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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남친 - 동성애와 민주화 운동, 의외의 대만 영화 영화

※ 본 포스팅은 ‘여친 남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85년 대만 가오슝에 살고 있는 여고생 메이바오(계륜미 분)는 수영 선수 리암(장효전 분)과 가까운 사이이지만 교지 편집 과정에서 감독관에 저항하는 아론(봉소악 분)과 사귀게 됩니다. 세 사람의 인연은 대학 시절을 거쳐 사회에 나간 뒤에도 이어집니다.

양아체 감독의 2012년 작 ‘여친 남친’은 세 젊은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묘사한 청춘 영화입니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30여 년 동안 지속된 세 주인공의 인연은 대를 넘어서도 이어지기에 질긴 인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의 교복, 1980년대의 부츠 컷 진, 1990년대의 휴대 전화, 2010년대의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대변하는 소품들을 통해 세월의 흐름을 대변합니다. 초반부에 제시되는 1970년대의 답답한 무채색의 교복과 2010년대의 화사한 하늘색 교복만 비교해도 ‘여친 남친’이 긴 세월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친 남친’은 두 가지의 측면에서 의외의 요소로 승부하며 평범한 멜러 영화에 머물기를 거부합니다. 첫 번째는 학생 운동입니다. 고교 시절부터 세 주인공은 국민당 독재의 상징이자 정권의 주구인 학교 감독관에게 저항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세 주인공이 재학했던 고등학교가 가오슝에 실재하는 ‘中正高中’라는 사실입니다. ‘중정(中正)’은 국민당을 이끈 독재자 장제스의 호인데 감독관이 상주하며 교지마저 검열하는 고등학교의 이름으로 활용된 것은 분명 의도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학생들이 춤을 추는 축제와도 같은 평화적인 시위 장면은 ‘여친 남친’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오프닝의 ‘반바지 시위’ 장면과도 직결됩니다. 세 주인공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학생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두 번째 의외의 요소는 동성애입니다. 리암이 대학 시절 동성애에 눈뜬 이후 세 주인공의 연애 관계는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합니다. 단순히 메이바오를 놓고 리암과 아론이 다투는 것이 아니라 리암이 아론에게도 미묘한 감정을 품는 것으로 암시됩니다. 새로운 남자 연인을 만든 리암은 양성애자로 묘사됩니다. 동성 결혼식 피로연 장면도 제시됩니다. 동성애 묘사로 인해 ‘여친 남친’은 국내에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친 남친’의 국민당 독재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동성애에 대한 긍정은 자유에 대한 갈망과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동일한 진보적 맥락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각관계, 학생 운동, 동성애, 성장, 섹스, 자유, 죽음,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액자 구성 등의 요소를 아우른 청춘 영화라는 점에서는 트란 안 홍이 영화화해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았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극중에서는 일본어 대사가 곳곳에서 사용되었습니다. 한국어 대사 ‘사랑해요’도 한 마디 삽입되었지만 어색한 발음으로 인해 마치 ‘차랑해요’처럼 들립니다.

‘여친 남친’의 가장 큰 약점은 서사와 설정에 공백이 많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세 주인공은 부모에 대해 거의 묘사가 되지 않아 허공에 붕 뜬 듯합니다. 특히 아론과 메이바오의 부모는 어떤 사람인지 설명이 거의 없습니다. 기성세대와의 단절을 통해 독립적인 청춘을 묘사하고픈 의도였을 수도 있지만 미성년자인 고교 시절에 부모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전반적인 등장인물 설정이 허술하다는 인상을 제공하기에 충분합니다.

리암이 일시적인 분노를 견디지 못해 갑작스레 동성애자가 되는 것이나 메이바오가 아론에게 결별을 선언해놓고도 시간이 지난 뒤 아론과 불륜을 맺는 것 또한 어색합니다. 무엇보다 아론이 메이바오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고도 이별 이후에 전혀 등장하지 않아 궁금증을 남깁니다. 서사의 세 축 중 하나인 아론을 단지 감정 이입이 불가능한 ‘나쁜 놈’으로 만든 것입니다.

열정적으로 세상을 바꾸려했던 세 주인공이 결과적으로 모두 불륜에 매달리며 불행에 빠지게 된 근본적인 허무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또한 설명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시선을 돌려 ‘자기 자신’과 ‘개인’으로 침잠해버리며 깎여나간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여친 남친’은 등장인물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중반 이후부터 음악과 함께 한껏 멋을 부린 영상에만 의존하는 뮤직비디오로 전락하며 서사의 상당한 공백을 그대로 방치합니다. 영화란 선남선녀 배우를 아름다운 화면 안에 밀어 넣기만 하면 성립되는 것이 아닙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과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를 통해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계륜미는 1983년생으로 만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이기에 고교생 분장은 어색하지만 실제 나이에 가까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영화 후반부에서는 때가 묻지 않은 여전한 미모를 자랑합니다. 계륜미에게도 베드신이 주어지지만 결코 노출은 없습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2013/03/10 15:20 # 삭제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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