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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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왕 랄프 - 오락실 세대에 바치는 헌사 애니메이션

30년 째 오락실에서 장수 중인 게임 ‘다 고쳐 펠릭스’의 악역 캐릭터 랄프는 천대받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합니다. 메달을 획득해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3D 게임 ‘히어로즈 듀티’에 잠입한 랄프는 무한히 번식하는 캐릭터 사이버그와 함께 게임 ‘슈가 러시’에 밀려들어가 오류라는 이유로 왕따당하는 소녀 캐릭터 바넬로피와 만나게 됩니다.

‘주먹왕 랄프’는 30년 전 8비트 게임과 3D 슈팅 게임이 공존하는 미국의 오락실을 배경으로 소외받는 조연 캐릭터가 스스로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주제의식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입니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며 누구에게나 주어진 역할이 있으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교훈은 어린이 관객을 향한 것입니다. 소외된 자들이 힘을 합쳐 세계를 구한다는 줄거리 또한 교훈적입니다. ‘다 고쳐 펠릭스’의 주인공이자 랄프의 라이벌인 펠릭스와 ‘히어로즈 듀티’의 칼훈이 연인으로 진전한다면 랄프와 바넬로프는 유사 부녀 관계로 발전합니다.

항상 소외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랄프는 물론이고 ‘스트리트 파이터’의 주역 류와 켄이 싸움을 마친 후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장기에프(장기에프의 목소리는 감독 리치 무어가 맡았습니다.)와 바이슨이 ‘파이트 클럽’을 연상시키는 치유를 위한 악역 캐릭터 모임에 참석하는 장면은 게임 캐릭터들이 배우를 넘어 애환을 지닌 블루 컬러 노동자로 비유된다는 점에서 생계를 위해 팍팍한 일상을 영위하는 성인 관객에게 호소합니다. 3D 게임을 즐기는 세대인 어린이들과 함께 극장에 온 부모가 ‘주먹왕 랄프’를 통해 오락실에 들락거리며 동전을 쌓아놓고 8비트 게임을 즐기던 향수에 더욱 깊이 젖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 한국의 오락실 인기 게임에서 그러했듯이 ‘주먹왕 랄프’에는 동전을 쌓아놓는 풍경도 등장합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오락실 풍경은 어디나 비슷했던 모양입니다.

전술한 ‘스트리트 파이터’를 비롯해 다양한 게임 캐릭터들을 총집결한다는 점에서 ‘주먹왕 랄프’는 흥미진진합니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춘리는 다른 게임의 여성 캐릭터들과 담소를 나누며, ‘팩맨’, ‘소닉’ 등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게임 캐릭터들도 등장합니다. 대사에서는 ‘슈퍼 마리오’의 마리오도 언급되며 게임 속에서 활용되는 특유의 효과음이나 배경 음악 또한 곳곳에 삽입되었습니다.

과거의 게임과 현재의 게임의 30년의 간극을 비교하는 재치 넘치는 대사들도 인상적입니다. 단순한 8비트 게임에서 3D 게임의 세계로 들어간 랄프는 ‘요즘 게임은 왜 이리 무섭지?’라며 최근 게임의 강화된 폭력성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습니다. 3D로 정교하게 표현된 칼훈의 얼굴을 가리켜 ‘얼굴이 초고화질’이라는 대사도 게임 그래픽의 발전을 압축합니다. 무엇보다 게임 캐릭터가 게임 안에서 액정 화면 너머 오락실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인간의 시선과는 반대되는 앵글의 시점 샷이 인상적입니다. 인간에 의해 플레이되는 게임 캐릭터가 스스로 움직이고 고뇌하며 그들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본다는 독특한 발상이 ‘주먹왕 랄프’를 탄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80년대 댄스 뮤직풍의 주제가들과 게임의 본령 일본을 대표하는 걸 그룹 AKB 48의 ‘슈가 러시’가 포함된 엔드 크레딧 또한 ‘버블보블’을 비롯한 과거 게임들에 대한 재기발랄한 경의로 가득합니다. 엔드 크레딧 이후에는 디즈니성이 과거 게임들에 의해 해킹을 당한 것처럼 깜짝 변화하는 장면도 보너스로 제시됩니다.

육중한 상반신을 자랑하는 최상단의 보스 캐릭터라는 점에서 랄프는 오늘날 닌텐도 게임기의 시초가 되기도 했던 게임 ‘동키콩’의 보스 캐릭터 동키콩과 닮았습니다. 원제는 ‘Wreck-It Ralph’이지만 국내 개봉명 ‘주먹왕 랄프’는 김원빈의 고전 만화 ‘주먹대장’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복고적인 작품의 분위기와 어울립니다.

랄프가 ‘슈가 러시’에서 초록색으로 물드는 장면은 거구의 체형과 멜빵바지에서 ‘헐크’를 오마쥬한 것으로 보이며 ‘히어로즈 듀티’의 사이버그는 ‘에이리언’을 연상시킵니다. 랄프가 물 속에서 숨쉬는 장면에서는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의 숨소리를 차용했으며 ‘터미네이터2’의 명대사 ‘하스타 라 비스타(Hasta la vista)’도 삽입되었습니다.

‘슈가 러시’의 군것질거리를 의인화한 캐릭터들도 인상적입니다. 수위인 비어드 파파는 슈크림을 먹고 싶다고 잠꼬대하며 던킨과 윈첼은 도넛 콤비를 이룹니다. 오레오도 음악과 함께 등장합니다. 멘토스와 다이어트 콜라는 서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하지만 전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가운데 ‘슈가 러시’에서 속도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쉽습니다.

국내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노리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개봉되어서인지 자막판은 흔치 않으며 3D 자막은 더욱 상영관이 희귀합니다. 하지만 랄프의 목소리를 맡은 존 C. 라일리의 연기와 랄프가 8비트 게임의 세계에서 3D 게임의 세계로 옮겨가며 극적으로 변화하는 영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3D 자막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주먹왕 랄프’에 앞서 전철역에서 우연히 만나 한눈에 반한 여성을 찾아나서는 남성 샐러리맨을 묘사한 7분 분량의 흑백 3D 애니메이션 ‘페이퍼맨’이 상영됩니다. 감성적이며 청량감 넘치는 도시적인 작품으로 대사가 없어 무성영화를 연상시킵니다. 공간적 배경은 뉴욕과 같은 미국의 전형적인 대도시이지만 남자 주인공이 속한 회사의 강압적인 분위기나 남자 주인공의 외모는 어쩐지 일본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합니다.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데니스 2012/12/24 05:32 #

    저도 단편영화 보며 일본풍이 물씬 난다고 느꼈네요.
    어제 가족들이랑 어드반스드스크린을 3D로 봤는데 무척 재밌게 봤네요.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구...
  • 남선북마 2012/12/25 16:47 #

    자막판 보기 참 힘든 애니더군요.. 하루에 딱한번 상영합디다. 올드게이머를 위한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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