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 미제라블’ IMAX는 특유의 대화면을 자랑하지만 200여 년 전 비참한 삶을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인 만큼 칼같이 선명한 화질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곡 ‘Look Down’부터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은 압도적이어서 IMAX가 사운드 면에서도 비교 우위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의 클로즈업을 대화면으로 접할 수 있으며 사운드 또한 업그레이드된 IMAX는 ‘레 미제라블’을 일반 상영관에서 감명 깊게 관람해 색다른 방식으로 다시 관람하기 원하는 관객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왜 ‘레 미제라블’이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주된 의견은 첫째, ‘레 미제라블’ 속 민중의 비참한 삶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양극화와 닮았으며 둘째, 영화 속 실패한 7월 혁명이 작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연상시킨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레 미제라블’을 통해 위로를 얻으려는 관객들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감정 이입의 대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현실 정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은 젊은층이 일개 영화에 위로받으려는 것은 현실 도피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술한 지적들은 한국 사회의 극심한 양극화와 대통령 선거의 결과에 대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논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떠나 세 시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영화 속에서 팍팍한 일상을 위로 받는 것이 그렇게 문제되는 태도인지는 의문입니다. 어느 시대에나 민중의 삶은 팍팍했고 이를 위무하는 예술은 존재해 왔습니다. 민중의 위무는 예술의 존재 의의였던 것입니다. 영화 한 편을 통해 한국의 민중들이 집단 퇴행 현상을 보인다고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선민의식에 기초한 우민주의는 아닌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레 미제라블’은 한국 시장을 노리고 영화화된 것은 아니지만 뮤지컬로 사반세기 이상 상연되었으며 영화화되어 한국에서 이처럼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는 것은 그만큼 보편적인 정서를 갖춘 검증된 콘텐츠이자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양극화와 대통령 선거라는 한국 사회 특유의 현상을 담은 한국 영화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한국 영화계에 성찰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양극화는 이미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며 대통령 선거 또한 5년에 정확히 한 번 씩 돌아오는 국가적 행사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소재를 다룬 몇 편의 한국 영화가 개봉되었지만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갖춘 작품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영화야말로 시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정작 한국 사회의 시류를 파고들어 흥행에 성공한 것은 한국 영화가 아닌 외화였다는 사실은 한국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레 미제라블’에서 ‘민중의 노래를 들으라(Do you hear the people sing?)’는 가사는 비단 한국 정치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도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레 미제라블 - 앤 해서웨이 카리스마 인상적
레 미제라블 - 소년, 왜 혁명에 몸을 던졌나
[CD 지름] ‘레 미제라블’ OST
[블루레이 지름] 레 미제라블 25주년 라이브 공연
http://twitter.com/tominodij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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