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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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 콜 - 금융 자본주의의 악마적 이면 영화

※ 본 포스팅은 ‘마진 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월 가의 애널리스트 피터(재커리 퀸토 분)는 상사 에릭(스탠리 투치 분)이 갑자기 정리해고당해 회사를 떠나기 직전 남긴 자료를 분석하다 회사의 파산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발견합니다. 피터의 분석은 윌(폴 베타니 분)과 샘(케빈 스페이시 분)을 거쳐 CEO 존(제레미 아이언스 분)에게 보고 되어 밤샘 회의로 이어지게 됩니다.

J.C. 챈더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2011년 작으로 뒤늦게 국내에 개봉된 ‘마진 콜 : 24시간, 조작된 진실’(이하 ‘마진 콜’)은 엔드 크레딧에서 ‘사건과 인물 모두 허구’라 명시하고 있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혹은 리만 쇼크를 소재로 한 금융 스릴러입니다. ‘선물 가격의 변화 또는 투자 원금 손실에 따른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라는 의미의 제목 ‘마진 콜’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이지만 극중에서 샘과 존의 개별적인 요구에 피터가 알기 쉽게 설명해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이해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마진 콜’의 약점은 어려운 용어의 사용이 아니라 시종일관 차분해 임팩트가 부족한 영화 전반의 분위기입니다. 자극적인 사건이나 뒤통수를 치는 반전, 화려한 편집을 원한다면 ‘마진 콜’의 무기교의 차분함은 심심하거나 지루하게 수용될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경제를 대위기에 빠뜨린 일대사건이 거액을 주무르는 금융 자본주의 세력의 악마적 음모와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되었음을 차분히 고발한다는 점에서는 돋보입니다.

‘마진 콜’의 주제의식은 존에 의해 직접적으로 제시됩니다. 존은 부하 직원들에게 ‘1등이거나 똑똑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속여라’라는 신조를 지녔으며 사태가 모두 ‘정리’된 후 과거의 금융 위기 사례를 나열하면서 ‘돈을 버는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의 비율은 달라지지 않으며 금융 위기는 언제든 있어 왔다’는 지론을 주장합니다. 존을 통해 약자의 고혈을 빨아 생존하는 자본주의의 야만적 속성과 이에 편승해 호화로운 삶을 누리는 이기적인 인간의 광기마저 엿볼 수 있습니다. 존을 비롯한 ‘마진 콜’의 등장인물들은 사회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설령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더라도 상당한 금전적 이익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금융 자본주의의 불합리성을 극단적으로 압축합니다.

존과 대비되는 인물은 주인공 샘입니다. 케빈 스페이시가 분한 샘은 대량의 정리 해고에는 무감각하지만 애견의 죽음 앞에는 한없이 여린 미묘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한편으로는 인간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앞뒤가 맞지 않아 일관성이 결여된 것입니다. 40여 년 가까이 회사에 봉직한 애널리스트라고는 하지만 디지털이나 숫자에는 취약한 아날로그적 인물이 샘입니다. 샘이 ‘삽질’하는 결말의 마지막 장면은 상당히 긴 호흡이 할애되었는데 실소를 자아냅니다. 최근 국내 개봉작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었던 케빈 스페이시는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된 무박 2일의 둘째 날 아침 샘이 사원들을 모아놓고 연설하는 장면에서 압도적인 연기력과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케빈 스페이시와 제레미 아이언스의 팽팽한 연기 대결을 비롯한 화려한 캐스팅만으로도 ‘마진 콜’은 관람할 가치가 있습니다.

MIT 출신의 엘리트 사원 피터는 회사의 위기를 조기에 발견하는 공을 세우고 고속으로 임원으로 승진합니다. 피터의 미래는 샘의 상관이지만 고작 43세에 불과한 자레드(사이먼 베이커 분)라 할 수 있습니다. 무수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갈등하며 존의 결정에 반대하던 샘과 달리 자레드는 전혀 갈등하지 않으며 일대사건이 발생하기 전날 사무실에서 밤샘하며 화장실에서 깔끔히 면도하는 냉혹한 인물입니다. 자레드는 월 가의 간부 애널리스트의 표상과 같은 존재입니다.

에릭과 사라(데미 무어 분)의 돌고 도는 운명도 흥미롭습니다. 에릭은 사라에 의해 정리해고(‘인 디 에어’에도 제시된 바 있었던 외부 컨설팅 회사에 의한 정리 해고 장면은 서두와 결말을 장식해 수미상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당하지만 결과적으로 에릭은 복직하고 사라는 희생양으로서 해고당하게 됩니다. ‘마진 콜’의 등장인물들은 가족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지만 에릭은 아내와 자식과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있으며 대출을 통해 집을 구입한 소시민처럼 묘사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악인이 들끓는 ‘마진 콜’의 등장인물들 중에서 유일하게 ‘평범함’이라는 미덕을 갖춘 인물입니다. 에릭에게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는 설정은 그의 복직에 대한 복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진 콜’에서 양심적인 인물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악인이며 누가 더 비양심적이고 덜 비양심적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전술한 CEO 존부터 애널리스트가 평생 선망해온 직업으로 23세에 25만 달러를 벌었다며 과시하는 말단 세스(펜 뱃질리 분)에 이르기까지 관료제 조직 전체를 통틀어 양심적 가책이나 죄책감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단지 개인과 회사의 생존이라는 미시적이며 이기적 욕구에만 충실합니다. 악인의 욕망에 복무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임을 드러낸 것입니다. 악인끼리 물고 물리는 약육강식, 생존경쟁을 묘사한 ‘마진 콜’은 피도 눈물도 없는 하드보일드 스릴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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