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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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 사랑의 힘으로 구원받다

대문호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집필했으며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 된 ‘파우스트’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석학 파우스트는 1부에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고 순진한 소녀 그레트헨과 사랑에 빠지며 2부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세계로 들어가 여신 헬레나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고 권력을 손에 쥐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시적인 대사로 이루어진 희곡의 형태를 갖춘 ‘파우스트’는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판타지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상상력에 기초한 작품입니다. 다양한 판본으로 존재했던 중세의 떠돌이 학자 파우스트의 전설을 괴테가 집대성했습니다. 오랜 기간을 두고 집필한 필생의 작품이었던 만큼 등장인물의 숫자가 많고 다소 산만한 것도 사실이지만 비교적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종교, 신화, 사랑, 구원, 죽음 등 인간 사회의 모든 영역을 다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괴테가 24세였던 1773년에 집필하기 시작해 59세가 된 1808년에 출간된 ‘파우스트’ 1부에서 파우스트는 진리를 탐구하다 지쳐 자살을 꾀하려다 천사들의 합창에서 삶에 대한 희망을 다시 찾습니다. 이후 메피스토펠레스와 피의 계약을 맺어 젊음을 얻고 사랑에 빠집니다.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매우 관능적인 1부는 철저한 사랑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파우스트는 악마의 힘을 빌려 젊음을 얻었지만 그레트헨의 감정까지 메피스토펠레스가 조작한 것은 아니기에 파우스트와 그레트헨의 사랑은 진정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의 오빠 발렌틴을 살해하며 그레트헨은 어머니를 독살합니다. 두 남녀 사이에서는 사생아가 태어나지만 그레트헨이 익사시키는 것으로 암시될 정도로 비극적입니다. 하지만 2부의 결말에서 파우스트는 속죄한 그레트헨에 의해 구원받습니다. 1부와 달리 2부에 등장하는 부분은 매우 적지만 그레트헨은 작품 전체를 좌우하는 등장인물이며 그만큼 사랑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최근 국내에 개봉 중인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영화 ‘파우스트’가 바로 1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입니다. 파우스트의 조수 바그너가 창조한 시험관 속 인조인간 호문쿨루스 외에는 원작 2부의 요소는 영화가 거의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괴테의 원작에서는 메피스토펠레스가 삽살개로 변신해 파우스트에 접근하지만 영화에서는 전당포 주인으로 등장합니다. 영화에서는 초반에 파우스트가 인체를 해부하는 것으로 진리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며 아들에 인색한 파우스트의 아버지도 직접 등장하지만 원작에서는 이 같은 부분은 제시되지 않습니다. 신에 의한 구원으로 마무리되는 원작과 달리 파우스트가 독자적인 ‘인간의 길’을 찾아나서는 영화의 결말은 상당히 다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소녀 그레트헨에 대한 갈망이나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혼돈을 묘사했다는 점에서는 영화가 괴테의 원작을 훌륭히 해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작 1부의 ‘정원’에서 파우스트와 그레트헨, 그리고 메피스토펠레스와 마르테가 각기 짝을 지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영화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았으나 현대 영화의 교차 편집을 연상시킬 정도로 세련미가 돋보입니다.

한편 1부에 앞서 ‘무대에서의 서연(序演)’에서는 극단의 단장과 시인, 그리고 어릿광대가 등장해 논쟁을 벌입니다. 흥행, 즉 돈을 추구하는 단장과 작품성을 추구하는 시인의 갈등, 그리고 사변적인 시인과 행동적인 어릿광대의 갈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극이 완성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세 주체의 갈등에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극작가였던 괴테의 고뇌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걸작을 완성시키기 위해 내적 고통에 시달리는 시인은 진리를 추구하다 벽에 부딪힌 파우스트와도 상통합니다.

1부가 인간의 영역에 두 발을 디딘 작품이었다면 2부는 메피스토펠레스조차 고전하는 그리스 신들의 시공으로 이동합니다. 괴테가 이상향으로 선망했던 그리스 신화의 영역에서 파우스트는 헬레나 여신과 사랑에 빠져 시인 오이포리온을 아들로 낳습니다. 오이포리온은 산문을 상징하는 파우스트와 신화를 상징하는 헬레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바이런의 비유라는 점에서 정반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1부에서 언뜻 보였던 현실 정치 및 종교, 그리고 괴테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인사 및 학설에 대한 신랄한 풍자는 2부에서 본격화됩니다. 파우스트는 권력욕과 영토 확장 욕구까지 드러내다 허무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스와 함께 매립지를 개간하다 무고한 노부부와 나그네를 살해하는 장면에서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도 읽을 수 있습니다. 혼돈이 가중되는 신화적인 2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결하며 연애 소설에 가까운 1부가 흥미진진한 것이 사실입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파우스트’에서는 1부에 비해 2부에서 삽화가 적은 것도 아쉽습니다. 2부의 내용까지 모두 포함된 동일한 작품 해설이 1부와 2부에 중복된 것도 옥에 티입니다. 1부와 2부에 각기 다른 해설이 게재되든가 아니면 2부에만 게재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입니다. 1부 4100행의 ‘세상의 다른 물건들과는 틀려서’는 ‘세상의 다른 물건들과는 달라서’가 되어야 옳습니다.

영화 ‘파우스트’ - 인간의 욕망을 긍정하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잠본이 2013/01/22 21:08 #

    2부는 확실히 산만하고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는게 이래서 어릴때 쓰던거 늘그막까지 질질 끌면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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