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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리의 꿈 - 불친절하고 지루하다 애니메이션

※ 본 포스팅은 ‘부도리의 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여동생 네리와 함께 산 속에 살던 소년 부도리는 이상 기후로 기근이 닥쳐 부모와 결별하고 여동생 네리마저 의문의 사나이 코토리에게 빼앗깁니다. 부도리는 붉은 수염의 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지내다 공부에 뜻을 품고 도시 이하토부로 향해 쿠보 박사를 만나게 됩니다.

일본의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가 1932년 발표한 동화를 노장 스기이 기사부로가 각본 및 연출을 맡은 ‘부도리의 꿈’(원제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은 자연 재해를 통해 가족을 잃은 소년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또 다른 재해를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내용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입니다.

국내에는 수입사가 더빙판의 경우 10분 정도를 삭제 개봉해 논란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감독판’이라는 이름으로 상영 중인 자막판의 경우 삭제되지 않은 온전한 버전이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줄거리로 수렴되지 못하고 따로따로 놀아 분절적입니다. 암전이 지나치게 자주 삽입되어 서사의 흐름이 툭툭 끊기는 것을 부채질합니다.

개별 장면의 호흡도 길어 지루합니다. 108분의 러닝 타임은 절대적인 관점에서 결코 긴 것은 아니지만 ‘부도리의 꿈’은 매우 길게 느껴집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의 연관성을 밀접하게 보완하고 개별 장면의 호흡을 짧게 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특정 장면을 수입사가 들어낸다고 나아질 수 있는 서사가 아니며 총체적인 약점이 엿보입니다.

서사도 불친절합니다. 부도리의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못해 산만합니다. 왜 부도리가 꿈이 아닌 현실에서 동생을 찾아 나서지 않는 것인지, 왜 꿈과 현실을 통틀어 집을 떠나 먹을 것을 찾으러 나간 부모를 찾지 않는 것인지 의문을 자아냅니다. 미야자와 겐지의 원작과 달리 동생을 데려간 코토리가 실은 죽음의 신, 혹은 저승사자였으며 동생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암시되었음이 결말의 부도리의 희생 장면에서 코토리의 대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이해하기 쉬운 서사와 연출은 분명 아닙니다.

무엇보다 작품의 주제 의식을 제시하며 관객의 감동을 유발하고 눈물샘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시각적으로도 압권이 될 수 있는 화산에서의 부도리의 희생 장면을 몇 개의 컷만으로 암시적으로 제시하는 데 그친 것은 허전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에 앞서 부도리의 희생을 암시하는 첫 번째 화산 장면의 연출 또한 화려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지 못해 썰렁합니다.

부도리가 변변한 친구조차 없고 쿠보 박사나 펜넨 소장을 비롯한 이하토부의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강한 유대 관계를 맺은 것인지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기에 도시를 지키기 위해 화산에 몸을 던져 자기희생을 선택하는 결말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숭고한 것으로 부추기는 일본 특유의 무사도나 집단주의의 혐의가 ‘부도리의 꿈’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작중에서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부도리가 나이를 먹는 모습이 거의 제시되지 않은 것도 어색합니다. 캐릭터 디자인의 아쉬움은 또 있습니다. 주인공 부도리가 입이 작아 표정이 제한적이어서 ‘연기’가 뻣뻣합니다. 비단 공장주와 붉은 수염, 그리고 펜넨 소장이 모두 뚱뚱한 고양이라 캐릭터 디자인이 엇비슷한 것도 아쉽습니다.

스팀펑크의 요소는 인상적이지만 부도리의 꿈에 등장하는 도시의 경우 배경 CG가 부자연스러워 이질적입니다. 오프코스의 보컬 오다 카즈마사의 주제가 ‘태어나는 아이들을 위해’의 가사에서 드러나듯 어린이 관객에게 희생을 강조하는 교훈을 주입하기 위한 연출 의도를 엿보이지만 작품의 분위기가 기괴한 것 또한 약점입니다.

기차 장면이 삽입되어 미야자와 겐지가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를 제공한 ‘은하철도의 밤’의 원작자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이상 기후로 인해 기근이 닥치며 세계가 멸망할 듯한 황량한 전반부의 분위기와 희생을 소재로 한 로드 무비의 요소는 코맥 매카시의 소설로 영화화된 바 있는 ‘로드’를 연상시킵니다. 부도리는 오구리 슌, 부도리의 어머니는 쿠사카리 타미요, 코토리는 사사키 쿠라노스케 등 낯익은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습니다.

‘부도리의 꿈’ 더빙판 10분 삭제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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