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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Q’ 총력 리뷰 애니메이션

※ 본 포스팅은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Q’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초호기 회수부터 포스 임팩트까지

마리가 탑승한 에바 8호기의 엄호 하에 애꾸눈의 아스카가 탑승한 에바 개량형 2호기가 위성궤도상에 봉인된 에바 초호기를 회수하려 합니다. 사도를 연상시키는 자동방위 시스템인 코드 4A와 코드 4B의 방해를 뚫고 잠시 각성한 에바 초호기의 도움에 힘입어 초호기 회수 작전은 성공합니다.

초호기에서 각성한 신지는 미사토와 아스카를 비롯한 지인들이 자신을 반기기는커녕 냉대하자 난감해합니다. 더미 플러그의 초호기에 의해 살해당할 뻔 했던 아스카가 건재한 것을 반기며 신지가 아스카에게 애꾸가 된 이유를 묻지만 아스카는 ‘너와는 무관하다’며 퉁명스럽게 답합니다.

자신이 구출했음이 틀림없다고 믿고 있는 레이의 행방을 찾지만 레이는 없으며 SDAT만을 돌려받습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파’(이하 ‘파’)의 개봉 당시 제시된 ‘Q’의 예고편에서 신지와 레이가 초호기에 함께 동결되었다는 설정이 ‘Q’의 종료 시점까지는 변경된 것입니다.

신지가 초호기와 함께 봉인된 사이 14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자신이 레이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니어 서드 임팩트의 저주에 의해 에바 파일럿들은 나이를 먹지 않았고 미사토, 리츠코, 아스카, 마리 등은 신조직 빌레(WILLE)를 결성해 네르프에 반기를 들고 에바 섬멸에 나섰음을 알게 됩니다. 파의 공개 당시 제시된 ‘Q’의 예고편 내레이션에서 언급된 ‘유폐된 네르프 관계자’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사도를 연상시키는 코드 4C의 습격을 받자 신지는 에바 초호기에 탑승해 출격하겠다며 나서지만 신지와 에바 초호기의 싱크로율은 0.00%로 하락했으며 에바 초호기는 인류의 희망이 될 거대 비행기 AAA 분다로 재창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니어 서드 임팩트와 같은 불상사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신지의 목에는 언제든지 그를 살해할 수 있는 DSS 초커가 장착된 상태입니다.

미사토의 지휘 하에 분다는 처음으로 기동하며 코드 4C를 물리치지만 신지는 레이의 목소리에 이끌려 레이가 탑승한 네르프 소속의 에바 Mark. 09와 함께 분다를 떠납니다. 에바 영호기와 닮았지만 ‘아담스의 그릇’ 혹은 ‘분다의 본래의 주인’이라 불리는 Mark. 09은 머리가 파괴되어도 즉시 재생 가능하며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습니다. 토우지의 여동생 사쿠라는 신지에게 ‘에바에만은 탑승하지 말아 달라’며 간청하고 리츠코의 독촉에 시달린 미사토는 DSS 초커를 가동해 신지를 살해하려다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포기합니다.

신지는 네르프에 복귀하지만 지오 프런트 위에 구멍이 뚫려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14년 만에 재회한 아버지 겐도는 신지에게 카오루와 함께 신형 에바 13호기에 탑승할 것을 지시합니다. 과거의 기억이 전혀 없는 레이와 서먹한 신지는 카오루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고 고장 난 SDAT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가까워집니다.

14년 전 니어 서드 임팩트에 의해 어떤 변화가 발생한 것인지 궁금해 한 신지의 의문은 카오루에 의해 풀립니다. 지구는 물론 달에까지 영향을 미쳐 전 인류를 사실상 멸망시키다시피 한 니어 서드 임팩트를 자신이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신지는 좌절과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신지는 어머니 유이의 사진을 후유츠키와의 독대를 통해 난생 처음으로 접하게 됩니다. 후유츠키는 유이가 실험체로 자원해 에바 초호기의 코어에 다이렉트 엔트리 방식으로 융합되었으며 레이는 유이의 클론이라는 사실을 신지에 알립니다.

카오루는 제2사도 리리스에 꽂힌 롱기누스의 창과 카시우스의 창을 손에 넣으면 세계를 바로 잡을 수 있다며 신지를 설득합니다. 카오루는 신지의 DSS 초커를 자신의 목으로 옮겨 장착해 신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합니다.

초호기와 비슷한 외양이지만 눈이 4개이며 더블 엔트리 플러그를 장착한 에바 13호기에 신지와 카오루는 함께 탑승합니다. 레이의 Mark. 09와 함께 에바 13호기는 센트럴 도그마로 강하합니다. ‘파’의 개봉 당시 제시된 ‘Q’의 예고편에는 에바 6호기가 센트럴 도그마에 투하되는 것으로 제시되었지만 ‘Q’의 본편에서 센트럴 도그마에 투입된 것은 13호기입니다. (당시 예고편에 등장했던 카지는 본편에 아예 등장하지 않으며 겐도가 한대 지방을 방문하는 장면, 네 명의 아이가 세피로스의 나무 앞에 모이는 장면, 그리고 레이가 어린 클론들과 함께 있는 장면 등은 모두 본편에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포스 임팩트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아스카의 에바 개량형 2호기와 마리의 에바 8호기가 에바 13호기와 에바 Mark. 09 앞을 가로 막아 전투가 벌어집니다.

카오루는 리리스에 꽂힌 창이 바꿔치기 되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에바 13호기의 조종에 참여하지 않고 고뇌합니다. 카오루는 자신이 겐도에 의해 기만당해 제13사도로 격하되었음을 알아차립니다. 카오루의 소극적인 태도에 신지는 홀로 에바 13호기를 움직여 2개의 팔을 더 생성시킨 뒤 리리스에 꽂힌 2개의 창을 뽑아 하나로 합해 포스 임팩트를 발동합니다. 한편 겐도는 인류에 문명을 선사한 제레를 모두 말살합니다.

전신이 코어인 에바 Mark. 09과 비스트 모드와 유사한 777모드의 에바 개량형 2호기의 결투는 아스카의 자폭에 의해 두 기체가 모두 파괴되고 레이와 아스카는 탈출하는 것으로 종료됩니다. DSS 초커의 발동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카오루는 신지에게 재회를 약속합니다. 카오루의 죽음으로 신지는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마리는 에바 13호기의 엔트리 플러그를 강제로 사출시켜 포스 임팩트를 중단시킵니다. 제1사도와 제레를 제거했다는 사실에 만족스러워하며 겐도는 미사토가 이끄는 빌레의 활동 또한 모두 계산된 것이라 언급합니다.

‘Q’의 영어 제목 ‘YOU CAN (NOT) REDO’가 암시하듯 신지는 세계를 다시 바로 잡으려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합니다. 아스카는 극도의 좌절에 빠진 신지를 엔트리 플러그 밖으로 끌어냅니다. 리린의 흔적을 찾아 아스카는 신지를 끌고 길을 떠나고 레이가 두 사람의 뒤를 따릅니다.

14년 후

‘파’ 이후 3년 만에 공개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Q’(이하 ‘Q’)는 ‘파’의 시간적 배경으로부터 무려 14년이 지난 뒤를 묘사합니다. 부제 ‘Q’가 일본어 ‘急(きゅう)’에서 착안한 것과 같이 급전개되는데 돌연 훌쩍 건너 뛴 시간적 배경과 함께 반네르프의 기치를 앞세운 신 조직 빌레의 등장으로 ‘파’는 참으로 당혹스러운 작품이 되었습니다.

14년의 세월은 경과되었으나 니어 서드 임팩트의 저주로 인해 에바 파일럿들은 결코 나이를 먹지 않았다는 설정이지만 에바 파일럿 이외의 캐릭터로부터도 14년의 세월은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리츠코의 짧은 머리, 외향적으로 변한 마야의 성격, 이마가 더욱 넓어진 휴우가 등의 변화로 인해 시간의 흐름은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으나 14년의 무게는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안경 대신 고글을 착용한 겐도와 급격히 늙은 후유츠키의 변화는 14년의 세월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가레 스미레, 타마 히데키, 기타카미 미도리, 그리고 성우 오오츠카 아키오가 분한 다카오 코지에 이르기까지 새로 등장한 빌레의 캐릭터들은 물론 ‘파’에 얼굴만 잠시 등장했던 토우지의 여동생 사쿠라가 본격적으로 비중을 차지한 것 역시 ‘Q’만의 새로운 설정입니다. 신 캐릭터들이 가세한 분다의 브릿지의 활기찬 분위기를 비롯해 전함을 앞세운 모험 활극의 요소는 안노 히데아키의 전작 중 하나인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코지의 대사(미사토를 가리켜 ‘카지의 말대로 재미있는 함장이군’이라 언급)에 언급되는 카지는 등장하지 않으며 토우지는 교복 셔츠의 흔적만이 남아 있고 겐스케와 펭펭 또한 등장하지 않습니다. 니어 서드 임팩트에 휘말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폐허가 된 지오 프런트에는 레이와 카오루, 그리고 겐도와 후유츠키를 제외하면 사람의 그림자는 전혀 보이지 않아 역시 당혹스럽습니다.

메카닉의 변화 또한 세월의 흐름을 절감하게 합니다. TV판과 구극장판, 그리고 신극장판의 두 번째 작품 ‘파’에 이르기까지 작품 전체를 상징하는 에바 초호기가 원형 그대로 등장하지 않고 거대 비행선 분다로 변화한 것이나 개량된 2호기, 그리고 영호기를 닮은 Mark. 09 등은 물론, 완전히 새로운 설정인 에바 8호기 또한 ‘Q’를 당혹스러운 작품으로 수용하게 합니다.

카오루, 그리고 TV판의 연장선상에 있는 ‘Q’

빨간색과 파란색, 황폐화된 지구와 달로 가득한 ‘Q’는 영상의 측면에서도 피곤하고 당혹스러운 작품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TV판 및 구극장판 등을 통해 익숙한 요소들을 상당수 찾을 수 있습니다.

극도의 외로움에 빠진 신지가 유일한 친구인 카오루와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는 기본적인 줄거리는 TV판 ‘신세기 에반게리온’ 제24화 ‘최후의 사자’와 동일합니다. 카오루가 신지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대사 ‘나는 카오루. 나기사 카오루’나 겐도의 의중을 간파한 순간 내뱉는 대사 ‘그렇군, 그런 거 였군, 리린’이라는 대사는 TV판과 동일합니다.

신지와 카오루가 음악을 통해 가까워졌다는 것 또한 같은데 전투 장면과 미스터리, 그리고 좌절감으로 가득한 ‘Q’에서 관객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몇 안 되는 장면입니다. 신지와 카오루가 친밀해지는 계기가 된 TV판의 노래는 ‘Q’에서는 피아노 연탄곡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작전을 앞두고 두 명의 파일럿이 음악을 활용해 팀워크를 진작시키는 것은 TV판 제9화 ‘순간, 마음, 하나가 되어’에서 신지와 아스카가 음악을 통해 연습해 하나가 되어 사도를 물리치는 전개를 연상시킵니다.

초호기를 빼닮은 에바 13호기나 그 기동의 순간에 배경 음악으로 울려 퍼지는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또한 TV판과 마찬가지입니다. 카오루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 또한 답습합니다.

하지만 TV판에서 죽음의 순간까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던 카오루는 ‘Q’에서는 결정적인 순간 행동을 멈추고 고뇌합니다. TV판에서는 신지가 카오루를 살해했으나 ‘Q’에서는 카오루가 DSS 초커의 발동에 의해 살해된다는 것 또한 다릅니다. TV판에서는 초호기에 의해 몸으로부터 절단된 카오루의 머리가 LCL에 빠지는 장면이 묘사되었지만 ‘Q’에서는 엔트리 플러그 내부에서 신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카오루가 폭발해 피가 사방으로 퍼지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최후를 맞이하기 직전 카오루는 신지에게 재회를 약속합니다.

유이가 초호기에 융합되었다는 설정 또한 TV판과 동일합니다. 단, TV판에서는 자신이 초호기에 융합될 것임을 예감했던 유이가 사고에 의해 융합되었던 것과 달리 ‘Q’에서는 다이렉트 엔트리로 자의에 의해 융합되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TV판에서 겐도는 아내 유이의 성(姓) ‘이카리’를 따르기 위해 ‘로쿠분기’라는 성을 버렸는데 ‘Q’에서는 유이의 성은 ‘아야나미’이며 복제 인간인 레이에 계승되었고 결혼 후 남편의 성 이카리를 따른 것으로 제시됩니다. 레이의 얼굴을 지닌 리리스의 거대한 머리는 ‘THE END OF EVANGELION’에서 서드 임팩트를 위해 리리스와 융합해 거대화한 레이를 연상시킵니다.

이밖에 신지가 누운 채 팔로 한쪽 눈을 가리고 위를 올려다보는 장면, 레이와 함께 네르프 본부의 거대한 통로를 이동하는 장면, 그리고 레이의 벗은 몸을 의도하지 않게 훔쳐보게 되는 장면 등은 TV판과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 서’(이하 ‘서)에 등장했던 장면들을 고스란히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소외된 신지, 새로운 레이

14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신지는 아스카나 리츠코는 물론 미사토마저 자신을 냉대한다는 사실과 레이의 행방불명에 고독과 소외감에 시달립니다. 새로운 레이를 따라 빌레의 분다를 떠나 네르프 본부로 향하지만 겐도와 레이 역시 신지와는 말을 섞으려 하지 않습니다.

신지의 유일한 탈출구는 카오루이지만 자신이 14년 전 인류를 말살하다시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스카와 미사토를 비롯한 빌레의 인물들이 자신을 냉대하고 사쿠라가 ‘에바에 탑승하지 말라’고 애원했던 이유를 납득하고 죄책감과 혼란에 시달립니다. ‘서’에서 신지의 제6사도 섬멸을 도왔던 무수한 민중들은 모두 소멸한 셈입니다.

네르프의 레이가 자신이 알고 있는 레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한 신지는 카오루의 설득에 감화되어 세계를 니어 서드 임팩트 이전으로 되돌리려 하다 오히려 카오루의 죽음과 포스 임팩트 직전의 상황까지 마주하게 되어 더욱 좌절합니다. 신지의 죄책감과 고독은 관객을 더욱 답답하고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사족이지만 신지가 목에 DSS 초커를 장착한 모습은 소극적이기 짝이 없는 신지의 성격을 극대화한 동인지적인 설정인데 동인 활동으로 시작해 애니메이션 감독이 된 안노 히데아키가 의도적으로 삽입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애완견용 목줄을 연상시키는 DSS 초커는 마리가 신지를 ‘네르프의 강아지’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과 상통합니다.

에바 Mark. 09에 탑승해 신지를 빌레에서 탈출시킨 레이는 니어 서드 임팩트로부터 신지가 구출한 레이가 아니며 네르프 본부의 무수한 클론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Q’의 레이가 ‘서’ 및 ‘파’의 레이와 잠시 마주치는 장면도 제시됩니다.

명령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책도 읽지 않는 ‘Q’의 소극적인 레이는 ‘파’에서 요리까지 행했던 적극적인 레이에 비해 훨씬 움츠러들었습니다. ‘Q’의 레이는 네르프 밖 폐허의 아파트가 아닌 지오 프런트 내부의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는데 교복은 바닥에 널브러져 입지 않으며 대신 검정색 플러그 슈트만을 착용합니다.

이죽거리는 명콤비, 아스카와 마리

‘파’에서 우연히 2호기를 공유하게 된 아스카와 마리는 ‘Q’에서는 서로에게 이죽거리며 툴툴대는 명콤비가 되었습니다. 사도에 감염되어 애꾸눈이 된 아스카는 아직 그 효과가 제대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신지를 바보 취급하는 것은 변함없습니다. ‘바보 신지’라 부르던 신지가 레이를 따라 네르프로 도주하자 아스카는 ‘꼬마 신지’로 바꿔 부릅니다. 자신이 14년간의 세월만큼 더 살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스카는 마리를 ‘빽 안경(コネメガネ ; connection + 안경)’이라 부릅니다. ‘파’에서 신지와 레이를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부르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전투에 임하면 노래를 흥얼거리는 버릇이 여전한 마리는 아스카를 ‘공주님’라 부르며 응수하는데 신지와 만나고 싶었던 것이 아니냐며 아스카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봅니다.

두 사람은 친구라기보다 왠지 마리가 넉살좋은 언니이고 아스카가 버릇없는 여동생인 자매처럼 보입니다. 전투에서 항상 콤비를 이루는 아스카와 마리는 무겁기 짝이 없는 ‘Q’의 분위기를 다소 중화시킵니다. 아쉬운 것은 아스카와 마리 역시 레이와 마찬가지로 플러그 슈트 이외의 사복 차림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거신병, 도쿄에 나타나다

도쿄도현대미술관에서 지난 7월부터 공개된 특촬단편영화 ‘거신병, 도쿄에 나타나다’(이하 ‘거신병’)가 러닝 타임을 늘려 ‘Q’에 앞서 상영되었습니다. 레이의 성우 하야시바라 메구미의 내레이션으로 전개되는 ‘거신병’은 제목 그대로 거신병이 도쿄에 나타나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내용인데 작년 3월 동일본대지진과 같이 자연 재해로 인해 아무런 인과관계 없이 대량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일본 사회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안노 히데아키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거대한 창을 든 거신병 창조에 참여했으며 이것이 에반게리온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하고 안노 히데아키가 각본을 쓴 단편영화 ‘거신병’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의 보다 명확한 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신병’에서 거신병이 입에서 십자가 모양의 빔을 발사하고 도시를 파괴해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은 ‘Q’에서 니어 서드 임팩트에 의해 에바들로 가득한 붉게 물든 도시를 빼닮았습니다. 새로운 창조를 위해 파괴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주제의식 또한 ‘거신병’과 ‘Q’가 동일합니다.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

‘서’와 ‘파’에서 주제가로 사용되었던 우타다 히카루의 경쾌한 ‘Beautiful World’를 대신해 ‘Q’에서는 우타다 히카루가 부른 우울한 ‘벚꽃 흘려보내기(桜流し)’가 엔드 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옵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닌 듯하지만 주제가 제목의 ‘벗꽃(桜)’과 신 캐릭터나 다를 바 없는 사쿠라가 동일한 것도 이채롭습니다.

엔드 크레딧 이후 ‘Q’의 추가 장면은 없으며 네 번째 극장판의 예고편이 제시되는데 캐릭터의 등장 없이 미사토의 성우 미츠이시 고토노의 내레이션에 언급되는 에바 8+2호기가 무수한 에바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제시됩니다.

그리고 예고편이 종료되며 후속작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의 제목이 뜹니다. 하지만 내레이션을 맡은 미츠이시 고토노는 ‘:∥’를 읽지 않아 과연 ‘:∥’를 무엇이라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부제는 기존에 공개되었던 ‘종(終)’이 아니라 ‘:∥’로 변경된 것인지, 그리고 왜 ‘신극장판 에반게리온’이 아닌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으로 제목이 변경된 것인지 의문을 남기며 끝끝내 당혹스럽게 합니다.

만일 ‘:∥’가 도돌이표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서’의 붉은 LCL의 바다와 카오루의 대사를 통해 제시된 신극장판의 ‘무한루프설’에 상당한 힘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Q’에서 카오루가 제1사도이자 제13사도가 된 것 또한 무한루프설을 뒷받침합니다. 당초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은 유대교 및 기독교에 착안한 것이지만 무한루프처럼 반복되는 신지의 비극적 운명은 불교의 업보와 윤회를 연상시킵니다.

만일 ‘:∥’에서 신지가 세상을 복원시키고 TV판 제1화로 돌아가는 결말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안노 히데아키가 팬들의 기대를 긍정적인 방향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항상 배신해왔음을 감안하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을 ‘:∥’에서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쨌든 ‘:∥’에서는 신지가 다시 부활한 초호기에 탑승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의 결말에서 신지, 아스카, 그리고 레이가 함께 길을 떠난 만큼 레이가 신지가 떨어뜨린 SDAT를 다시 챙긴 것으로 보이며 ‘:∥’에서 세 사람은 TV판 제11화 ‘정지된 어둠 속’에서처럼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스카는 레이와 목숨을 걸고 싸웠으며 한량없이 아끼는 2호기마저 잃었지만 엔트리 플러그 밖에서 만났을 때는 의외로 레이에게 적의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서’ 총력 리뷰
에반게리온 서 - 신극장판의 영화적 정합성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 파’ 총력 리뷰
‘에반게리온 파’ 프리미엄 시사회 관람기
‘에반게리온 파’, ‘엔드 오브 에바’의 흔적

http://twitter.com/tominodijeh




덧글

  • 불개신 2012/12/04 12:58 #

    국내엔 개봉을 하지 않는다죠... 엉엉....ㅠ-ㅠ
  • Diogenes 2012/12/04 16:54 # 삭제

    마지막 편을 ':∥'라고 하는 것은 좀 애매하지 않나요.
    서, 파, Q 모두 에반게리온의 뒤에 ':'가 있었다는 점-Q면 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Q-을 생각하면 그냥 'Ⅱ'일수도 있죠.
    이 경우에는 홈페이지의 url에 따라 '파이널'로 읽으면 될 듯 합니다만.
    물론 도돌이표로도, 악보의 끝으로도 읽힐 수 있게끔 표기해서 일부러 미스리딩을 유도하고 있을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결론: 안노는 자기 마음이 바뀌면 예고고 뭐고 싸그리 무시하는 사람이니 영화가 나오기 전에 예측해봐야 무의미함요.
  • 아르카나 2012/12/04 22:08 # 삭제

    고서 멍~ 엔딩곡이고 뭐고 귀에 안들어오더군요
    저도 큐보러 도쿄까지 갔는데 이게 잘한것인건지 미친짓이었던건지 판단이 안서더군요 ㅎㅎㅎ
    마지막에 또 도대체 어떤 결말을 보여줄건지 -_-;
  • 청룡 2012/12/04 22:29 # 삭제

    솔직히 안노 히데야키 씨가 변덕이 매우 심한 것으로 매우 유명하죠...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죠...
  • 고유명사 2012/12/06 20:37 # 삭제

    ||의 뜻이 2라는 가설을 조심스레 세워봅니다
  • SAGA 2012/12/07 17:09 #

    Q예고편에 나온 장면이 정작 Q에 나오지 않았다라... 이건 관객을 우롱하는 걸로 밖에 생각이 안되네요... ㅡㅡ;;;

    거기다가 14년 후라니... 이건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편두통이 엄습해옵니다. ㅡㅡ;;;
  • 신무바이 2012/12/11 11:27 # 삭제

    안녕하세요, 총력 리뷰 잘 보고 갑니다. 미천한(아니 무지한) 일본어 실력으로 영상과 정보 수집 만으로 정리해본 제 총력 리뷰가 부끄러워지는 훌륭한 글입니다. 에바 팬을 자처하는 사람으로서 설정에 대한 놀라움(또는 반감)으로 대체된 개봉 초기 글들을 읽고 흥행 성적과 반비례하는 허전함을 느꼈는데, 디제님의 글 보고나니 비로소 뭔가 충만한 느낌이 오네요. 에바라는 작품은 작품 자체와 컨텐츠와 비지니스 측면에서 같으면서도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전 이번 작품 <Q>과 신극장판을 통해 대폭 확대된 팬층을 대상으로 향후 10년 장사를 책임질 기반을 닦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1
  • 데빈 2012/12/26 23:17 #

    개봉은 안하더라도 블루레이는 꼭 나와야 할텐데요 ㅠㅠ
  • 네로 2013/01/01 10:37 # 삭제

    욕밖에 안나오더군요...--;
    짜증....--;
    그리고 작중에 나오는 명칭은 코네 메가네가 아닌 호네 메가네 (뿔테 안경)인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애니들은 시청자들 뒤통수 때리기가 취민가...--;
    아오도 에볼도 고자 여신도....--;
  • 디제 2013/01/01 11:16 #

  • k 2013/01/17 22:02 # 삭제

    전 카미고로시를 기동할 때 나오는 게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의 뉴 노틸러스호 발진때 음악이라 놀랬다는 나디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었는데 벌써 2번이나 봤는데 내리기 전에 또 보러가야겠어요
  • 신구마적 2013/01/31 22:59 # 삭제

    첫 장면에서 2호기와 싸우는 게 각성한 초호기인데...
    조금 뒤에 나오는 미사토가 타고 나오는 전함. 그 저함이 초호기를 동력으로 움직인다?
    저 설명좀....
  • jk 2013/04/26 04:41 # 삭제

    2호기와 싸우는게 초호기가 아니라
    초호기를 강탈하는데 초호기를 감싸고 있는게 사도...

    그 사도와 2호기가 싸우는데
    바보신지(초호기 탑승)가 도와줘서 사도 죽임...

    근데 초호기를 그때 강탈하는건데 어찌 그걸로 그렇게 빨리 전함으로 바꿀 수 있는지 저도 그게 이해불가
  • tomytom 2013/04/29 04:48 # 삭제

    아마 s2 기관만 때서 갖다 붙인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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