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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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악 디렉터스 컷 - 철두철미하며 지적인 스릴러 영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경찰 데이브 토스키(마크 러팔로 분), 신문기자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 시사만화가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 분)가 집요하게 파헤칩니다. 하지만 용의자 확보에도 불구하고 긴 세월의 수사 및 조사는 물거품이 됩니다.

‘조디악 디렉터스 컷’은 2007년 극장에 개봉된 ‘조디악’에서 5분을 추가한 162분의 러닝 타임으로 재편집되었습니다. ‘조디악’을 자칭하는 살인범이 베리에사 호수에서 데이트 중인 커플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를 때 피해 여성인 세실리아(펠 제임스 분)를 난자하는 장면 등의 편집이 극장판과는 다소 다릅니다.

데이빗 핀처에 세계적인 명성을 안긴 걸작 스릴러로 1995년에 개봉된 ‘세븐’과 2007년 작 ‘조디악’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2003년 작 ‘살인의 추억’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세븐’은 실재했던 ‘조디악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데이빗 핀처는 ‘세븐’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가 ‘조디악’을 연출한 것입니다. 연쇄살인범의 동기가 종교적인 것이 포함된 것으로 유추되며 두 작품 모두 조용한 말투를 통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통통한 체형의 대머리 중년 사내가 용의자라는 점에서 ‘세븐’과 ‘조디악’은 동일합니다. 치밀한 성격에 자신이 진범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암시하는 점도 비슷합니다.

살인의 추억’은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라는 점에서 개봉 당시 ‘세븐’에 비견되기도 했습니다. ‘살인의 추억’과 ‘조디악’은 나라 전체를 뒤흔든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며 끝내 범인이 검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은 용의자의 눈을 보면 범인인지 알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클라이맥스의 터널 앞 장면에서 박두만은 유력한 용의자 박현규(박해일 분)의 두 눈을 한참 뚫어져라 보지만 범인이라 확신하지 못합니다. ‘조디악’의 결말에서 그레이스미스가 유력한 용의자 아서 리 앨런(존 캐롤 린치 분)이 근무하는 상점을 찾아가 한참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장면은 ‘살인의 추억’의 클라이맥스와 매우 흡사합니다. ‘세븐’, ‘살인의 추억’, ‘조디악’으로 이어지는 연관성은 자못 흥미롭습니다.

결과적으로 범인을 잡지 못하기에 ‘조디악’은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극중에서 토스키와 그레이스미스가 처음 만나는 장소는 돈 시겔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1971년 작 ‘더티 해리’가 개봉되는 극장입니다. ‘더티 해리’는 경찰에 의해 범인이 응징되는 시원한 결말의 영화이지만 조디악 사건과 그에 기초한 영화 ‘조디악’은 결코 범인을 색출하지 못해 찜찜한 감을 남깁니다.

경찰과 기자가 포기한 수사 및 조사를 만화가가 끝까지 붙잡아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진 것 또한 역설적입니다. 타인에 의해 업무 혹은 임무가 주어지는 경찰 및 기자와 달리 만화가는 자신의 자유의사에 의해 조사를 시작해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대비됩니다.

‘조디악’에서 묘사되는 살인 장면은 초반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실화에 기초해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살인 장면이 관객에 자극적인 눈요깃거리로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반부 이후에는 살인 장면이 없으며 긴 러닝 타임까지 지루하게 수용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 및 조사하는 인물들이 피폐해져가는 변화를 통해 당시 조디악 사건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수사 및 조사하는 이들의 고통에 비해 피해자(생존자)와 유가족의 고통은 더욱 심각했음을 유추하는 것 또한 연출 의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단서와 용의자를 확보하는 과정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춘다면 ‘조디악’은 매우 지적인 스릴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약 30여년의 세월을 다루고 있는 만큼 극중에서 묘사되는 시대상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데이빗 핀처 특유의 철두철미함이 반영된 의상, 분장, 소품, 그리고 배경 음악 등을 통해 미국 사회의 변화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원한 관계도 없는 무고한 이들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 언론을 활용해 자신의 범행을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끌어올리며 대중의 공포심을 극대화시킨 것은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인간소외를 유발하는 대도시라는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조디악 사건을 조사하다 주정뱅이로 망가지는 기자 폴 에이브리로 분했습니다. 그가 약물에 중독되었던 과거와 ‘셜록 홈즈’에서 타이틀 롤 사립 탐정 셜록 홈즈를 맡게 되는 미래를 동시에 암시하는 듯합니다.

‘조디악 디렉터스 컷’의 블루레이는 압도적인 화질이 두드러지는 영화 본편과 약 220분이 넘는 엄청난 분량의 부가 영상을 자랑합니다. 특히 부가 영상에는 조디악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들은 물론이고 살인범으로부터 끔찍한 범행을 당하고도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인터뷰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블루레이의 레퍼런스로 주저 없이 손꼽을 수 있는 ‘조디악 디렉터스 컷’이 충실한 한글자막과 함께 국내에 정식 발매되기를 기대합니다.

조디악 -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블루레이 지름] ‘조디악 디렉터스 컷’ 일본판

에이리언3 - 에이리언보다 무서운 죽음의 자본
세븐 - 음울한 도시가 진범(眞犯)인 걸작 스릴러
파이트 클럽 - 우리는 세상의 쓰레기다
조디악 -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소셜 네트워크 - 최연소 억만장자의 역설적 인간관계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빠른 전개 강점인 데이빗 핀처의 ‘007’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EASYRAD 2013/02/03 12:04 #

    친구한테 보러가자고 해서 같이 갔다가
    한 소리 들었던 영화로군요 ㅎㅎ
  • ㅎㅎ 2013/02/03 13:28 # 삭제

    영화관가서 피곤해서 졸았던 기억이나네요
  • ... 2013/02/03 18:15 # 삭제

    최고 반열에 드는 범죄 영화지요.

    일류 감독은 살인 장면도 참 잔인하게 잘 만든다는 것을 느꼈고요.

    고어 같은 끔찍함이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참 섬뜩했습니다.

  • 둘기봉 2013/07/08 21:55 # 삭제

    굉장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긴 러닝타임은 많은 의미를 가집니다. 영화가 다룬 이 미제사건에서 시간이란 매우 중요한 요소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사자들의 삶이 변하고 사건의 온도가 떨어져가는 그럼에도 여전히 누군가에겐 생생한 악몽인것..이십년이 훨씬넘는 디제시스적 시간의 의미를 한시간 반으로 담았으면 실제 사건이 가지는 긴 시간적 의미를 상실했겠죠. 긴 런닝타임에 엉덩이가 들썩이고 영화에 집중이 딸어져가는것 그 자체가 영화적 의미가 있습니다. 절대 담을 내용이 많아서 긴 영화가 아닙니다. 반복적 서사가 상당부분 있고 비중이 떨어지는 서브플롯도 많이서 줄이고자 하먄 한시간반 줄이기 정말 쉬운영화죠..이 영화는 반드시 런닝타임이 길어야 하기때문에 긴 영화입니다. 이런점을 이해하면 더 좋은 감상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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