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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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 - 톰 크루즈와 하드보일드의 부조화 영화

※ 본 포스팅은 ‘잭 리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의 야구장 PNC파크 입구에서 백주대낮에 5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저격당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은 지문 감식을 통해 이라크 파병 저격수 출신의 제임스 바(조세프 시코라 분)를 검거합니다. 하지만 제임스는 진술을 거부한 채 전직 군 수사관 잭 리처(톰 크루즈 분)를 불러달라고 요구합니다.

리 차일드의 소설 ‘원 샷’을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영화화한 ‘잭 리처’는 총기난사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음모를 파헤치는 전직 군 수사관 잭과 유능한 여성 변호사 헬렌(로자먼드 파이크 분)의 활약을 묘사하는 하드보일드 스릴러입니다. 저격범의 실체를 밝히는 초반부까지는 상당한 속도감을 유지하지만 중반 이후 진범이 밝혀지면서 속도감이 떨어지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결말을 향해 치닫습니다.

‘잭 리처’에서 액션의 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톰 크루즈는 ‘본 시리즈’ 이후 대세가 된 팔꿈치와 무릎을 주로 사용하는 실전격투기 액션을 선보이며 중반까지 총기의 사용을 자제합니다. 그가 분한 주인공 잭이 단순한 총잡이가 아니라 맨몸으로 싸우는 격투에도 능한 터프 가이임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후반부에 처음 등장한 후 상당한 비중을 부여받는 사격장 주인이자 퇴역 군인 캐시로 분한 노배우 로버트 듀발 분의 출연 이후 톰 크루즈는 드디어 총을 붙잡게 됩니다. 의지할 만한 조력자의 등장으로 주인공의 봉인이 풀리게 되는 셈입니다. 캐시가 잭의 사격을 지켜보는 사이 두 사람 뒤 먼발치에서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 마치 잭이 뒤에서 습격당할 듯한 장면이 잠시 제시되어 예민한 관객을 자극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감독의 장난기어린 연출은 흥미롭습니다.

버디 무비의 공식대로 잭은 캐시와 힘을 합쳐 악당들을 일망타진합니다. 잭은 헬렌에게 캐시를 가리키며 ‘저렇게 늙을까 두렵다’고 언급하지만 역설적으로 톰 크루즈가 배우로서 로버트 듀발처럼 늙어가고 싶다는 장래 희망과 경의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로버트 듀발과 대비되는 악역을 맡은 것은 최종 흑막 젝을 연기한 노장 베르너 헤어조그입니다. 감독이자 배우로서 유럽 영화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인 베르너 헤어조그는 출연 장면은 많지 않지만 으스스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유쾌한 로버트 듀발의 대척점을 차지합니다. 영화 전반의 하드보일드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베르너 헤어조그이며 그가 맡은 젝을 주인공 잭이 응징하는 결말은 법보다는 폭력에 의해 정의를 실현한다는 주제의식을 선명히 부각시킵니다. 로버트 듀발과 베르너 헤어조그, 두 노익장의 연기 대결은 인상적입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외딴 채석장에서 펼쳐지는 클라이맥스의 저격 대결에서는 총소리가 상당히 강렬합니다. 그에 앞서 잭이 붉은색 카마로에 탑승해 굉음을 울리며 물고물리는 자동차 추격 장면을 연출하는데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드라이브’를 연상시킵니다. ‘드라이브’와 ‘잭 리처’ 모두 영웅적이면서도 고독한 주인공을 묘사하는 서부극의 서사와 구도를 따온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잭 리처’는 잇단 참혹한 총기난사사건과 그로 인해 집권 2기에 돌입하는 취임식장에서 총기를 규제하겠다고 밝힌 민주당 출신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을 떠올리게 합니다. 극중에서 ‘(미국) 경찰은 민주당을 찍지 않으며 캐딜락을 타지 않고 자가용으로 미행하지 않는다’는 대사와 기묘하게 오버랩 됩니다. 이라크 전쟁의 후유증까지 다루며 ‘잭 리처’는 나름대로 미국 사회의 세태를 반영하려 하지만 총기류가 지배하는 액션 영화를 바탕으로 전 세계 영화 시장을 장악해 총기 자유화의 수혜자인 할리우드의 현실과 결과적으로 총에 의존하는 주인공 잭과 상치됩니다.

‘잭 리처’의 가장 아쉬운 점은 50대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킬러 스마일(Killer Smile)을 자랑하며 왜소한 체구와 선이 가는 톰 크루즈의 이미지와 영화의 하드보일드 분위기가 부조화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헬렌이 인질로 잡히자 잭은 킬러 찰리(자이 코트니 분)와 통화하며 선전포고하는데 전화를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무려 세 번이나 연속으로 걸고 헬렌으로부터 ‘당신을 믿어요’라는 다짐을 받는 것은 무슨 일이든 매끄럽게 해내고야 마는 톰 크루즈 주연의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하드보일드와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톰 크루즈는 ‘콜래트럴’에서 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해 비열한 악역 킬러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에도 참여한 ‘잭 리처’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정의감과 폭력에 의존하는 타이틀 롤로 분한 것은 ‘콜래트럴’보다 더욱 어울리지 않습니다. 잭과 헬렌의 키스 장면을 제시하지 않으며 하드보일드 분위기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차라리 키스 장면을 삽입하고 잭이 찰리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을 한 번으로 줄이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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