이 넘치는 교차 편집을 제시합니다. 카메라 워킹, 배우의 동선, 미장센, 편집, 의상, 소품, 세트, 음악, 편집 등은 하나하나 꼼꼼하게 뜯어볼 가치가 충분할 정도로 치밀하고 아름다우며 매혹적입니다. 99분의 짧은 러닝 타임 동안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인디아와 찰리의 관계가 중심이기에 에블린 역의 니콜 키드만의 비중은 많지 않습니다. 니콜 키드만은 노출이 없지만 의외로 미아 바시코브스카의 노출 장면이 있습니다. 제작자로 리들리 스콧과 고 토니 스콧이 참여했으며 스콧 형제의 제작사 스콧 프리의 로고는 엔드 크레딧 이후 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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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남선북마 2013/03/04 01:48 #

    정말 엄청난 양의 은유가 영화에 숨어있네요.. 이 포스팅에서 새로 알고가는것 만해도 몇개야..
  • 솔다 2013/03/10 05:07 #

    오.............보러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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