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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뜻밖의 여정 IMAX HFR 3D - 초반 지루, 아기자기함은 빛나 영화

안온한 삶을 살고 있던 호빗 빌보(마틴 프리먼 분)는 마법사 간달프(이안 맥켈렌 분)와 함께 드워프 소린(리차드 아미티지 분)이 이끄는 원정대에 참여해 사악한 용 스마우그가 차지한 드워프의 성 에레보르의 탈환에 나섭니다. 소린은 빌보를 불신하지만 다른 드워프들은 힘겨운 여정을 함께 하며 빌보와 가까워집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최종장이었던 2003년 작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하 ‘왕의 귀환’) 이후 피터 잭슨 감독이 9년 만에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톨킨이 창조한 중간계로 복귀한 ‘호빗 뜻밖의 여정’(이하 ‘호빗’)은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첫 번째 영화였던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로부터 한 세대 전인 60년 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늙은 빌보(이안 홀름 분)가 조카 프로도(일라이저 우드 분)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젊은 시절의 모험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간적 배경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즉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이하 ‘반지원정대’)에서 프로도가 물려받은 절대반지가 어떻게 빌보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호빗’은 묘사하는 것입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프리퀄로서 당연히 ‘호빗’은 ‘반지의 제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간달프의 부름에 의해 원정대에 합류해 사악한 세력과 싸우는 등 고난을 겪고 다른 종족의 동료들과 갈등하면서도 교감하는 모험담이라는 기본적인 서사 구조는 ‘반지원정대’와 ‘호빗’이 동일합니다. 원정대가 여정 중간에 엘론드의 근거지 리븐델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 또한 같습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에서 한 자리에 모인 적이 없었던 간달프, 사루만(크리스토퍼 리 분), 엘론드(휴고 웨빙 분), 갈라드리엘(케이트 블란쳇 분)이 리븐델에서 한 자리에 모인 장면에서는 설레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간달프를 비롯한 다른 마법사들에 대해 우월감을 숨기지 않는 사루만의 부정적인 태도는 ‘반지의 제왕’에서 묘사되는 배신을 암시합니다.

물론 ‘호빗’이 ‘반지원정대’와 차별화되는 점도 있습니다. 주인공이 프로도에서 그의 삼촌인 빌보로 바뀌었고 인간이 등장하지 않으며 간달프와 드워프들의 비중이 강화되었습니다. ‘반지원정대’에서 중도 탈락해 원정대의 이합집산에 원인을 제공했던 간달프는 ‘호빗’에서는 강력한 힘과 다양한 능력을 바탕으로 원정대의 모든 뒤치다꺼리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다만 미래 시점을 묘사한 ‘반지원정대’보다 과거 시점의 ‘호빗’에서 오히려 나이 들어 보이는 외모가 다소 어색합니다. 두 명의 파란 마법사 알라타르와 팔란도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원작의 팬들을 의식한 간달프의 대사도 삽입됩니다.

빌보와 소린의 관계는 ‘반지원정대’의 프로도와 아라곤의 관계와 유사합니다. 소린과 아라곤 모두 망국의 왕자로서 붕괴된 왕국을 재건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습니다. ‘반지원정대’에서 아라곤의 조상인 이실두르가 사우론과의 격투에서 불리한 상황을 딛고 절대반지를 빼앗는 회상 장면은 ‘호빗’에서 소린이 아버지의 죽음에 분노해 아조그와의 격투에서 참나무토막을 활용해 불리한 상황을 딛고 역전시켜 ‘참나무방패(Oakenshield)’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게 되는 회상 장면과 상통합니다. 소린의 부하들 중에는 ‘반지원정대’에서 무덤 속에 묻힌 것으로 제시되는 발린과 김리의 아버지 글로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에서 김리와 명콤비를 이루는 레골라스의 아버지 스란두일(리 페이스 분)도 서두의 회상 장면에 등장합니다. 하지만 아라곤과 레골라스, 그리고 엘론드의 딸 아르웬은 ‘호빗’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인간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반지원정대’에서 원정대의 존재 의의가 파괴해야만 하는 절대반지의 소유자 프로도에게 있었던 것과 달리 ‘호빗’에서는 소린이 주도한 원정대에 빌보가 ‘좀도둑’으로 끼어든 상황입니다. 주객이 다른 것입니다. 따라서 프로도에 처음부터 무한 신뢰를 보낸 아라곤과 달리 빌보는 소린의 의심어린 눈초리를 극복해야만 합니다. 혈혈단신의 방랑자인 아라곤과 충성스런 동족의 부하들을 거느린 소린의 처지 또한 다릅니다. 원정대에 참가한 부하들 중 소린의 조카 킬리(아이단 터너 분)는 활을 사용하는 잘 생긴 외모의 소유자로, 드워프는 모두 도끼를 휘두르는 수염투성이의 뚱뚱한 아저씨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립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의 진정한 주인공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골룸(앤디 서키스 분) 또한 9년의 기술적 발전에 힘입어 더욱 표정이 풍부해 기괴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로 재등장합니다. 원정 출발에 앞서 빌보가 ‘좀도둑’으로 규정된 것은 그가 골룸이 소유했던 절대반지를 입수해 도망치면서 예언이 실현된 것과 마찬가지가 되었습니다. 빌보가 수상쩍은 물건을 입수했다는 사실을 예리한 간달프는 놓치지 않습니다.

‘호빗’의 결말은 ‘왕의 귀환’에서 기나긴 전투의 대미를 장식했던 과이하르를 비롯한 거대독수리들이 장식합니다. 의문의 캐릭터 강령술사는 ‘반지의 제왕’ 삼부작을 접했다면 그 정체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제는 소품을 뛰어넘어 캐릭터화된 절대 반지도 반갑습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을 통해 익숙한 음악들이 ‘호빗’에서도 재활용되었습니다. 험난한 원정 속에서 빌보가 등장할 때나 절대반지의 첫 등장 시에는 ‘반지의 제왕’에서 활용된 음악이 다시 깔립니다. 예고편에 삽입되었으며 극 중에서 소린과 부하 드워프들이 낮게 읊조리는 ‘Misty Mountains’는 가장 인상적인 곡으로 망국의 왕자의 우울한 기백을 강조합니다. ‘Misty Mountains’를 비롯해 초반부에는 뮤지컬의 요소도 찾을 수 있습니다.

신 캐릭터 중에는 갈색의 마법사 라다가스트가 단연 인상적입니다. 등장 장면은 많지 않지만 원정대를 결정적인 순간 도우며 강령술사 존재의 증거를 간달프에게 제시합니다. 하지만 ‘호빗’ 역시 삼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기에 강령술사는 물론이고 스마우그 또한 전모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특히 스마우그는 ‘호빗’의 서두에서는 꼬리만, 결말에서는 눈만 드러납니다. 오크나 고블린이 접근하면 파랗게 빛을 내는 명검 스팅 또한 아직 전과가 없어 이름을 얻지 못했습니다. 소린과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는 아조그와의 대결 또한 결판 짓지 않고 후속편을 기다리게 합니다.

워너 브라더스의 로고가 뉴 라인 시네마의 로고로 분리 및 재조합된 이후 MGM 로고의 호랑이가 입체적으로 제시되며 시작되는 ‘호빗’의 IMAX HFR 3D는 프레임 수를 늘린 신기술을 앞세워 자연스러운 3D 영상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프레임 수를 늘린 탓인지 초반부에는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이 과거 흑백기록영화나 비디오테이프를 빨리 감은 것처럼 너무 빨라 부자연스러운 장면들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딱히 느끼지 못했습니다.

‘호빗’의 최대 약점은 ‘반지의 제왕’ 삼부작에 비해 원작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작은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러닝 타임이 169분으로 지나치게 길다는 데 있습니다. 아마도 피터 잭슨은 러닝 타임을 늘려 ‘호빗’이 ‘반지의 제왕’에 뒤지지 않는 스케일을 지닌 영화로 인식되기를 바란 듯하지만 초반에는 호흡이 길어 지루합니다. 중반 이후 전투 장면이 아기자기하며 유머러스하지만 클라이맥스의 빌보와 골룸의 수수께끼 대결도 압축이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소한 15분 정도는 러닝 타임을 줄이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로맨스가 없으며 남성적인 분위기로 인해 여성 관객에게는 호소하는 힘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확장판

킹콩 - 감정이 풍부해진 캐릭터가 빛나는 걸작 오락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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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ithrandir 2012/12/14 16:51 #

    간달프의 액션 비중이 높아져서 "너무 왕의 귀환을 의식한 거 아닌가?"싶었는데,
    생각해보니 호빗 원작에서도 묘사를 자세히 안하고 넘어가서 그렇지
    반지의 제왕 삼부작보다 간달프의 액션 비중이 높기는 하더군요.
    (자세히 읽어보면 지나치게 먼치킨스러울 정도...)

    전 런닝타임이 긴 게 문제라기보다는,
    그 런닝타임을 너무 진중하게만 채우려다보니 지루해진 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놓고보니 그 말이 그 말 같기도 하지만요. :-)
  • 블랙 2012/12/14 19:05 #

    그런데 아조그는 원작대로 과거 전투 장면에서 퇴장 시키고 아들인 볼그를 등장시켜도 문제 없었을텐데 왜 굳이 원작과 다르게 해서 등장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인 아조그가 당한것 때문에 원한을 품은 것으로 설정해서 1부에 볼그를 등장시켰어도 이야기 전개는 달라질게 없었어요. 어차피 후속편에서는 볼그가 중심 악역을 담당하게 될텐데....
  • 남선북마 2012/12/15 18:53 #

    강령술사보다는 네크로맨서 쪽이 어감이 더 좋은데.. 호빗 보고 반지원정대 다시 보니 신세계가 열리는 군요.. 반지원정대가 호빗외전이라 해도 될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거론됩니다.. 그리고 호빗은 반지원정대에 비하면 초고속 진행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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